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골당

by 휘리

오랜만에 당신에게 갑니다.

항상 가족과 함께하고 싶어 했던 당신의 뜻에 따라

가까운 곳에 당신을 모셨습니다.

하얀 국화꽃을 들고,

당신이 잘 나온 가족사진을 들고,

한적한 곳에 곱게 자리한 당신에게 갑니다.


맑은 물소리가 들리고,

은은한 종소리가 들리고,

번잡한 도시가 굽어 보이는 이곳.

당신은 이곳에서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신과 저희 거리는 고작 10킬로미터.

고작 그 거리를 참으로 오랜만에 옵니다.


10년 동안 끈질기게 당신을 괴롭혔던 병.

오랜 시간 이어진 당신의 병은

오히려 우리에게 당신의 죽음을 잊게 했습니다.

언제나 우리 곁을 지켜주는 당신의 고마움도,

아픈 몸을 묵묵하게 견뎌 내고 있는 당신의 우직함도,

당신의 병과 함께 당연함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옛날 그랬듯

당신을 찾지 않는 것이 당연함이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푸른 하늘보다 더 고운 옥색의 도자기 단지를 봅니다.

그곳에 당신의 이름과

당신의 출생과

당신의 마지막 날이 새겨있습니다.

당연함 속에 언제나 영원할 것이라 믿었던 당신이

마지막 숨을 힘겹게 내뱉고

힘없는 눈을 처연하게 감은 그날의 슬픔은

그곳에 새겨져 있지 않습니다.



빛바랜 사진 옆에 또 다른 사진을 놓습니다.

사진 속 당신은

병마의 흔적 없이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우리를 보고 있을 당신도

저 사진처럼 환하게 웃고 있을까요?

당신을 잊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그렇듯

당신도 우리를 잊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기를,

오지 않은 우리를 기다리면서

번잡한 도시가 환히 보이는 이곳에서

한없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기를,

조심스럽게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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