첫단추를 잘 끼워야

[학교이야기 10] #초등학교 #입학식 #공개 수업 #첫 만남

by JANE WATNEUNGA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식!

그것도 첫 아이의 입학식이다! '낳은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커서 학교에 가는구나!'라는 대견함과 뿌듯함도 있지만 '집에서는 응석받이가 학교에서는 잘할 수 있을까, 내 아이 처음 선생님은 누가 되실까, 내 아이를 예뻐해 주실까, 친구들과는 잘 지낼까' 등등 오만가지 걱정이 앞서며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특히 1학년 담임 선생님은 아이는 물론 부모와도 관계 맺기를 해야 하고 내 아이가 앞으로 계속될 초중고 학교 생활의 첫 단추로써 아이가 학교라는 곳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느냐에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이므로 부모들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드르륵.

장샘은 다른 날보다 더 일찍 출근해서 교실문을 열었다. 잠을 설쳐 피곤했다. 긴장은 아이와 부모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온 가족 총출동에 선생님에게 모든 감각을 집중하고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있기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몸속 구석구석 스캔되는 듯 수많은 엑스레이 시선이 선생님을 따라다닌다. 그래서 몇 주전부터 학교 입학 업무뿐만 아니라 입을 옷부터 헤어스타일, 액세서리 하나하나까지 신경 써서 준비하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좋은 첫인상을 주기 위해 세심하게 준비했다. 그리고 입학식 특별한 이벤트도 야심 차게 준비해서인지 맘이 분주했다.


교실 여기저기를 다시 살펴보면서 어제 늦게까지 준비한 입학 환영 플래카드가 반듯하게 잘 붙어 있는지, 교실 청결상태는 정리한 그대로인지, 신입생 명단, 신발장 번호, 이름표 같은 신입생 자료도 꼼꼼히 체크하고, 입학 선물은 빠짐없이 놓여있는지 확인하고 나서야 장만옥 선생님은 입학식이 진행될 강당으로 향했다. 아직 학생들이 오지 않았지만 미리 가서 반마다 색깔이 다른 선생님 이름표를 목에 걸고 우리 반 맨 앞자리에 마치 간택을 기다리는 양반집 규수처럼 최대한 우아하고 온화한 미소를 띠며 서있었다.

"찾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강당 입구에 붙여진 대자보에서 민석이 이름을 발견한 엄마와 아빠는 민석이의 손을 잡고 반 팻말을 찾아 줄줄이 놓인 의자에 민석이를 앉혔다. 그리고 앞에 서있는 선생님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미소를 짓고 있어서 작은 눈이 거의 감긴 것 같이 보였는데 긴 파머 머리에 키가 엄청 크고 어깨가 떡 벌어진 덩치가 큰 여선생님이었다. 가슴에 달린 이름표를 보니 많이 들어봤던 이름.


'장만옥'


유명했던 홍콩 여배우의 이름과 같아서 왠지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장만옥 선생님은 아이들이 거의 다 와서 앉은 후에 아이들 사이를 지나다니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안녕, 선생님 이름 잘 봐줘. 조금 이따가 퀴즈 시간에 나올 거야."

강당에서 입학식을 마치고 아이들과 부모님이 모두 교실로 들어왔다. 우리 반 학생이 40명인 데다가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식이어서 부모님은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 일가친척까지 온 아이도 있어서 교실은 앞의 교탁에서 조금 앞쪽만 빼고 빈자리 없이 꽉 찼다. 아이들은 일단 앉고 싶은 자리에 앉도록 하였다. 원래는 이름표가 있는 정해진 자리에 앉아야 하지만 책상 위가 깨끗하게 치워진 상태라서 자유롭게 앉으라고 하셨다. 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표정도 몸도 긴장한 탓에 굳은 듯 자연스럽지가 않았고 그중엔 벌써 뒤돌아보며 곧 울 것 같은 얼굴로 엄마 아빠를 찾는 아이도 있었다.


"1학년 4반 친구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리고 입학을 정말 정말 축하합니다."


최대한 웃는 표정에 밝고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로 선생님께서 인사했지만 긴장한 탓에 아이들은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대답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여러분은 이제 1학년이 되었어요. 1학년 학교 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내일부터 선생님과 하나씩 알아볼 거예요. 오늘은 선생님이 어떻게 여러분을 도와줄 것인지 얘기해 줄게요."


