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난 오늘부로 브런치 작가를 포기한다.

글 발행의 무게감

by 신민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 나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이것이 의무감에서 비롯된 글인지, 아니면 내 마음이 온전히 담긴 글인지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


브런치에서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나는 작가가 되기 위해 심사를 통과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우리는 브런치의 일원으로서 글을 발행할 권한을 얻었지만, 그 권한은 때때로 무겁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단순히 글을 올리겠다는 마음가짐이었지만, 지금은 퇴고와 수정의 반복 속에서 내 의도가 제대로 담겼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에 빠진다.


브런치의 심사를 통과한 글의 퀄리티를 유지하지 못하며,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쓰기 어려워졌다. 결국 몇 시간씩 고민하며 작성한 글은 1~2개월이 지나야 비로소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나는 점점 지치고, 매주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과 심사받은 만큼의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이 나를 짓누른다.


짧은 글을 작성하기 위해서도, 나는 글을 시작하기 전에 내 생각이 올바른지, 정말 내 마음속 깊이에서 우러나온 진심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키워드를 문서에 던지며, 내 마음과 경험이 문장으로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글이 완성된다. 이 짧은 글에도 2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난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작성할 수 없었던 이유는, 높은 산을 오르려는 마음처럼 내 기대가 내 어깨를 짓눌렀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의 빛나는 글귀 속에서 나는 그림자처럼 움츠러들고, 진심을 담고자 하는 열망이 내 마음을 깊은 바다로 끌어당겼다. 글을 완성하기 위한 시간의 사슬에 갇혀, 나는 숨을 죽이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나는 브런치 작가의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는 나의 소란스러운 일상을 담고 싶었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 스스로의 심사를 거쳐 발행된 글들은 이러한 의도를 담고 있음에도 가볍지 않았다. 그 무게감이 나를 억누르기 시작했다.


나는 더 이상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않겠다. 하지만 글쓰기는 계속할 것이다. 아직 나에게 작가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 이름은 무겁고, 그 무게를 견디기에는 내 마음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나는 이 무게감을 더 이상 짊어지지 않겠다. 아직은 이르다.


나의 브런치 작가 생활은 2024년 8월 6일에 시작되어 4개월 동안 이어졌다. 오늘 작성한 글을 포함해 총 15개의 글을 썼고, 그중 5개의 글은 마음에 들지 않아 삭제했다. 결국, 10개의 글이 남게 되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살아남기 위해 역사를 공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