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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Off

Rio meng

by 김민정

부산국제단편영화제을 좋은 기회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그중 인상 깊었던 작품 중 하나인 국제경쟁 부문의 Power Off에 대한 감상을 남깁니다.



Power Off

(BISFF 홈페이지 줄거리 설명) 실화에 바탕한 이야기로, 때는 2022년 봉쇄령이 내려진 상하이. 소름 끼치는 침묵 속에서 한 어머니가 당국의 눈을 피해 실종된 아들을 찾아 헤맨다. 경찰 조사로 불편한 진실이 밝혀짐에 따라 그녀는 아들의 비극적인 운명에 대한 견디기 힘든 고통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 작품에서 단연 인상 깊었던 것은 어머니의 연기와 음향이었다. 아들의 죽음을 믿고 싶지 않아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그 허탈함과 허망함, 죄책감과 미안함이 모두 느껴져서 안타깝게 다가온다. 어머니와 경찰과의 대화 장면에서 경찰이 호수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들의 사건의 경위에 대해서 설명해 줄 때 어머니는 아들이 호수에 빠졌을 때처럼 귀가 먹먹해진다. 그러한 음향 효과는 가히 예측할 수도 없는 참척을 겪은 어머니의 심정에 빠져들게 만든다. 귀가 먹먹해지다 다시 정신을 차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좌절에 빠져있을 수밖에 없다.


경찰이 자리를 먼저 뜨고, 어머니가 뒤이어 취조실을 떠날 때 카메라는 여전히 그들이 떠난 자리를 비추고 이 있다. 카메라에서 어머니의 모습이 사라지는 순간 울음소리와 벽에 머리를 박으며 자해하는 듯한 소리가 난다. 그러고 경찰들이 어머니의 행동을 막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취조실의 작은 창문에서 빗줄기와 사이렌 소리가 반복되는 모습과 어머니의 울음소리는 슬픈 그녀의 마음을 계속해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한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가 오는 밤 어머니가 마주한 아들의 죽음은 어머니 마음에 큰 구멍을 남긴다.





GV에서 감독님이 말씀하셨듯이 카메라가 취조실에 계속 남아 있었던 이유는 카메라는 엄마가 가지고 있는 감정, 마음을 의미한다. 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소리로 알 수 있듯이 죽음은 여전히 남아있는 사람에게 큰 고통을 남긴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카메라가 비추고 있는 취조실의 거울은 여기 있는 관객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라고도 언급하셨는데 그처럼 남겨진 자리와 그 거울을 관객이 바라보면서 우리의 상실도 다시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좋은 국제 단편영화를 보게 되어 재밌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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