선생님은 칠판 옆에 있는 대형 TV 모니터를 켜고 미리 켜져 있던 컴퓨터의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클릭하면서 특별한 공개 수업을 시작했다. 입학식 날은 의례적으로 교실에서 담임 소개와 준비물 안내 같은 짧은 오리엔테이션만 하고 끝나기 마련인데 선생님은 뭔가 단단히 준비한 눈치였다. 보통 학부모 공개 수업은 학기당 한 번 정도, 학기 중간쯤에 하는데 장만옥 선생님은 입학식이야말로 한 집도 빠짐없이 모든 학부모가 참여하여 선생님에 대한 신뢰를 쌓고 내 아이의 학교 공부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절호에 기회라고 여겼다.

"지금부터 선생님에 대한 퀴즈를 낼 거예요. 정답을 알 것 같은 친구는 손을 높이 들어주세요. 첫 번째 문제, 선생님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강당에서 선생님 이름표를 잘 보라고 했었죠?"


모니터에 'ㅈ, ㅁ, ㅇ' 이 힌트로 나타났다. 몇 명의 아이들이 손을 들기 시작했다. 민석이도 손을 번쩍 들었다.

'첫날부터 손들고 발표를 하다니!'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지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민석이 엄마와 아빠는 왠지 뿌듯하고 대견하기까지 했다. 선생님이 민석이를 지목하자 민석이는 벌떡 일어나서 큰소리로 말했다.


"장만옥입니다"

"네, 정답입니다. 선생님 이름은 장만옥입니다. 관찰력과 기억력이 아주 뛰어나군요. 그럼 두 번째 문제!"


선생님은 계속 선생님과 관련된 문제를 내면서 화면에 힌트를 제시해주셨다. 키는 얼마나 될까요? 위아래 게임으로 알아맞혀 볼까요? 좋아하는 꽃은 무엇일까요?라는 문제들을 냈다. 아이들이 이제는 밝고 호기심에 찬 얼굴로 너도나도 손을 들어 문제를 맞히기에 열심이었다. 첫 만남의 어색함과 긴장감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선생님은 손을 든 모든 아이들을 지목하여 발표하게 하셨고 아이들을 신이 나서 깔깔거렸다.


"마지막 문제입니다. 선생님이 좋아하는 색깔은?"


너도나도 손을 들고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색을 말했다. 아이들의 발표를 모두 듣고 선생님이 정답을 발표했다.


"선생님이 좋아하는 색은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입니다. 여러분 모두 정답입니다!"


아이들은 모두 정답을 맞혔다는 말에 "오예"를 외치며 주먹을 추켜올리고 세리머니를 하였다.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던 모든 가족들은 대견해하기도 하고 안심이 된다는 듯 연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정답을 외칠 때마다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었다.

"자, 이제 퀴즈는 마치고 선생님이 일 년 동안 여러분에게 지킬 약속을 얘기해주겠어요.


첫째, 꽃으로도 때리지 않아요.

선생님은 여러분에게 절대 화내지 않고 무섭게 하지 않을 거예요.


둘째, 엄청 웃겨요.

오늘 웃긴 건 웃긴 것도 아니에요. 개그맨보다 더 재미있게 수업할 거예요.


셋째, 매일 안아줘요.

우리 반 아침 인사와 집에 갈 때 인사로 선생님이 매일 안아줄 거예요.


넷째, 날마다 운동하고 책 읽어줘요.

오늘 입은 비싸고 좋은 옷은 나중에 행사 때 입고 체육복 두 벌씩 사서 내일부터 입고 오세요.


다섯째, 모르는 것은 똑같은 것도 100번까지 친절하게 가르쳐줘요. 101번은 안 가르쳐줘요. 여러분이 알 때까지 친절하게 가르쳐 줍니다.


오늘 첫 수업인데도 이렇게 잘하는 여러분 대단합니다. 선생님이 엄청 칭찬해요."

민석이를 비롯한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인 가족들도 앞으로의 학교 생활이 얼마나 재미있을까 기대하는 눈빛으로 장만옥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입학식과 오리엔테이션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나서는 모두의 표정이 환했다. 민석이도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엄마와 아빠에게 재잘거리며 웃고 있었다.

초등학교 첫날은

앞으로 기나긴 학교 생활의 주춧돌이다.

학교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기대하는 마음을 갖게 하기 위한

장샘의 입학식 날 특별 공개 수업은

대성공!^^

*실제 교육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으며 선생님과 학생 이름은 가명을 사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