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살이를 시작합니다

무작정 남해로 떠났다

by 김다인

"자기야, 나 좀 이상해"


6월의 어느 주말, 가족들과 점심을 먹고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나는 갑갑함을 심하게 느꼈다. 참다가 남편에게 하소연을 하였는데, '이상해'라고 말하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울컥도 같이 올라와 한바탕 눈물을 쏟아버렸다. 최근 논문 작업도 끝나서 부담되는 일들에서 해방되었는데 뭐가 그렇게 답답해서 눈물이 나왔는지, 꾹꾹 참았던 감정들이 올라왔다. 심각하다고 느낀 남편은 그 길로 을왕리로 차를 돌렸다.


바다를 보고 나니 막혔던 속이 좀 뚫리는 듯하였다. 이때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바닷가 근처에서 살아보자고 남편이에게 제안하였다. 어차피 하반기에는 상담하고 공부하고 글을 쓰며 조용히 보낼 참이었다. 나는 온라인으로 상담을 하고 있고 남편도 노트북만 있으면 일할 수 있는 직업이었기 때문에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오히려 논문을 써야 하는 나 때문에 그동안 여행 등 이동이 어려웠다.


리브애니웨어 앱에서 바다가 보이는 어촌 마을 숙소를 알아보았다. 가급적 멀리 떠나고 싶어 남해로 알아봤는데 마침 관리가 잘 되어 보이는 정겨운 시골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옥상에서 보이는 바다 뷰가 사진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장기 거주가 목표였기 때문에 가능한 예약할 수 있는 만큼 꽉꽉 예약해 버렸다. 그게 17박 18일이었다.


남해까지 가는 시간이 꽤 걸리기에 예약일 보다 하루 먼저 출발하였다. 중간쯤인 천안에서 숙박을 하고 다음날 오후에 남해에 도착하였다. 집 앞은 온통 산과 논밭이었고 집 옥상으로 올라가면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앞마당이 넓은 논과 바다라서 세상 땅 전부가 내 것인 것 같았다. 시골이라 가축의 변 냄새만이 진동할 줄 알았는데 여름의 싱그러운 논 향이 코와 마음을 뚫어 주었다. 공기만으로도 내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분간 남해에서 지내면서 깝깝했던 마음을 돌아볼 예정이다(이미 집을 떠난 것만으로 많이 괜찮아진 것 같지만). 며칠 전이 남편과 연애 때부터 10주년이기도 하였다. 그이와의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10년을 어떻게 살아가며 사랑할지 이곳에서 많은 대화를 하면 좋겠단 식으로 그이를 설득시켰다(꼬셨다가 더 맞는 말이겠다). 그건 그렇고 대체 난 왜 그렇게 답답하고 떠나고 싶었을까? 남해에 있는 동안만큼은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깊이 생각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