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향기 어머니를 그리며" -64-

'지금까지 해둔 게 아까워서.. 영하 15도 스팀해빙기'

by 추재현
로봇청소기 처음쓴날 방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청소기와 물걸레질해주니 신기하고 기특했는데 미끌미끌 기름기가 바닥베임. 다시 손걸레로 닦아야했고 이상이 있는 물건이어서AS신청/기사님방문

"아버지 하고 점심 상의 된 거야?

어제 1차 2차 자극적으로 매운 것 먹어서 계란찜이나

맑은 북엇국 같이 순한 걸로 해야 할 것 같지 않아.

김치찌개에 홍어는 부담되지 않을까?"


아버지께서 뭐라 하시면 나도 같이 하게 될 거라는 부담 주고 동생도 아버지 뒤따라 다른 화장실에 큰일봄.


동생의 우려를 반영 평소 김치찌개 마무리에 토종고추

썰어 넣어 칼칼하게 끓여냈는데 생략.

순하게 끓여내어 백밥과 막걸리 곁들였다.

걱정과는 달리 잘 팔렸다.


"전날 망년회하며 잘 사 먹었으니 오늘 저녁은 그냥 라면에 재현이가 병어조림 한다고 내려놓은 생선 반 나누어 구워먹자. 피자 1판 치킨 한 마리는 시키지

말고, 어차피 1월 8~9일쯤 손님식사 초대해서 잘 먹게 되니까"


2025년 12월 31일 수요일


노트북 놔둘 자리가 불편해 동생에게 주고 핸드폰으로

글을 쓰는데 사진 아래 글이 잘 써지지가 않는다.

어쩔 때는 작은 글씨 커서가 뜨면 엔터가 안 먹고 3~4줄쯤 쓰면 써지질 않는다.


큰 글씨 커서가 뜨면 원하는 대로 쓸 수가 있는데 말이다. (노트북으로 쓰면 다를까?)


사방댐 추가공사 후 아버지와 동생이 스팀해빙기로 2군데 닭장 수도 녹이고 있다 하였다. 새 닭장은

잘 나오길래 하우스도 나오는 줄 알았다.


나중에 날이 추워져해 가지면 동물한테 부어준 물이 얼어 쏟아야 할 때 알게 되었다.

실패했다는 것을.


30미터 스팀해빙기 압력호스가 왔다.

동생이 싸준 택배를 들고 우체국에 계약소포로 부치는데 내일이 1월 1일 신정이라 들어가지 않고 그다음 날인데 괜찮겠냐는 말에 다시 가져와 보관.


(임플란트 보철물 가그린 구입.

스타리아 경유 가득 채우고 경유 15리터ㆍ백등유 20리터/산골 맑은 한우 자리 로또복권방 들어옴)


청소기 수리받은 후 내부는 동생이 세제물로 담가 여러 번 부품 깨끗이 씻는 게 끝난 뒤에야 '하우스 닭장'

수도 녹이는 일을 시작했다.


오후 5시 즈음 아버지는 땅콩 까시고 내가 오리털잠바에

두꺼운 양말 위 덧신 털신발/귀까지 덮는 빵모자/ 손에는 고무장갑 속 면장갑 완전무장하고 동생을 도왔다.


양쪽에서 하면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영하 15도 매서운 바람은 완전무장이 무색하게 손ㆍ발이 시리고 몸이 떨렸다.

콧물은 왜 이리 흐르는지..


동생이 스팀으로 켜 집어넣으면 난 풀어주고

들어갈 때까지 넣다가 막히면 다시 빼고

식은 상태 빠득빠득할 때 넣으니 더 들어가고

넣다 뺐다를 수도 없이 해가며 요령이 쌓여갔다.

(초기 요령부족해 빼다가 걸려 중간 스팀호스 흠집 한 군데 생겼다. 중간에 터질까 신경 쓰는 동생

그냥 빼면 호스 고인 물 빨아들이고 스팀 켜야 깨끗이

나온다. 위험하게 물 묻은 장갑으로 전깃줄 빼고 옮기고

정신없이 하다 보니 놓친 부분은 다음에 개선될 것.)


나중에 아버지께도 도움을 청해 반대편 물 틀어놓는

호스 연결된 데에 뜨거운 물 계속날라 부어달라 했다.


온몸을 흔들어가며 애써 추위를 버텨본다.

'조금만 더 하면 나온다.

한 번만 더 시도하면 뻥 뚫려 물이 터져 나올 텐데

지금 그만두면 고생해서 해둔 게 사라지고 나중에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그러나 도저히 안되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나보다.

너무 속 깊이 얼어 들어가 영하 15도 강추위에 세 남자들

버티면서 하다 다들 몸살을 앓고 있다.


집에 들어오니 오후 9시 목이 뜨겁고 콜록콜록

이마는 뜨끈 '감기는 몸 따뜻이 쉬다 보면 났는다.'


내일은 영하 13도 모레는 다시 15도 이틀간은 바깥일은

동물 돌보는 걸로 최소화하고 따뜻한 거실에서

남은 땅콩들 까기로 했다.

(흘러대는 콧물을 막기 위해 휴지 소비량 많아짐)


그래도 최선을 다해 시도해 보니 미련이 남지 않아 좋았다. 봄이 오면 다시 시도해 보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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