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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마일

츠카하라 아유코

by 김민정

블랙프레이데이 전날밤 글로벌 쇼핑몰 '데일리 패스트'에서 출고된 택배가 폭발하는 사건으로 영화는 시작하게 된다.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폭발에도 물류업계에서 가동률이 조금만 내려가도 막대한 손실을 본다는 이유로 여전히 2.7m/s의 물류센터의 레일을 멈추지 않는다. 이러한 사건의 배경에는 한 사람의 죽음이 있었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누가' 이러한 일을 했을까보다, '왜' 이러한 사건이 벌어지게 된 것인지 더 주목하게 되었다.



대형 물류업계가 존재하고 그 아래에는 여러 택배사들이 존재한다. 우리의 삶에서 택배는 빠질 수 없는 것이 되어 밤, 낮 없이 택배가 배달된다. 주 7일 배송, 새벽배송 등 소비자는 클릭 한 번에 빠르게 물건을 받아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이를 배송하는 근로자들은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게 된 현실이다. '라스트 마일', 소비자에게 상품이 전달되는 마지막 단계에 도달하기까지 물류센터, 운송회사, 택배기사 등 각각의 위계관계가 완연하게 드러나고, 그 과정에서 모두가 쉬지 않는 시스템 속에서 멈추지 않고 일을 하게 된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아키라와 와타루 부자는 밥시간을 쪼개가면서 택배배송 업무를 하지만 미수령자, 폭발 사건으로 인한 반품 등 결국 자신을 갈아 넣은 업무량에 비해 돌아오는 수익은 아주 적은 양이이었다. 영화 마지막에서는 택배비 인상으로 임급 협상이 되어 회사의 입장에서는 막대한 손해이지만 실제 근로자 입장에서는 택배 수령 건당 150엔에서 200엔 인상은 그들의 삶을 바꿔줄 만한 도약은 되지 못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현실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기업이 이야기하는 'costomet centric'은 사실 소비자도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여전히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을 찾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었다. 비단 물류업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보이는 과로와 하청업계 등 자본주의의 문제 등을 함께 떠올려 볼 수 있는 영화였다.


별개로 영화의 캐릭터들이 아쉬운 느낌이 있었다. 남자주인공도 그냥 옆에서 조력자로서만 존재하는 느낌이고, 이야기의 흐름과 관계없이 폭발사건을 위해 존재하는 인물들이 노골적으로 보이는 게 영화 흐름이 너무 예상되는 지점이라 아쉽기도 했다. 또한 드라마 <언내추럴>, <MIU404>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 그 드라마를 보지 않았는대도 '아 저 사람들이구나' 하고 느껴졌다. 오히려 그들을 출연시키기 위해 만든 장면들 같아서 영화몰입에는 약간 방해가 되기도 한 것 같다. (물론 반가운 얼굴들이 있어 재밌긴 했지만!) 그리고 주인공 둘이서 같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걸 동시에 깨닫고, '....! 그렇다면 이미 배송완료된 택배!'라고 말하는 장면은 약간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볼 법한 장면 같고, 클래식한 영화 플롯대로 흘러갔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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