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냥이야, 금식해야 해.

-엄마의 막내딸, 냥이(엄마 이야기 5)-

by 휘리

7월 25일은 냥이의 피 검사하는 날이다. 냥이는 전날부터 12시간 금식을 해야 했다. 아시다시피 내가 냥이를 만지기 못하기 때문에 이번 검사 때는 언니와 함께 가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냥이의 금식이 걱정되어 엄마에게 연락했다.


“엄마, 냥이 금식했죠?”

“그럼. 금식했지. 얘가 아주 기특해. 아침에 야옹거려서 오늘 병원 가서 안 된다고 했더니 더 이상 야옹거리지 않고 얌전히 있는 거 있지? 정말 얘는 사람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아.”


냥이가 12시간 금식하면서 간식도 못 먹어 엄청 예민할 거라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언니와 안도의 마음을 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엄마네로 갔다. 냥이가 우리를 반겨 주었다. 언니가 얼굴을 갖다 대자 입을 맞추고, 언니의 코를 핥았다. 서 있는 나에게는 서서히 다가와 내 다리에 자기의 얼굴을 비볐다. 자기가 제일 싫어하는 병원에 가야 하는데 오늘 우리에게 특급 서비스를 해줬다. 병원에 다녀와서도 이렇게 해주면 좋을 텐데... 그건 너무 큰 욕심이겠지?




냥이에게 목줄을 할 수도 없을 것 같고, 한 번도 안 해본 목줄이 냥이에게 큰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 목줄을 하지 않고 방문하기로 병원에 양해를 구했다. 케이지에 냥이가 들어가지 않으려고 도망가기도 했지만, 그래도 우리를 크게 고생시키지 않고 케이지에 들어갔다. 케이지에 들어가서는 울지 않던 냥이가 집 밖을 벗어나자 여지없이 꺼이꺼이 울었다. 다행히 차가 막히지 않아 20분 만에 병원에 도착했다.


먼저 강아지가 진료를 받고 있었다. 냥이는 엄마를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계속 구슬프게 울었다. 엄마가 괜찮다고 안심시켜도 연신 불안에 떨면서 울었다. 드디어 냥이 진료 차례가 되었다. 케이지를 진료실 안 테이블에 놓고, 천천히 케이지 문을 열었다. 큰 담요로 냥이 머리와 다리 한 개를 빼고 냥이를 감쌌다. 진료실 밖에서 그렇게 서럽게 울던 냥이는 찍 소리도 못 내고 있었다. 연신 몸을 떨면서 무서워하고 있는 것이었다. 수의사가 냥이의 이빨을 이리저리 살피고, 귀를 살펴도 소리조차 못 냈다.


“우리 아기 잘하고 있네. 조금만 더 참자. 이것만 하면 끝이야.”

수의사가 주사위를 들고 냥이의 오른팔의 혈관을 찾아 주사위를 꽂았다. 엄마는 냥이가 보지 못하게 냥이의 고개를 돌리셨다. 아플 텐데도 냥이는 살짝 몸만 움찔하고, 아무 소리도 못 냈다. 냥이의 피를 뽑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우리 아기 정말 잘했어요. 애기가 너무 순해요. 이렇게 피검사 잘하는 애 처음이에요.”

수의사가 우리 냥이 머리를 연신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도 냥이는 불안한 눈빛으로 엄마만 바라봤다. 케이지를 가져오니 냉큼 냥이가 케이지로 들어갔다. 피검사가 나올 동안 우리는 진료실 밖에서 기다렸다. 온몸을 벌벌 떠는 냥이가 안쓰러워 눈을 맞춰 안심시키려 했는데 냥이가 우리를 외면했다. 냥이가 우리에게 단단히 삐졌다. 병원에 데려와 자기를 아프게 해서 우리와는 눈도 맞추기 싫을 만큼 우리를 원망하나 보다.

강아지와 고양이 진료가 끝나자 우리 냥이의 검사 결과가 나왔다. 검사 결과는 좋지 않았다. 3개월 약을 먹은 후 다시 피검사를 하기로 했다. 먼저 2주일 약을 받고, 이런저런 주의사항을 수의사에게 들었다. 병원을 나오면서 매일 아침에 간식을 줘서 그런가? 예쁘다고 냥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계속 줘서 그런가?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우리는 엄마네 집으로 갔다.


금식하고, 병원에서 진료받느라 힘들었을 냥이에게 깨끗한 물을 주고, 사료를 주었다. 냥이는 배가 고플 텐데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우리를 계속 경계만 했다. 아무래도 우리가 가야 먹을 것 같았다. 언니와 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엄마네를 나왔다.


소심하고 너무 예쁜 우리 냥이가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집사들 때문에 아프다. 냥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힘들겠지만 냥이가 3개월 동안 약을 잘 먹어서 나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늘은 스스로 많이 자책해야 하는 날이다.


*안내 1- '엄마의 막내딸, 냥이' 브런치북을 발간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안내 2 -'냥이의 병원일지'는 다음 브런치북으로 발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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