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메일 한 통

사내벤처 로그

by 물리학자

"당신이 저에 대해 뭘 안다고…"

"…네?"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왜 그렇게 쉽게 말하세요?"


당황한 팀장을 앞에 두고 난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섰다.


"지난번도… 엉망이었어.."


나는 그때, 멈추지 못했다.




그건 9개월 전의 일이었다.


'당신도 스핀오프할 수 있습니다. 사내 벤처 알림.'


결국, 오늘 메일이 왔다.

모집요강을 살펴보니 특별한 것은 없다. AI, 바이오, 로봇, 자유주제. 외부에서도 할 법한 그냥 평범한 주제들이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지루하기만 회사 생활에 나 홀로 긴장감이 맴돈다.


"책임님, 별일 없죠?"


옆자리 동료가 불현듯 안부인사를 건네자, 내심 화들짝 놀란다. 침착하게 브라우저 탭을 바꾸고 의미 없이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대꾸한다.


"네네 뭐 메시지 받아서요."


안 되겠다. 집에 가서 자세히 살펴봐야겠다. 요즘 부서 분위기도 어수선하고, 점점 회사에서 우리 조직이 밀려나는 듯하다. 안 그래도 정부에서 스타트업 지원을 늘린다는데...? 회사가 답답했는데 이참에 나도…

전 회사에서도 그랬다. 다들 난 더 멋진 회사로 갈 줄 알았다고.


핸드폰으로 몰래 지원 사업에 대해 알아보다가, 오후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퇴근시간이 되어있었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자세히 모집요강을 살펴본다.


'제출 기한: O월 X일 자유양식 차주 설명회가 있습니다.'


모니터 앞에 앉아, 검색창에 여러 키워드로 찾아본다. 뉴스를 살펴보지만 마땅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괜히 은행앱을 켜고, 이번 달 결제금액을 확인해 본다.


스마트폰을 켜고 끄고 반복한다.

밤이 어둑해질 때까지, 굳은 내 얼굴을 비췄다.



‘사내벤처 로그’는 매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주중에는 단편이나 추가 에피소드를 비정기적으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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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연재물은 실제 사내 벤처 제도를 각색하여 묘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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