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기사님의 친절이 특별한 이유

by 윤미용

유별난 길치인 내가 버스를 제대로 타는 것은 늘 어렵다. 집 근처 지하철역에서 내려 차라리 20분 정도 걷는 게 맘 편하다. 그래도 짐이 있거나 매우 지친 날은 버스 앱을 검색해 버스를 타야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가 타야 할 버스가 언제 올 지는 전광판으로 확인이 쉽지만, 문제는 꼭 집과 반대로 가는 버스를 타곤 한다는 거다. 안내판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빨간 화살표를 확인하고 버스를 타는데....최근 연달아 2번이나 반대 노선을 타고 말았다.


첫번째는 '아~~이렇게 돌고 돌아 가는건가' 하며 느긋하게 기다리다 한 시간이나 의도치 않은 버스 여행을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같은 실수를 하고 말았다. 이번엔 타자마자 내가 생각한 노선과 반대로 좌회전하는 그 시점에 알아차렸다. 잽싸게 기사님에게 다가가(버스는 움직이고 있었다) '이거 00동으로 가는 버스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기사는( 이젠 그냥 '기사'라고 해야겠다. 그 날 일이 떠오르며 '님'을 그만 붙여주고 싶어졌다) 나를 한심하다는 눈빛을 날 것 그대로 보내며 '이거 공항 가는데요?'라고 말한다.


연달아 같은 실수를 2번이나 한 나 자신에게 화가 나면서 들고 있는 가방이 더 무겁게 느껴지며 멍하고 있었나보다. 기사는 아주 짜증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목소리와 눈초리로 나를 째려보며 '위험하니까 거기 서있지 마요!'라며 거의 소리를 친다.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웬지 내가 무척 큰 잘못을 한 것처럼 창피하고 이어서 화가 났다.


퍼득 정신을 차리고, STOP버튼을 누르고, 천천히 내리는 문쪽으로 걸어갔다. 버스가 정차를 하나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아니, 이 사람이 문도 안열어주다니, 뭐하자는 거야?'라는 생각에 나도 큰 소리로 외쳤다. " 문 열어주세욧!' 버스가 그냥 움직인다. 거긴 정류장을 바로 눈 앞에 둔 횡단보도 앞이었던 것이다. 평소의 나라면 '아이쿠, 죄송해요.'했을텐데...그러든말든 유유히 암말없이 하차했다.


다행히 반대편 정류장에서 집으로 오는 버스를 바로 탈 수 있었다. 오는 내내 그동안 승하차 시 모든 승객에게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를 하던 기사님들에게 감동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분들은 아주 특별하고 멋지고 예의바르고 아름답고 훌륭한 분들이었던 것이다.


* 글을 쓰면서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으려고 검색창에 '버스,친절'이라고 써 봤다. 지역마다' 친절 버스기사 시상' 사진이 주루룩 올라온다. 그 분들은 상 뿐 아니라 상금도 받아야 할 정도라고 한마디 거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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