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세 엄마의 '나에게 쓰는 편지'

by 윤미용

엄마 나이는 해마다 헷갈린다. 말띠라는 건 확실하니 올해 우리나이로 85세다. 허리,무릎 수술을 하고 예전처럼 차를 타는 것도, 걷는 것도 불편해하는 엄마를 나는 고향에 갈 때마다 모시고 다닌다. 동생이랑 죽이 맞아 스케줄을 잡을 때도 엄마는 늘 우리랑 함께 한다. 내가 올라간 뒤, 엄마는 며칠씩 몸살을 앓더라도 우리가 가는 곳에 항상 동행하고 같이 먹고(소주도 드신다.) 같이 논다.


며칠 전, 어쩌다 동생들과 모이게 되어 엄마를 모시고 노래방엘 갔다. 노래에 자신이 없는 나는 싫다고 손사래치다 결국 힘센 동생에 끌려 가곤 한다. 엄마랑 같이 노래방을 갔던 때가 언제였더라~ 허리가 아프다고 인상을 쓴 채로 노래방 소파에 거의 누워계시던 엄마가 떠올라 내심 걱정이 되었다.


웬걸..엄마는 맨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는다. 평소 조카가 설치해 준 패드로 자주 듣고 따라 불렀던 노래가 있었나 보다. 제목은 '나에게 쓰는 편지'


여기까지 오느라고 많이도 힘들었겠다

그래~ 이만하면 잘한거야 아주 잘살아왔어

세상이란 바다위에 홀로이 내던져져서

거친~ 시련과 싸우면서 많이도 외로웠겠다

세월이 참 빨리 간다 돌아보면 아쉬웁지만

살아왔던 지~난 날에 후회는 하나 없다

열심히 살아왔잖니 이만하면 백점인거야

다 갖고 살순없어 모자람도 있는거야

그런 모자람을 채워가는게 삶의 의미인거야

세월이 참 빨리 간다 돌아보면 아쉬웁지만

살아왔던 지~난 날에 후회는 하나 없다

열심히 살아왔잖니 이만하면 백점인거야

다 갖고 살순없어 모자람도 있는거야

그런 모자람을 채워가는게 삶의 의미인거야

너는 이미 최고야 너는 이미 최~고야


처음 듣는 노래였다. 그런데, 가사와 엄마의 인생과 어쩜 이리도 찰떡인지...


깊은 산골짜기에서 태어나 6.25 전쟁이 난 지도 모르고 지냈다는 어린시절의 배고픔, 누구보다 호기심과 배움에 열심이나 배울 수 없었던 유년기, 너무나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시댁 뒷바라지에 남편 건사로 허리가 휘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퉁퉁 부어버린 긴 시간들.....나이가 들어서도 남편과 자식과 손주 보살핌에 한 시도 본인을 챙기지 못하는 현실을 살고 있는 엄마가 내 앞에서 담담히 엄마 인생을 이야기한다.


노래를 부르는 엄마에게서 예전에 볼 수 없던 85년 인생에 대한 수용과 감사와 인정이 묻어났다. '너는 이미 최고야, 너는 이미 최고야.'부분에서는 엄지 척 하며 환하게 미소짓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노래를 마치고 자녀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내 이야기지?'하신다.


노래를 만들고 부른 그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엄마는 길고 험난하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인생길에서 참 좋은 상장을 받은 것 같다. 트로피는 없었지만 엄마의 자녀들이 보내는 환호는 그 이상이었다. 엄마의 편지 2탄이 이어지길 기대하며 더 건강하시라고 영양제라도 보내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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