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움에 대하여

by Lucerne

인스타에 오랜만에 들어갔다. 나는 sns를 안 하지만 나를 괴롭혔던 그 친구들이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가끔 보러 들어간다. 그러다 흥미로운 글을 하나 발견했다.


그는 작년 내 생일에 나에게 편지를 쓰듯이 글을 써놓았다. 글의 내용은 내가 과거에 자신과 친한 친구였지만 갑자기 내가 말도 없이 사라져서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고 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미친 새끼.


'보고 싶은 친구'라니. 나를 '미친년'이라고 부를 때는 언제고.

어이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본인이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는 쓰지 않았고, 그저 내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고만 적어 놓은 그 글을 나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항상 궁금했다. 나한테 죄책감은 있을까.

하지만 그 글에서는 내가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졌다면서 여전히 내 탓을 하고 있었다.

나한테 했던 행동에 대한 미안함은 없고, 마치 걱정을 하며 나를 찾는 사람처럼 글을 쓴 것이 화가 났다.


내가 그들에게 괴롭힘 당한 기억들을 모두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생각해 보면 예전에도 그랬다. 그들은 나를 따돌리면서도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바빴다.

'우리가 너를 괴롭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 네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네가 예전처럼 돌아와 줬으면 좋겠어. 우리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너는 변하는 게 없네?'라고.


한편으로는 내가 정말 괴롭힘을 당한 게 맞나?

장난일 뿐인데 내가 너무 부풀려서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닐까?

마음이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나 역시 별 일이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내 기억들은 별 일 아닌 것이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계속된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나는 사람들을 피해 다니기 바빴고, 더 이상 사람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자신들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잘 살고 있다고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라니.


나는 그가 쓴 그 글이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글이 아니라,

자신이 내 생각보다 잘 살고 있다는 걸 나한테 너무 보여주고 싶어서 쓴 글이라고 생각했다.

'너는 내가 못 살고 있기를 바라겠지만, 나는 너무 잘 살고 있어'라는 듯이.


여전히 너는 똑같네.


10년을 괴롭혀도 내가 변하는 것 없이 똑같다고 불평했던 그는

여전히 약하고 비겁한 모습 그대로였다.


미워하는 감정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나 역시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이 항상 있었고, 그 감정들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항상 고민했다. 사실 방법을 몰랐다. 주변 사람들에게 기대려고만 했다.

그 미움의 대상이 내가 되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은 사람으로 보면 좋겠지만, 이유 없이 나를 미워할 수도, 정말 사소한 이유로 나를 싫어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 사람들을 이해해보려고 했다. 미워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하지만 완전히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그 사람이 밉다고 해서 많은 사람이 한 사람을 괴롭히는 행동을 한다는 건 본인들이 뭔가 부족한 사람들이라는 걸 직접 인증하는 것이었다.


내가 미워하는 그 사람의 모습은 바로 자신의 모습이다.


나는 이제서야 내가 왜 그렇게 미워하는 사람이 많았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그때의 내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나 자신이 너무 미워서 그런 나의 모습을 가진 사람들을 미워했던 것이었다.


나는 내가 겪었던 일들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글을 써보기로 했다. 글을 쓰면서 나는 내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내려놓는 연습을 해왔다. 솔직하게 말하기가 불편하고 글로 쓰기에도 어려운 일들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게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고, 나와 충분히 화해했을 때 남아있는 미움도 완전히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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