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벤처 로그
설명회는 회사 내 한 대회의실에서 진행되었다.
모두가 퇴근한 후 밤 7시. 백여 명도 들어갈 수 있을
공간에 의자가 나란히 놓여있었다. 행여나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 다들 조심스레 자리에 앉는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지인을 마주쳤다.
"오! 책임님. 설명회 가시는군요"
"강책임님. 웬일이세요, 혹시 이번에도 신청하시나요?"
강책임님은 살짝 웃고 허공을 바라본다. 한동안 머뭇거리더니,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서 고개를 저었다.
"저는 아는 사람이 있어서 인사 겸 왔어요. 책임님은요?"
"저는.. 한 번 설명이라도 들어보려고요."
"책임님은 되게 잘하실 것 같아요. 응원합니다."
강책임님은 사내벤처 프로그램 담당자와 인사를 나눈다. '혹시'하는 물음에 아니라며,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눈다. 나는 자리를 잡고 기다린다. 괜히 물통을 만지작거린다.
"누나!"
"와! … 이선임 님. 놀랐잖아요. 다른 선임님들도 웬일이세요?"
이선임 님과, 같은 부서의 선임 몇 명과 인사를 나눈다.
"저야 이거 신청하려고 왔죠~~ 책임님도 그런 거죠?"
이선임은 서글서글한 표정으로 장난기 있게 받아친다. 난 얼굴이 누그러지면서 대화를 이어간다.
"그냥 한 번 설명 들어보는 거지 뭐. 다른 분들은요?"
선임들도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나란히 자리에 앉아, 기다린다.
찌그덕.
나도 모르게 물통을 쥐고 있던 힘을 풀고, 물을 마신다.
설명회가 시작된다.
"저희 프로그램으로 스핀오프한 스타트업은 OO상을 받았고, 기업가치는 XX 억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팀장이라고 소개한 발표자는 익숙한 듯 발표를 진행했다. 화면에는 이전 시즌 스타트업의 IR자료와 수치들이 쏟아졌다. 눈으로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빨랐고, 이해하기도 전에 지나가버렸다.
IR을 하고, 투자를 받고, 사람을 고용하고…
내가 그런 걸 하게 될 거라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한바탕 설명을 마치고, 발표를 끝냈다.
"최종 5팀 선정이라고 되어있지만, 저흰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되면, 한 팀도 내보낼 생각이 없습니다. 잘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팀장의 마지막 말이, 유난히 머릿속에 남았다.
흔들리는 버스에 앉아, 창 밖을 본다. 도로변을 따라, 도시의 불빛이 별처럼 빛난다.
하염없이 바라봤다.
‘사내벤처 로그’는 매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주중에는 단편이나 추가 에피소드를 비정기적으로 올립니다.
1화부터 보시면 흐름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주의) 이 연재물은 실제 사내 벤처 제도를 각색하여 묘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