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친구, 엄마 친구

엄마가 되며 알게 된 관계의 거리

by Celine Park

"몇 개월이에요?"


유모차를 끌고 나가면 꼭 한 번은 듣게 되는 말이다.

그 한마디로 우리는 쉽게 말을 트고,

서로의 육아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그 질문으로 만난 엄마들이

모두 나의 친구가 될 수는 없다는 걸.


처음 만난 자리에서는 모두 엄마라는 이름으로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며 쉽게 가까워 진다.


그런데 몇 번 더 마주치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이를 키우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나

상대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나타나는

말 한마디에서 묘한 거리감이 느껴지며

자연스레 멀어지는 관계도 있다.


겉으로는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이 관계가 오래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 느낌.


처음에는 그 느낌이 낯설고 어색해서

한동안은 그런 나 자신이

조금 차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깨달았다.

아이 친구와 엄마 친구는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해서 일까.

아이를 낳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동안 내가 속했던 사회가

얼마나 좁은 세계였는지를 알게 되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얼마나 선별된 집단에서

상처없이 편안하게 지냈는지를 깨달았다.


아이 엄마가 되고서야 그 좁은 세계를 벗어나

비로소 사회의 일원으로

진짜 사회에 던져진 것이었다.


그 곳에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관계들이 있었고

당황스럽고 피하고 싶지만 마주쳐야만 하는

상황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그 불편함도 영원하지 않을 것이고

그 속에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좋은 관계들은 애써 붙잡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오래도록 남는다는 것이라는 것을.


엄마가 되면서

나는 아이를 키우는 법만이 아니라

관계를 성숙하게 맺고 가꾸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


아이 친구는 아이의 것.

엄마 친구는 엄마의 것.

그 둘을 굳이 하나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관계 앞에서

머뭇거리게 되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모든 관계를 잘 해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관계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금 더 편안한 방향을 선택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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