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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Daily record

언제나 그랬듯이, 바쁘게

by rimmie

이쯤되면 나는 늘 바쁘다고 보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복도 많고, 관운도 센.. 늘 일이 많고 바쁜 사람.. 그게 나인 것을! 지난 2월과 3월에도 어김없이 정말 바빴다.

우선 개인적인 삶에서, 1월에 프로포즈를 받았고 2월부터 본격적인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웨딩박람회, 웨딩홀투어, 예식장 및 플래너 계약, 드레스투어 예약까지 진행했고 4월에는 한바탕 상견례와 양가 가족 모임 참석이 매주 예약되어 있는 상황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평생의 동반자로 선택하기로 결심했고, 선택에 따라오는 책임은 현재와 미래의 내가 져갈 것이다. 매주 결혼팀플을 위해 함께 상의하고 검색하고 대화하면서 그렇게 매주를 보내고 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느끼는 것은, 정말이지 특히 우리나라에서 결혼을 준비한다는 것은 많은 시선과 말들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결혼식도 하지 말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러자니 남들이 말하는 후회를 할 것 같아 자신이 없었고 나도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결혼을 공식적으로 알리고 축하받는 행사는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결혼식은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도 소신있게 스튜디오촬영은 찍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그러자니 남들이 다 하는데 또 후회하지는 않을까 야외 스냅사진을 고민하다가, 마침내 내 마음의 소리대로 굳이 결혼이라는 이유로 꾸며지고 편집된 사진은 찍지 않기로 결심했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어떻게 말할까, 또 남들이 내게 이러면 후회한다, 그럴 필요 없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다양한 말들은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그래도 내 생각에 결혼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결혼이라는 행사보다는 결혼 후의 일상이 더 중요하고 의미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쓸데없는 허례허식은 최대한 생략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고 싶다. 그래도 내 마음의 소리대로 결정을 하고 꺾이거나 흔들림 없이 나아가기 위해서 내게는 내 고민을 함께 들어주고 내 마음의 소리를 지지해주는 예비배우자와 부모님이 큰 힘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나조차도 확신을 갖지 못하는 내 자그마한 마음의 소리를 끌어내주고 이를 존중하며 지지해주는 내 주변의 인물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이와 더불어 2월에는 대상관계 이론 학자인 위니캇에 대한 북리딩에 참여했다. <박탈과 비행>과 <100% 위니캇>이라는 2권의 책을 읽으며 2월 한 달간 오픈카톡방에 인증을 하고 2월의 마지막 날에는 zoom으로 만나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1정 연수 때 애도상담 강의를 해주셨던 경기도 현직 전문상담교사 선생님이 리더이신 북리딩이었는데, 위니캇의 비행청소년에 대한 낙관적이고 따뜻하고 희망적인 관점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지면서도 대상관계라는 이론이 청소년들을 만날 때 내가 느끼는 무력감과 분노 등의 역동을 다스리고 이들에게 진정한 어른으로서 대상이자 환경으로서 존재할 수 있게 도와주는 틀이라는 점에서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만, 정신역동의 흐름에서 나온 이론인 만큼 깊이가 있고 청소년의 양육환경과 과정에 대해 많은 정보와 분석이 있어야 가능할 것 같아 학교현장에서 적용이 가능할지는 조금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공부해보면 단지 나를 고갈시켜가면서 아이들을 이해하고 품어주는 것이 아니라 보다 진정성있고 또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기회가 된다면 더 알아보고 싶은 이론으로 마음 한 켠에 품어두기로 했다.

그 외로 Wee센터에서도 처음 맞이하는 두번째 해는 역시나 더욱 정신없이 바빴다. 인원이 바뀌고 업무 포지션도 바뀌면서 나도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고, 새로 오신 선생님께 내 업무가 배정되면서 인수인계를 하고 백업을 하면서, 새로운 업무도 인수인계를 받고 백업을 해야 하는 그런 이중고의 두달이었다. 또 교육청인 만큼 학교보다 한 발 빠르게 각종 운영 계획을 수립하고 발송해야 하다보니, 학교는 3월에 신학기가 시작되지만 Wee센터는 2월부터는 시작되는 느낌을 받았다. 작년 연말에도 정말 바빴는데, 쉼없이 겨울방학을 지나 3월말까지 달려오고 보니, 이제는 몸이 좀 으슬으슬 춥고 만성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도 3월에는 거의 100쪽짜리 매뉴얼도 수정하고 2차례에 걸친 zoom연수도 무사히 진행했다. 4월에 있을 연수 준비도 어느 정도 진행되었다. 새로운 업무를 어느 정도는 숙지해 가고 있는 중인 것 같지만 새 업무 중 아직 해보지 않은 업무가 연말까지도 계속 남아있을 예정이기에 말은 함부로 하지 않겠다. 그래도 첫 해에 느꼈던 다가올 정체가 뭔지 몰라서 무섭고 막연히 불안했던 감정과는 달리, 둘째 해에는 대략적으로 어떤 크기의 눈덩이가 다가올지 예상은 되어서 불안보다는 피로감이 조금 더 커졌고 동시에 재미도 조금 더 있는 것 같다. 첫 해에는 해야 될 리스트들을 쳐내기 급급했다면, 지금은 업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 좀 더 배경과 근거와 주장이 생겼달까.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점 더 느끼는 거지만, 내가 할 수 있다고 해서 던져지는 수많은 일들을 해내는 것이 꼭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 다음에 내 자리에 올 사람은 내가 했던 많은 업무량을 감당하지 못할 수 있고, 이는 같은 직업군 내에서도 비교를 야기해서 내 전공이자 직업군을 싸잡아서 욕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내가 다 받아버린 일들은 업무 사이에 경계를 흐려지게 해서 어쩌다보니 협조였던 일들이 담당이 되고 전담이 되기도 하고 한 번 넘어온 것은 다시 넘기기가 죽기보다 어렵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고 있다. 그럼에도, 그 속에서 내가 교육적으로 옳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꾸준히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관심을 갖고 연구와 나눔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교사로서의 자부심과 사명을 지키게 해준다는 것도 배우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이상하게도 올해에도 내가 맡은 업무가 더 커지고 돈도 더 내려져서 일이 많을 예정이다. 이쯤되면 받아들여야 할지도.. 이왕 하는 것, 새로운 일에 두려움과 거부감을 갖기 보다는 정말 의미있는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일을 배우는 자세로 무사히 해내고 싶다.

요즘 내 하루하루는 하루살이다. 원래 성격은 아주 먼 미래까지도 가져와서 현재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것인데, 너무너무 할 일이 많다보니 강제로 생각이 멈춘다. 주변에 몇 번 말했지만 요즘 멈출 수 없는 저글링을 계속 하고 있는 느낌이다. 가족, 일, 결혼 3가지 공을 던지면서 계속 내 손에 떨어질 다음 공에 집중하느라 하나에 깊이 빠져서 사서 고민할 시간은 없는데, 이런 삶이 오히려 걱정인형인 내게는 꽤나 건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뇌의 용량이 과부하라 그런지 강제로 온앤오프가 잘 된달까..? 다른 고민도 많으니까 하나의 고민에 쓸데없이 잠길 시간도 필요도 없다. 그래서 삶이 조금 더 심플해진 느낌이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전 날 벌어진 일과 감정은 전 날에 두고, 오늘은 오늘의 나로 오늘의 감정을 느끼면서, 그렇게 심플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지금 이 것보다는 덜 바쁘면서 이게 가능하면 좋겠긴 한데, 일단은 지금의 내 하루하루에도 나는 만족하고 소소하게 행복하다. 그럼 충분한 것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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