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공부법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 질문일까? 적어도 나는 없었다. 물론 최근에는 스스로에게 많이 물어보는 편이다. 최근까지도 제일 곤란한 질문은 먹고 싶은 게 있냐는 질문이었다. 배고프면 밥을 먹고 배고픔이 사라지면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러니 취향이랄 것도 없었고, 대학시절에도 학생식당에서 내내 백반만 먹었다. 1,900원짜리 백반이었는데 남들은 맛없다고 꺼려하는 식단이었음에도 나는 곧잘 먹었다. 점심에 먹고 저녁에도 또 먹었다.
내가 판단하는 기준은 대게 가격이었는데 백반은 싸고, 밥을 내가 퍼서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최고의 메뉴였다. 그래서 친구들이 곧잘 무엇을 먹으러 가자고 특정해서 말할 때면 나는 곤혹스러움을 느끼곤 했다. 매 끼니마다 무엇을 먹고 싶다는 친구가 있으면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대학시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메뉴는 치킨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20대 중반까지도 나는 취향이 없었던 셈이다. 치킨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질감을 가장 크게 느낀 적은 수험생 시절이었는데, 나는 쉬는 날을 정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굳이 정해 놓지 않으면 성격상 매일 매시간 공부에서 손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부가 안 돼도 책을 펴놓고 딴생각을 하는 날도 많았으니 날을 정해놓고 쉬자 싶었다.
그렇게 날을 정해서 쉬는데, 나름대로 문제가 또 발생했다. 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감정은 있는 사람인가 싶지만 나는 정말로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 쉬는 날이 되면 멍하니 앉아있거나 티비를 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오죽하면 친구들에게 너는 쉴 때 어떻게 쉬냐고 물어보기까지 했겠는가. 대게는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쉬는데, 중요한 점은 본인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를 알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를테면 사람이 많지 않은 영화관에 가서 조용히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해서 심야영화를 본다든가 맑은 공기가 좋아서 산에 간다든가 하는 본인이 그것을 하는 데에 이유가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물론 그것이 없었다. 그래서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때부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다녔다. 하루 종일 잠을 자기도 하고, 하루 종일 밖에 돌아다녀 보기도 했다. 이것저것 다양한 음식도 먹어보고 나름대로 이건 좋다, 저건 나랑 잘 안 맞는 음식이네 하고 판단해 보기도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나는 새로운 공부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집에서 책을 보면서 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자격증 취득도 하고 서점에 가서 새 책 냄새도 많이 맡았다. 물론 그 냄새를 좋아하는 취향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수험도서에서 나오는 냄새는 소설책 냄새와는 달랐는데 그건 그것 나름대로 좋았다.
인사동에는 내가 좋아하는 강된장 비빔밥을 잘하는 음식점이 있다. 종로는 내가 걷기 좋아하는 장소이고, 남산 둘레길과 안산 자락길은 내가 좋아하는 산책 코스이다. 최근에는 드립 커피를 마신다. 뜨거운 물을 천천히 따라서 커피를 내려먹는 것은 재미있는 경험이다. 나는 이렇게 쉰다.
수험생은 모든 것이 차단된 제한된 장소에서만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본인의 취향에 따라서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잘 쉬는 것이고, 그 시간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수험생이라고 늘 풀에 죽어있을 이유는 없다. 늘 트레이닝복에 슬리퍼를 신고 다닐 이유도 없다. 본인의 취향대로 본인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엔 잘 쉬는 사람이 공부도 잘할 수 있다. 본인의 취향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