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 참기 X 건강하면서 맛있는 음식 찾기 O

by 김복둥
평생 풀떼기만 먹고 오래 사느니 그냥 맛있는 거 먹으면서 행복하게 살다 죽을래요


내가 실제로 했던 말이다. 엄청 어렸을 때도 아니다. 30 넘어서 저런 소리를 하고 살았다. 실제로 맛있는 건 원 없이 먹고 살았다. 면쌀떡빵 가리지 않고 흡입했다. 뭐 대충 이런 식이었다. 점심으로 칼국수 먹고 남은 국물로 밥 볶아 먹기. 저넉엔 삼겹살에 소주 때리다가 남은 재료로 밥 볶아 먹기. 1차만 하고 헤어지기 아쉬우니까 가볍게 호프집 가서 황도 안주에 맥주 때리기. 다음 날 숙취로 하루 시작해 점심에 삼선짬뽕으로 해장하기. 저녁쯤 컨디션 회복해서 다시 술 약속 잡기. 어쩌다 술 약속이 없는 날엔 일찍 들어가 배달음식과 캔맥주로 배를 채우고 식곤증에 바로 침대에 누워 잠에 들기.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대략 지난 10년여를 이렇게 살았다. 결과는 고지혈증, 당뇨 전단계, 높은 요산수치와 지방간이 찾아왔다. 매년 건강검진을 통해 피검사 수치를 받아보면서도 증상이 없을 땐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알아보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어느샌가 갑작스럽게 살이 쪘다. 몸이 늘 무거웠고 만성피로에 시달렸다. 불안과 우울감이 일상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건강검진 결과를 자세히 살펴봤다. 심각한 상황이었다.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향후 몇년 내에 당뇨 전단계는 당뇨병으로, 고지혈증은 동맥경화를 거쳐 심근경색으로, 요산은 통풍으로 진행할 판이었다.


내과에 방문했다. 고지혈증에 스타틴을 처방받아 먹기 시작했다. 혈당 측정기를 구입했다. 정제 당과 정제 탄수화물 등 고혈당을 유발하는 식품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술을 크게 줄였다. 마시는 횟수는 거의 매일에서 일주일에 한 두번으로, 마시는 양도 양껏 취할만큼에서 맥주 한 두 잔으로 줄였다. 못 먹는 게 많아지니 내가 먹을 식사를 직접 준비하기 시작했다. 불가피하게 외식을 해야 하면 포케나 샐러드 식당을 우선 찾았다. 여의치 않으면 면이나 밥 종류보다는 고기와 회처럼 가급적 원물 그대로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골랐다.


마음껏 먹어도 되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계란, 생선구이, 생선회, 적당량의 붉은 살코기, 닭고기, 버섯, 두부 등 단백질 급원 중에서는 여전히 먹어도 되는 게 많았다. 다만 혈중 콜레스테롤 관리를 위해 포화지방이 많은 비계부분 보다는 살코기류로 종류를 제한했다. 야채류는 거의 다 먹어도 괜찮았다. 다만 감자, 고구마, 옥수수는 야채라기보다 곡물에 가까운 구황작물들이라 탄수화물 함량이 높고 혈당을 빠르게 올릴 수 있어 가급적 피했다. 이제 탄수화물 급원. 어지간한 면은 다 피해야 했다. 밀가루는 혈당을 급격히 치솟게 만드니까. 그나마 메밀 100%로 만든 면이나, 두유면 등이 먹을만 했다. 밥도 백미로 지은 밥은 피했다. 현미와 귀리, 렌틸콩을 적절히 섞어 밥을 지었다. 정제당 덩어리인 음료수나 아이스크림, 트랜스 지방으로 점철된 과자 등 간식류는 일절 끊어야 했다. 그래도 우리에겐 ‘제로’가 있다. 제로 콜라와 제로 아이스크림이 없었다면 어쩔 뻔 했나.


식단관리를 하기 시작한지 이제 한달. 돌이켜보니 먹고 싶은 음식을 꾹 참는 방식으로 했다면 한 달은커녕 1주일도 못버텼을 것 같다. 나는 반대로 접근했다. 그냥 맛있기만 한 음식 말고, 맛있으면서도 건강한 음식을 찾는 재미로 식단 관리를 했다. 단맛과 짠맛을 절제하니 음식 원 재료의 맛이 잘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 이거다. 참는 다이어트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찾는 다이어트를 하자.


오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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