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살이를 마무리하며
“힘들 때는 사실 좀 훌쩍 떠나는 게 좋은 것 같기도 해”
남해살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재정비를 하고 있던 중 지인 P에게 온 카카오톡 메시지였다. 내가 남해에 있는 동안 P는 허리 디스크 때문에 한 달 동안 병원에 입원했었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돼서 안부 차 연락을 하였다. 지금은 통원 치료를 받는다고 답변을 준 그는 내가 남해살이를 했다는 걸 알고 왜 떠났는지 이유를 물어왔다. 그냥 마음 때문에 갔다고 말하니 저렇게 답변을 준 것이었다. 걱정되어 내가 연락했는데 되려 그의 메시지에 위로를 받았다.
P의 말이 맞았다. 내가 집과 사무실을 두고 떠난 건 말 그대로 어딘가로 훌쩍 떠나버리고 싶었던 거였다. 일상이 무너져 되찾고 싶은데 방법을 찾지 못해 허덕거리기만 하였다. 원래대로 하면 되겠지 싶으면서도 마음에서 제동을 걸었다. 이건 의지고 나발이고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 마음의 중심이 잡혀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당장 마음 돌아볼 곳이 필요하여 지금 있는 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친구나 가족 등 어떤 잡음도 들리지 않아야 했다.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땐 그 어떤 말과 환경에 휩쓸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어서 이 주변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떠안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올해 초에 벌인 일들이 많고 결국 하지 못하겠다고 기회를 저버린 일들도 있었다. 더불어 지난 과거와 마주해야 할 사건들도 생겼다. 그럴 때마다 현재만 딱 집중하자며 밀어냈지만 한두 번은 견딜 수 있어도 그 이상은 힘들었다. 결국 해야 할 일을 여차저차 마무리하고 나서야 마음이 뒤죽박죽 되어 있다는 걸 알았다.
집에서 가장 먼 곳이었으면 하였다. 주변 환경이 조용하고 평온했으면 해서 해외보다는 한적한 국내 시골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집에서 가장 먼 곳이면서 가보지 않았던 곳이었으면 했다. 숙박 앱에서 찾은 어느 시골집의 전경이 뒤엉켜 있는 내 마음을 확 잡아끌었다. 지도를 보니 가장 밑으로 위치가 찍힌 점도 좋았다. 그렇게 훌쩍 남해로 떠났다.
7월의 대부분을 남해에서 보냈다. 남해에 있는 동안 마음을 괴롭히는 원인을 글로 풀어냈다. 나를 괴롭혔던 기억들을 종이에 써 내리면서 기억의 흔적이 희미해지길 바랐다. 애매모호하고 불편하게만 느꼈던 감정이 글에서 선명해져 왜 이렇게 힘들었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솔직히 떠난 것 자체가 지금의 내 상황이 불편하여 회피하려고 하는 건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도무지 마음의 원인을 마주하지 못할 게 뻔하였다. ‘자, 이제 시작하는 거야’로 될 문제가 아니었다. 마음도 맞이할 준비가 필요하였다. 그게 내게는 남해살이가 된 것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정이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마음의 중심이 조금씩 잡히었다. 멈추었던 운동과 명상을 시작하였고 명리 공부와 사주 상담을 무리 없이 수행해 내고 있다. 쓰고 싶은 글도 생겼다. 마음의 중심이 서니까 일상을 열심히 살아갈 힘이, 잘 살고 싶다는 열정이 생겼다. 또 이렇게 살아가는 방법 하나 터득한 거겠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남해를 떠올리면 마음의 평온함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무작정 남해살이>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쓰는 동안 마음을 돌아보고 남해를 떠올리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연재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