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c울산방송 라디오 DJ 김수희
삼합. 곰돌이 푸의 말과 밝은 성격이 드러나는 글자체그리고 은은한 펄이 들어간 네일아트까지 삼합.
아침 9시부터 11시까지는 남자 디제이 선배와 그리고 11시부터 12시까지는 여자 디제이 후배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후배와 같이 한 지는 10년이 넘었다. 11시 방송이지만 그는 늘 9시를 조금 넘으면 출근을 하는데신기하게도(?) 12년째 항상 웃으면서 들어온다. 항상. 검은색 버튼을 누르면 좌우 옆으로 열리는 문 사이로 매번 웃는 얼굴의 일곱 글자를 12년째 듣고 있다.
- 언니, 안녕하세요.
수년간은 ‘그런가 보다’, 또 수년간은 ‘언젠가는 안 저러겠지’, 그리고 또 수년간이 흘러 알았다. ‘내가 복이 많다.’ 아니 그렇지 않은가, 어떻게 늘 웃으면서 출근을할 수 있나, 그런데 사랑스러운 후배는 매번 반달눈과 반달입을 하고선 광대를 올리면서 인사한다. 때로는 손바닥을 내 쪽으로 해서 두 손을 살랑살랑 흔드는 날도 있다.
- 수희야. 언니는 너무 신기하다. 어쩜 그렇게 늘 웃으면서 들어와? 남편도 있고 육아도 하는데 희로애락이 있을 텐데. 본받을 점이라고 생각함 진짜.
- 무슨! 아니에요 언니!
그는 태어날 때 명랑함을 입에 물고 나왔다. 그리고 여린 마음도 같이. 그래서 남한테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하고, 상대가 마음이 다칠까 봐 빙빙 둘러서 이야기한다. 사람이 웃으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꿈틀 하지 않는 지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기술국의 한 나이 많은 감독은 인사를 건네는 그의 얼굴에 대고 개소리잡소리 콤보를 날리기도 했다. “그렇게 웃으면, 사람들이 바보인 줄 안대이.” 얼마 전에 엘리베이터에서 개소리 감독을 만났다.
- 안녕하세요.
- 어. 오랜만이야.
-. . .
- 아고 요즘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한지
- . . .
- 수고해요.
- 네.
나름 복수를 했는데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너무 하찮아서.
밝고 명랑하고 여린 후배는 내 앞에서 딱 한 번 눈물을 보였다. 옆에 와서 뚝뚝 눈물을 흘리는 그가 너무 놀라웠고, 가여웠다. 그가 무슨 말을 하든 진심을 다해 보듬어주리라 생각했다. 순간 엇길로 나간 남편 때문에 무척 속상해했고, 꽤 속을 끓인 모양이었다.
- 수희야. 잘 들어. 언니가 위로하려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진짜 괜찮다. 지금 너무 속상하겠지만 진짜 괜찮은 거라고. 남편이 이때껏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다 말했잖아. 그럼 된 거라고. 해결방법도 있고. 언니는 말을 안 하더라. 그 어떤 말도. 회사가 망해도, 왜 자꾸 나보고 울산으로 내려가라고 하는지도, 말을 안 하더라. 그건 못살아. 근데 니는 다 얘기했잖아. 그럼 됐어. 지금 너무 속상하겠지만 괜찮다. 둘이 해결할 수 있다.
그렇게 그는 한 텀을 넘기며 아무 일 없이 잘 살고 있다. 위고비의 힘을 빌려 엄청 예뻐진 채로, 화장이 다 무너진 채 주유소에서 셀프주유소를 하는데 나쁜 사람 아니라며 다짜고짜 명함을 주던 남편과 함께. 그리고 나는 여전히 명랑한 일곱 글자를 듣고 있다.
- 언니!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