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무석 Jan 07. 2022

스터디 활용법

불편함을 받아들이자_세무사의 공부법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은 본인이 성장할 수 있다 말과 같다.”


나는 혼자서 공부를 해왔다. 수험기간에는 더더욱 그랬다. 회계학과 세법학은 혼자서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왔다. 실제로 강의를 듣고,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데 혼자라서 불편을 느낄만한 부분이 전혀 없었다.


공부는 개인별로 이해의 폭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일정한 진도를 나간다는데 대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수능시험을 위해 달려온 몇 년의 공부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교실에서 생활을 함께 할 뿐이었지 같이 공부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생각을 가진 나로서는 수험생활은 그야말로 제격이었다. 오롯이 공부만 할 수 있는 환경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학습 진도, 학습 수준, 문제풀이까지 내가 기준이 된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렇게 1년을 공부해보니 나는 남들보다 진도가 많이 뒤처져있었고, 점수는 생각보다 형편없었다. 그렇게 수험생 신분을 잠시 접어두고 학교로 향했을 때에도 큰 자각은 없었다. 혼자 공부하는 것과 함께 공부하는 것의 차이에 대해서 말이다.


그 차이를 자각한 것은 세무사 2차 시험을 연달아 2번 떨어지고 난 뒤였다. 그때의 좌절감은 나를 어두운 곳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2차를 두 번이나 보았고, 그전부터 몇 년간 수험공부를 해온 터라 나는 학습의 성장에 대해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그 당시 주변에서는 스터디 열풍이 불고 있었다. 문제풀이 스터디나 구술 암기 스터디 등의 학습모임은 기본이었고, 기상부터 취침까지 함께 하는 생활스터디에 밥만 같이 먹는 밥터디까지 있었다.


나는 여전히 전혀 모르는 사람과 공부나 일상을 함께 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것은 사실 학부시절 마케팅 수업 도중 그룹스터디 과제를 했던 경험이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한 번씩 경험해 보는 그 그룹스터디에 나는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그럼에도 2차에 2번째 떨어졌던 그 당시에는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던 터였고, 합격만 시켜주면 뭔들 못하겠냐 하는 자포자기의 심정도 스터디를 신청하는데 한몫했다.


우선은 가볍게 비대면 모임인 출석 확인 스터디와 공부시간 인증 스터디부터 시작해보았다. 방법은 간단했다. 본인이 주로 공부하는 책상에 출석한 모습을 카메라로 찍어 메신저에 올려 인증하는 방법이었다. 그동안 나는 절대적인 공부 시간보다는 최적의 컨디션에서 짧고 굵게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스톱워치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피곤한 날이면 10시까지 푹 자기도 했었는데, 출석 스터디를 하고서는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이에 덧붙여 공부시간을 인증하는 스터디에도 가입해두었으니, 몸 상태가 좋건 나쁘건 일정 시간에 출석해서 일정 시간을 공부해야만 했다. 내가 그동안 공부해왔던 방법과는 정반대였고, 이를테면 극약처방이었다.

일주일 정도 하고 나니 할 만했던지, 본격적으로 대면 스터디를 구하기 시작했다. 당시 공부하던 독서실에 포스트잇을 붙여 함께 회계학 2부 모의고사를 풀 사람을 구했고, 시간을 재고 문제를 풀고 모르는 부분을 서로 질의응답했다. 


사람이 웃긴 것이 본인이 지내던 환경과 다른 곳에 있어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적응을 한다는 점이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을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내가 어느 날 돌아보니 스터디 중독자가 되어있었다. 아침에 출석 스터디로 시작해서 오전에는 회계학 1부, 오후에는 회계학 2부를 각각 풀고 저녁에는 세법학 구술 스터디를 하고 있었다. 집에 가기 전에는 그날 공부했던 분량과 문제집 등을 메신저에 올려 인증하고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다.


이전과 분명 다른 방법의 공부였지만 나는 스스로 성장한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그날의 컨디션과 관계없이 모의고사 성적이 일정 수준으로 수렴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과는 조금 상향된 채로. 


낯선 사람을 만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서로 민낯의 실력을 드러냈을 때, 각자가 약한 부분을 서로가 보완해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함께 공부하는 것의 이점이다.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은 내가 그 부분에서 성장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을 빨리 느끼고 보완한 사람은 빨리 붙었을 것이고, 불편함을 여전히 회피하기만 한다면 나처럼 계속 떨어졌을지 모른다. 수험생들은 간절해져야 한다. 시험에 붙기 위해서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는 부분은 주저 없이 도전해 보아야 한다. 그곳에서 의외의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성장의 여지를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가재가 성장하는 모습을 살펴보자.  껍질을 벗을 때 노출되는 위험은 그 생명을 위태롭게 한다. 이를테면 가재에게 성장은 죽음과 크게 멀지 않은 단어이다. 사람 또한 같다. 불편함 없는 성장은 이루기 어려우니 불편해지는 것을 한 번 시도해보자.

작가의 이전글 세무사의 공부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