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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무석 Feb 13. 2022

수영에 빠지다

취미생활_세무사 공부법

나는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릴 적 그 흔한 태권도장 한 번 가본일이 없었다. 운동회 날에 100m 달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긴장하기 일쑤였고, 몸을 쓰는 일이라면 그렇게도 남에 일 같았다. 안 그래도 몸에 열이 많은 데 땀을 흘리는 건 더더욱 질색이었다. 그 흔한 군대 축구도 나에겐 해당사항이 없었는지라 그나마 초등학생 공놀이가 마지막이었다. 


그러던 중에 수험생활을 하게 되었고, 1년 동안 옥탑방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 20대 초중반의 시절이었던지라 3~4시간을 가만히 앉아서 공부해도 크게 힘든 줄 몰랐다. 자세도 꽤 나빴는데 그때는 그냥저냥 참을만해서 아픈 줄 모르고 지나갔었다.


그러다가 시험에 떨어지고 학교에 돌아오게 되었는데, 책상에 앉으면 허리가 유난히도 아팠다. 3~4시간은 벌써 예전 얘기가 되어버렸고 2시간을 이어서 하는 대학 강의조차 듣기가 힘들어져 버렸다.


그래서 그제야 운동할 거리를 찾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수영이었다. 어릴 적부터 물을 무서워했는데, 물에서 서로를 빠뜨리는 장난에도 나는 죽을 것 마냥 기겁하곤 했었다. 이참에 물에 대한 공포도 없애고 운동도 해보자 싶어서 그것도 야심 차게 새벽반 수영을 신청했다. 


그동안 9시 수업도 겨우 5분 전에 도착하곤 했던 사람이 6시 새벽 수영반 스케줄에 쫓아가려니 가랑이가 찢어질 것만 같았다. 비몽사몽은 기본이었지만 물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가을의 수영장 물은 벌써부터 차가웠다. 


몸에 한기가 올라오는데 물에 대한 공포심까지 나를 괴롭혔다. 새벽부터 수영장 물을 벌컥벌컥 먹으니 아침에 입맛이 싹 달아났다. 


수영장 물에 신비한 효과가 있었던지 아침이 상쾌했고, 하루가 신이 났다. 아침에 웃으며 친구들을 맞이했고 신문도 챙겨 보는 여유가 생겼다. 나의 모든 취미생활이 정적인 것이었는데 활력 있는 취미생활을 하니 삶도 신이 나서 어쩔 줄 몰랐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활동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이 정적인 취미생활을 가지면 삶에 균형이 잡힌다고 하듯 나는 그 반대였다. 


지난날 나를 집어삼킨 물에 대한 공포는 온데간데없었다. 어릴 적 방치해둔 작은 공포심은 자라고 자라서 나를 집어삼킬 만큼 거대해져 있었다. 막상 그것을 마주하고 보니 어린아이의  어설픈 상상력에 불과했다. 그동안 내가 이것 때문에 힘들어했다니 코웃음이 나왔다. 그날 나는 공포를 마주하는 법을 배웠다.


수험생활의 걱정도 고민도 모두 지워 내버릴 강력한 무기를 수영을 통해서 찾아낸 셈이다. 


물이 무서우면 수영을 배우듯 걱정이 생기면 걱정을 찾아가 물어보아야 한다. 나를 괴롭히는 걱정의 근원이 무엇인지 얘기를 들어보자. 걱정의 근원은 생각보다 시시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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