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버거
무교인 것 치고 종교에 궁금증 가득한 사람이라서 늘 종교를 가진 친구들에게도 다양한 질문을 하기도 한다. 그런 나에게 때문 콘클라베는 예고편부터 너무 흥미로웠다. 교황 비밀투표라는 것부터 흥미진진하고, 온 나라 추기경이 모여서 과반수 나올 때까지 감금해서 투표하기? 말할 필요 없이 신선한 이야기였다.
영화의 요소 하나하나가 인상 깊은 점이 많았는데, 웅장한 음악과 중간중간 찢어지는 듯한 현악기 소리는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또 추기경들의 새빨간 복장과 수녀님들의 새파란 복장, 새하얀 성당과 우산의 조화를 보며 신성하기도 한 모습들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또 성당에 들어가기 전 스마트폰을 제출하고, 담배를 피우고, 보안검색대에 들어가는 것들을 보며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모습 같아 재미있는 시퀀스라고 느꼈다.
콘클라베가 진행되면서 완전무결해 보이는 종교인들도 역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출신 지역에 따라 무리를 이루기도 하고, 파벌을 형성하며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세속적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과거의 잘못이 있는 사람과 또 그것을 밝혀내는 사람, 탐욕을 가진 사람과 나설 용기는 없지만 자리는 지키고 싶은 사람, 어딘가 평범한 사회에서도 나타나는 인간 군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마치 백조가 물 안에서는 발을 세차게 휘젓듯이 그들도 신의 뜻이라곤 하지만 각각의 욕망을 품고 바쁘게 움직인다.
그중에서 콘클라베를 이끄는 단장 로렌스의 역할이 가장 눈에 띈다. (랄프 파인스가 멋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이 기도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거듭 말하며, 교황직은 결코 사절하여 자신의 이번 단장역할에만 충실하고자 한다. 그의 고뇌와 어디까지가 나의 역할일까라는 고민을 관객도 함께하며 나도 고민하게 만든다. 결국 그가 파헤쳐낸 진실은 선거에 흐름을 계속해서 뒤바꾼다. 시스티나 성당이 굳게 닫혀 밀실이 되는 것은 외부와 단절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서로의 민낯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밖에서 실제로 총알과 폭탄이 날아다닐 때 그들은 그들만의 전쟁을 하고 있었다. 로렌스는 투표장에서 성당에 그려진 최후의 심판에 몇 번씩 바라본다. 교황의 자리를 뽑는 상황에서 차악이 아닌 최선을 뽑고 싶은 그의 눈빛이 인상에 남는다.
결국 돌고 돌아 교황은 베니테스로 선출되었고, 새로운 교황의 비밀이 로렌스에게 드러난다. 베니테스는 자신도 신부가 된 이후 자신에게 자궁과 난소가 있음을 알았다고 고백한다. 이 이야기는 로렌스에게 큰 충격을 준 듯했다. 베니테스는 자신 그대로를 인정하고 원래대로 살기로 했다고 말한다. 정확히 이 영화가 의미하는 바가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사실 베니테스가 성별이 어떤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 그대로를 받아들일 줄 알고, 다른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모두가 원하는 사람처럼 완벽한 사람이 나타날 수는 없다.
선거가 끝나고 로렌스는 연못을 나가고 싶은 거북이를 다시 연못으로 되돌려 놓는다. 마치 여전히 교황청의 일부가 되어 나아가지 못하는 로렌스 그의 모습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하얀 문을 박차고 소녀들이 뛰어나오고, 문은 여전히 열려있다. 그 문을 통해 여러 희망과 단절된 사회의 탈피가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