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누구에게나 불평등의 순간은 온다

그 순간이 지금 우리에게 왔을 뿐

by 하루의 온도

여보, 올해도 안 됐어.


신랑의 승진이 이번에도 좌절되었다.
동기들 중에 신랑만 승진이 안 되었나 보다.
다들 축하 파티를 한다며 단톡방에서 날짜를 잡느라 난리였는데,
그 속에서 신랑의 마음이 어땠을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왜 나만?


분명 이렇게 생각했겠지.
내가 뭘 잘못했길래?


사실 이 말은 요즘 내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이기도 하다.


큰 어려움 없이 그렇게 40년을 살았다.
그래서인지 마흔이 넘어서 몰아닥친 인생의 고난에
나는 아무런 방어력도 갖추지 못한 채
계속 강펀치를 맞고 넉다운되는 중이다.


왜 우리 애들만?
왜 나한테?
다른 집 애들은 안 그러는데 왜 우리만?


한없이 화가 나고,
현실을 부정하고 싶고,
괴롭다.


오늘 신랑에게 어떤 위로를 전할까 생각하다가
문득 한 가지를 깨달았다.


누구에게나 불평등의 순간은 존재한다는 것.


그동안 내가 그 순간의 피해자가 아니었을 뿐이다.
생각해 보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막연하게 믿고 있었던 것 같다.
나에게는 그런 순간이 오지 않을 거라고.


왜 난 아니야?
나는 아니라는 법이 있나?


어쩌면 지금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그 불평등의 순간이
우리 차례가 된 것뿐인지도 모른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내 잘못도 아니다.
내가 부족해서도 아니다.


그저 그 순간이
지금 우리에게 온 것뿐이다.


그러니 다시 이겨내면 된다.


누구도 대신 싸워줄 수 없는
조금은 외로운 싸움이겠지만
그래도 이겨내 보자, 나 자신.


그리고 이 상황에 매몰되지 말자.


이 상황마저도 사용하실
주님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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