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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17

봉준호

by 김민정

에드워드 에슈턴의 미키7을 원작으로 한 미키17 영화를 기다린 지 어연 1년이 넘었다. 드디어 개봉하자마자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처음 예고편의 첫 장면을 보자마자 당장 멈춰서 너무 재밌겠다는 생각에 주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미키7은 두 권으로 구성되어 하나의 큰 이야기를 이룬다. 영화가 책에서 나타난 입체적인 인물들과 크리퍼를 어떻게 표현해 낼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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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았을 때 책을 원작으로 한 어느 영화가 그렇듯 책의 내용을 모두 담을 수는 없지만, 각색과 책 속의 인물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았을 때 또 다른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책 속의 세계관이 꽤나 방대하다 보니 영화 속에서도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 시간을 꽤 들였다고 느꼈다. 영화는 니플하임을 향해 가는 우주선 안의 이야기를 주로 담고 있었지만 지구에서 있었던 로버트패티슨과 스티븐연의 과거 장면도 유쾌하게 설명해서 재밌었다. 햄버거보다 마카롱이 인기 있어질 것 같아서 사업을 시작한 그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마샬역을 맡은 마크 러팔로의 역할이 제일 크게 책과 다르게 느껴진 인물이었다. 책 속에서는 나중에 결국 회개? 하는 인물이지만 극 중에서는 오직 비겁한 인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느껴진다. 탑승객을 도구화하고, 특히나 익스펜더블을 소모품으로 생각하며 권력을 일삼지만, 그의 아내 '일파'역할을 맡은 토니콜렛의 말을 강아지처럼 따른다. 마마보이 같은 그의 모습은 꽤 웃기면서도 끝까지 그런 인물로 남아줘서 고맙다. 어딘가 익숙하고, 악독한 자본주의가 부부들이다.


영화 속 가장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인 크리퍼는 처음에는 약간 징그러웠지만 귀여웠다. 사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인간들이 외계인이지만 식민화하려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니 크리퍼들보다 더 징그럽다. 그리고 그들이 아기 크리퍼를 구하기 위해 우주선을 공격하지 않고, 빙빙 도는 모습은 우주선 내부에서 서로를 물고 뜯는 인간들과 아주 대비된다. 그리고 마샬 무리와의 충돌이 다가오고 있을 때 마마 크리퍼를 찾지 못하도록 서로 모이는 크리퍼들의 모습은 감동적이고, 인간의 존재가 하찮게 느껴진다. 그리고 우리의 미키17 그리고 미키18은 진짜 다른 인물처럼 느껴진다. 목소리도, 얼굴도 같지만 너와 나가 존재하는 상태에서는 결국 다른 인물인 것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의 삶을 진짜로 살게 된 우리의 미키 17, 아니 미키 반스.


로버트 패티슨에게 주연상과 조연상을 모두 안겨라..찌질하지만 강인하고, 늘 죽음을 경험하지만 죽음이 늘 두려운 그는 우리와 닮았다.


영화가 스펙터클하기보다는 미키의 감정에 더 깊이 이해해 볼 수 있어 오히려 잔잔한 느낌도 들었다. 책 속의 세밀한 묘사와 다양한 인물들을 모두 느끼기를 기대했다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봉준호 감독의 SF를 경험하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도 로버트 패티슨의 모습(특히 수많은 인파 속에서 마샬을 향해 총을 겨누는 장면)에서 송강호아저씨의 느낌이 나서 신기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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