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속 잠들어있던 6년 전 몽골여행
새벽 2시, 적막한 게르(*몽골 전통 이동식 가옥) 안을 우렁찬 휴대폰 알람 소리가 가득 채운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몽골의 별을 보기 위해 우리 한국인 5명은 이곳, 고비 사막까지 날고 또 달려왔다. 바로 지금이 별천지를 눈에 담기 직전의 순간이지만 한밤중의 알람은 여전히 시끄러운 소리일 뿐이다.
마치 허물을 벗는 애벌레처럼 침대 위 침낭에서 조금씩 기어 나왔다. 피부로 느껴지는 쌀쌀한 냉기가 몸을 더 움츠러들게 만든다. 고비 사막의 낮과 밤은 극명히 다르다. 낮에는 40도 이상 더위를 자랑하는 뜨거운 사막이지만, 밤에는 언제 뜨거웠냐는 듯 초가을의 날씨처럼 쌀쌀하다. 바닥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모래의 냉기를 막기에 몽골의 이동식 전통가옥인 게르의 천막은 홑겹의 천조각에 불과했다.
그때 바깥에서 탄성이 들린다. 먼저 게르 밖으로 나간 누군가의 환호 소리가 영화 인셉션의 킥처럼 비몽사몽인 우리를 번쩍 깨웠다. 게르 내부 가장자리를 따라 놓인 각자의 침대에서 하나둘 현관으로 걸어갔다. 불을 밝힌 게르에서 어두운 바깥으로 나오자 눈이 먼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물감을 한 방울 떨어뜨린 것처럼 '팟'하고 시야가 넓어졌다.
새벽 두 시의 몽골 하늘은 점이 아닌 면이었다. 검은색 도화지 위에 은하수가 연노랑색, 청록색, 푸른색 물감처럼 흩뿌려져 있었다. 은하수가 물들이지 못한 공간은 셀 수 없는 하얀 별빛이 채우고 있었다. 밤하늘이 비좁은 듯 별과 은하수가 눈앞의 지평선부터 머리 위를 지나, 반대편의 지평선까지 하늘을 가득 메웠다. 눈앞에 펼쳐진 황홀한 광경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띄엄띄엄 굵은 별똥별이 하나둘 떨어진다. 아쿠아리움 터널을 처음 들어간 아이처럼 빛나는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어떤 별은 눈앞에 있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지고, 또 어떤 별은 아득히 멀어 보인다. 마치 지구본 정가운데로 들어가 세계지도 대신 펼쳐진 별지도를 바라보는 것 같다. 날씨가 조금 더 따뜻했다면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밤새 별빛을 보다가 스르륵 잠들고 싶었다. 이 밤하늘을 다시는 못 본다는 사실을 어느 누구도 모르고, 차가운 밤공기에 떠밀려 게르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