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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수꾼 Apr 27. 2023

#2 교환학생 여행: 페로제도(2)

여행에 있어 중요한 것중 하나는 날씨라고 생각한다. 그날 그곳의 날씨가 어땠는지에 따라 같은 장소라도 감상은 완전히 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날씨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날씨가 좋지 않아도 예상대로 일정이 흘러가지 않아도 그걸 받아들이고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는것. 어쩔수 없는 일에 매달리고 아쉬워해봤자 남는건 없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하루와 어제는 친구들에게 고마운 날이었다. 강풍이 불고 심지어 눈까지 내려 하늘이 흐리고 풍경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덜대는 말 하나없이 연신 좋다, 멋지다라는 말을 해주던 친구들 덕에 날씨로 인한 아쉬움이 조금은 사라졌다.

3월에도 눈이 펑펑 오는 페로제도

첫번째로 칼스비크로 향했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간 것은 아니고 유명한 마을이라더라는 말에 간 곳이었다. 하지만 구름이 사방에 있고 비가 내리는 탓에 뭘 보기는 어려웠다. 아기자기한 마을들을 보고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분명 구글맵을 보고 찾아갔는데 간판이 없어 한참을 주위에서 헤메다 카페로 들어갔다. 이럴때면 한국의 화려하게 빛나는 네온사인들을 떠올리게 된다. 이렇게 궃은 날씨에 빨리 카페에 들어가고 싶을 때에는 휘황찬란한 간판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카페에서는 커피와 당근 케이크를 시켰다. 크림치즈같은 것이 올라져 있는 케이크였는데 최근 먹은 케이크중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었다. 응축된것 같은 살짝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케이크 시트와 위 크림의 조화, 그리고 같이 나온 적당히 달고 고소함이 느껴지는 생크림까지 완벽한 디저트였다. 따뜻한 커피와 함께하니 다시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었다.

날씨가 좋지 않아 실내로 가기 위해 페로제도의 수도인 토르스하운으로 향했다. 수도고 가장 번화가라지만 워낙에 사람이 적게 사는 탓인지 한적하고 시골마을같은 느낌이었다. 근처 박물관이 곧 문을 닫기에 서둘러 그곳으로 향했다. 작은 미술관이라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 이상으로 알찬 곳이었다. 


페로제도의 풍경들을 그린 그림들과 페로제도 출신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설명이 덧데어져 있어 다양한 사실들도 알수 있었는데 그중 양과 관련된 것이 인상깊었다. 페로제도에는 사람보다 더 많은 수의 양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양들은 야생 양들이 아니라 모두 누군가의 소유라고. 차도에 양떼들이 있어 지나가길 기다렸는데 겁이 없는 것인지 차가 있는데도 갈 생각도 하지 않고 우리를 멀뚱멀뚱 바라보던 양들이 생각난다. 가족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림과 조각들을 보고있자니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아보이는 장소까지 알차게 담겨있었다. 박물관에서 일하시는 분도 친절하셔서 더 기분좋았던 공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바닷가 하나를 더 보았다. 바다 특유의 짠내가 강한 곳이었는데 볼수록 제주도가 생각나는 곳이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이상하게도 자꾸 한국의 어느 곳을 떠올리게 된다. 여기는 한국의 어느 곳과 비슷하고 여기는 또 어디같고 낯선 곳에서 익숙한걸 찾으려고 하는 본능인것 같기도 하다.

잠깐 날이 갠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산 위에 군데군데 있는 조그마한 집들과 자연의 조화가 평화롭고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마지막 일정을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해먹고 이야기를 나누다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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