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15]#담양 죽녹원 #대나무 숲 이야기 #비밀
누구나 하나쯤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말하지 않은 비밀일지도 모른다.
때론 잊혀지기도 하고
때론 평온한 아침 문득 떠올라
머릿속을 헝크러트리기도 하고
감추고 싶은 비밀이 들킬까 봐
전전긍긍하기도 하고
무언가 비밀을 간직한 것 같은 사람을 보면
신비로운 기운마저 감돈다.
왠지 나와는 그것을 공유할 수 있을 거라는 바람은
그 사람에게 더욱 관심을 가지게 한다.
마침내
그가 간직한 비밀을 나누게 되었을 때의 친밀감은
두 사람의 마음을 가까이 확 당겨놓고
동지가 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비밀은 지켜져야 비밀이다!
이산을 연모하지만
연모함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성덕임처럼
가난하고 보잘 것 없지만
명문대의 전도유망한 청년이고픈 리플리처럼
모든 것을 가졌지만
단 하나 가질 수 없는 것을 간직한 개츠비처럼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아니 홀로 간직하고픈 비밀이 있다.
하지만 혼자 감당하기엔 그 비밀의 무게가
내 삶을 짓누를 정도로 버거울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에겐 대나무 숲이 필요하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처럼
마음껏 소리칠 수 있는
진짜 대나무 숲 같은 나만의 공간이거나
늦은 밤 캄캄한 방 안에 스탠드 불빛에 의지해 쓰는
나만의 비밀 일기장이거나
어린 시절 함께 공기놀이, 딱지치기하며 지내온
이제는 희끗희끗 흰머리를 한탄하는 옛 친구이거나
나의 모든 것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다 품어 안아줄 것 같은 속 좋은 연인이거나
오늘 처음 만났지만 왠지 대화가 통하는 낯선이라도
나만의 대나무 숲이 되어줄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
당신의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무엇인가
그 비밀을 간직하기 힘겨울 때
기꺼이 함께 나눠서 짊어지고 가줄
당신만의 대나무 숲은 있는가
지금 떠오르는 바로 그것이
당신만의 대나무 숲이다.
누구나 하나쯤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크든 작든
그 비밀을 간직한채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같은 자리에 있어줄 나의 대나무 숲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