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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레아 페레즈

자크 오디아

by 김민정

기존의 뮤지컬 영화와는 다른 문법을 가진 영화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뮤지컬 특유의 벅참과 속을 뻥 뚫리게 하는 가창을 보여준다기보다는 조금 더 자연스럽게 녹여내려고 한 것 같다. 하지만 뮤지컬영화를 선호하지 않는 나는 오히려 기존의 뮤지컬 영화와 달라서 더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강렬한 표정과 노래들이 인상 깊기도 하지만 그냥 내 취향이 아닌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조 샐다나의 훌륭한 연기는 뮤지컬에 적응되지 못하더라도 극을 따라가게 만들어 준다.

에밀레아 페레즈의 중심으로 영화가 펼쳐지는데 사실 관객입장에서는 공감 가는 인물은 아니어서 조금 힘들었다. 자신의 바람대로 여자가 되었으나 자신의 아이들을 되찾고 싶어 다시 리타를 만나 부탁한다. 새로운 삶을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성별만 바뀌고 싶고, 원래 가졌던 돈과 힘, 가족들까지도 다시 되찾고 싶어 한다. 보스 출신인 그가 했었던 짓은 기억하지 못한 채 말이다. 리타가 이 부탁을 들어준 건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라고 느꼈다. 하지만 실종자를 찾는 단체를 함께 운영하는 것에서는 의문이 들기는 했다.


그녀와의 연대가 그만큼 쌓인 걸까?


그건 둘째치고 애초에 실종자 찾는 단체 운영하는 사람이 마약왕, 살인도 한적 있는 사람 출신인데 자기 과거는 깨우치지 못했는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극 중 후반부에 가서는 제시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여 아이들을 데리고 갈 것이라 하자 제시를 모욕하며 ‘내 아이’라고 하며 불같이 화를 내는데 아 너무 무섭다. 제시가 이전에 한 남편에 대한 두려움, 남편과 변해버린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도 느낀 점이 없는 걸 보니, 아 정말 외형만 바뀐 사람이네라고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성격이 바뀔 수는 없지만 다른 성별이 가질 수 있는 감정에 대해서 공감의 모습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 더군다나 제시가 에밀레아가 자신의 남편인걸 알고 다시 그를 구하려고 하는 것도 별로다. 결혼생활을 5년 동안 버텨왔다고 이야기했는데, 다시 돌아간다? 인물들의 행동이 설득력도 없는데 자꾸 에밀레아 캐릭터가 좋게 포장되는 느낌이다.


결국 사랑이 사랑을 삼켜내어 죽음이라는 영화는 비극적인 결말로 흘러간다.


이 영화에서 트랜스젠더 캐릭터의 활용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에게 에밀레아 페레즈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이지 않게 다가온다. 연대와 사랑, 고통과 공감 그리고 시대에 발맞춰 다양성이라는 것을 담으려고 했으나 이를 이야기하는 캐릭터가 더 영화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결말에서 에밀레아 페레즈의 추모행진으로 또 한 번 에밀레아를 아름답게 포장한다.

감동과 공감을 느끼기에는 힘든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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