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간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집값에 따라 부동산 중개 수수료도 치솟았습니다. 비정상적인 집 값 상승의 원인은 정부의 정책 실패지만, 부동산 중개 수수료는 그 전부터 너무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집 값 고공행진으로 적정한 중개 수수료를 책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거주의 형태가 다르고 지역별 집 값 또한 다르지만, 쉬운 설명을 위해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을 예로 들겠습니다. 최근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1억원이 넘었습니다. 현행 중개 수수료 체계에서 9억원 이상의 매매 시 최대 0.9% 수수료가 붙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이 수수료를 매도인과 매수인 양쪽으로부터 받습니다. 11억원 아파트 거래가 성사되면, 매도인과 매수인 각각에게 990만원(0.9% 수수료 적용시)씩 1980만원의 수수료를 받습니다.
거래 방식에 매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월세 계약의 경우 수수료율이 매매 보다 더 높습니다. 빌라, 주택, 아파트, 빌딩, 땅 거래도 있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자의 능력에 따라 연간 단 몇 건의 거래만으로도 일반 직장인이 생각할 수 없는 큰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물론 현재 공인중개사 자격증 보유자가 46만 6000여명이 넘고, 동네 마다 부동산 사무실이 넘쳐 나고 있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시장의 어려움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전국 공인중개사무소의 수가 편의점의 2배 정도라고 하니 말 다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서 단 한번의 아파트 매매 거래에 2000만원 정도를 벌 수 있는 중개 수수료 체계는 손 볼 필요가 있습니다. 투기가 아닌 주거 목적으로 집을 사거나 임대를 하는 거래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수수료가 붙는 것은 국민 정서상 납득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어마어마한 수수료에 비해 이용자가 체감할 만한 서비스 개선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 점 또한 국민 정서에 어긋난다는 분위기입니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가 지난 19일 중개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매매의 경우, 6억원~9억원 구간 주택 매매 시 최대 수수료율은 현행 0.5%에서 0.4%로 낮아집니다. 9억원 이상 구간의 최대 수수료율은 0.9%였지만, 개편 이후로는 9억~12억은 0.5%, 12억~15억은 0.6%, 15억원 이상은 0.7%로 세분화됩니다.
임대차 수수료는 3억~6억원 구간 최대 수수료율 0.4%에서 0.3%로 낮아집니다. 6억원 이상인 경우 현행 최고 0.8%였지만, 개편 이후 6억~12억 구간 0.4%, 12억~15억 구간 0.5%, 15억원 이상은 0.6%로 세분화됩니다.
개편안은 올해 10월부터 적용될 전망입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중개보수의 증가로 국민의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개선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특히 중개 서비스는 큰 차이가 없는데, 중개보수는 부동산 가격과 연동해 급증하는 것에 소비자 불만이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예로 들었던 11억원 아파트 매매 수수료를 개편안에 적용시킬 경우, 0.5%의 요율로 550만원의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기존 990만원의 수수료가 550만원으로 무려 400만원이나 낮아지는 것입니다. 반대로 공인중개사 입장에서는 1980만원(매도/매수)을 받을 수 있던 수수료가 1100만원으로 떨어지게 되니,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각광 받는 프롭테크...부동산 플랫폼 스타트업의 역할은?
떨어질 줄 모르는 집 값과 부동산 중개 수수료, 나아진 것 없는 서비스, 허위 매물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 부동산 시장에도 '플랫폼' 사업자가 등장했습니다.
집토스나 다윈중개 등 프롭테크 분야의 부동산 중개 플랫폼 스타트업이 저렴한 수수료를 앞세워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집토스의 경우 현행 중개수수료의 70%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직영 사무소도 20곳으로 확장했습니다. 다윈중개는 더 나아가 집을 내놓을 때 중개수수료는 0원이라는 파격조건으로 반값 수수료 전략을 내세워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에서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다윈중개는 최근 전국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 하는 등 이용자 수는 1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들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공인중개사법 위반을 이유로 고발에 나섰습니다. 이는 최근 택시 업계와 변호사 업계에서 벌어지는 고소고발 사태와 비슷합니다. ('타다'의 사례나 리걸테크 플랫폼 '로톡'의 사례와도 연계지어 볼 수 있겠죠)
이들 부동산 플랫폼 스타트업의 등장은 단순히 싼 수수료만을 무기로 하지 않습니다. 현행 대비 합리적인 수수료와 허위매물도 없고, 모바일 거래의 편의성, 그리고 실거래 시 담당 공인중개사 방문 등 가성비와 서비스 품질이 뛰어납니다. 무엇보다 기존 부동산 업계의 '그들만의 카르텔' 문화를 혁파한다는 장점도 젊은 세대 이용자들을 자극했습니다.
한 프롭테크 스타트업 관계자는 "중개 수수료 문제의 핵심은 공인중개사들의 담합과 그들만의 카르텔이다. 신규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자가 경력을 쉽게 쌓을 수 없게 만드는 업계 관행이 개선되고,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된다면 수수료도 자연스럽게 내려갈 수 밖에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프롭테크 플랫폼의 등장으로 이러한 문제점(높은 수수료와 카르텔 관행 등)이 해결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택시 및 변호사 업계의 사례처럼,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은 집단 이기주의냐' 혹은 '생계를 위한 자기 방어냐' 등의 논란은 부동산 중개업 시장에서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갈등 양상이 생각 보다 오래 갈 수도 있겠죠.
그러나 플랫폼을 통해 보다 공정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를 부동산 중개 분야에서도 쫓아가야 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기득권만을 주장하면서 서비스 개선도 없다면 도태되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미 과포화된 상태의 부동산 중개 시장이기에 더 좋은 서비스와 합리적인 요금체계를 받아들이고 경쟁하는 것이 사업의 기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