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베르헤르
개봉 당시에 보지 못해서 꼭 봐야지 하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영화인데, 이번에 재개봉을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영화를 보게 되었다. 뉴욕 맨해튼에서 살아가는 도그와 로봇의 만남과 헤어짐, 그들의 관계에 대해 대사 한 줄 없이 이야기하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영화를 보면서 도그와 로봇의 관계가 첫사랑이라고 느껴졌다. 둘이서는 처음 하는 것들의 연속이었고, 하나하나 맞춰갔고, 그들은 서로를 아껴주고, 함께 행복을 나눴다. 또 그들은 어느 인간사처럼 이별을 겪기도 한다. 움직일 수 없는 로봇을 구하기 위해 도그는 계속해서 로봇이 있는 해변가로 달려가고, 또 달려갔다. 로봇 역시 차가운 얼음 아래에 꼼짝없이 있지만 스크린을 탈출하여 도그를 찾으러 집으로, 영화 속으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신 없이도 잘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괜히 비극적으로 상상하며 서로를 계속해서 그리워한다. 홀로 남겨진 로봇의 답답함과 외로움이 스크린의 탈출로 더욱 나타나 도그를 향한 마음을 관객들에게 더 잘 전달해 준 것 같다.
끝내 이별을 받아들이고, 그들은 다시 직접 재회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서로를 느끼고, 그리워하고 있었다. September가 흘러나오는 음악에 몸을 맞춰 추억을 상기하며, 마음속으로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은 대사 한 줄 없어도 느끼기 충만했다. 비록 어렸을 적 친구 혹은 연인, 가족 등 같은 시간을 공유했던 사람들과 오랜만에 만났을 때를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함께하지 못하더라도 함께 찬란했던 시간을 보냈던 이들을 떠올리며 괜스레 마음이 애틋하고, 시큰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현재는 도그와 로봇처럼 곁에 다른 사람과, 다른 모습으로 함께하고 있지만 서로를 여전히 추억하고, 또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듯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해하고 있다. 우리들의 이야기와도 굉장히 맞닿아 있다고 느껴지는 영화였다. 누군가가 그리워진다면 이 영화를 통해 그를 추억하고, 현재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영화를 보는 다른 사람들도 지나간 인연을 어떻게 그리워하고, 아름다운 이별이란 무엇인지 알게되는 따듯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