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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글쓰기가 너무 어렵다

by 다인

나는 요즘 글 쓰는 게 너. 무. 어렵다. 어떤 이들은 ‘권태기’의 권을 빼고 ‘글태기’라고 부르던데, 사실 뭘 좀 많이 써야 권태기도 있는 거지, 내가 쓴 글의 양을 보면 그럴 처지도 못 된다.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단전 깊은 곳에서 무언가 잡아끌어내는 느낌이다.


그동안 꾸준히 글을 써오긴 했다. 블로그에 일상 글을 올리고, 일로는 상담지를 작성한다. 글과 멀지 않은 삶을 살고 있지만, 쓰면 쓸수록 어렵게 느껴진다.


솔직히 쓰고 싶은 글이 있어 한동안은 열심히 쓰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회사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풀고 싶어, A4 80매 분량의 원고를 완성했다. 이 정도면 투고해도 되겠다 싶어 조심스레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계약하자는 곳은 없었다. 이후로 거절당했다면 문제점을 찾아야 했는데, 마치 헤어진 연인을 뒤로하고 바로 다른 연인을 찾아 나서듯, 그저 받아줄 출판사만 물색했다.

그러다 이따금 긍정적인 답을 주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늘 다른 조건이 붙었다. 새로 만난 남자가 계산대 앞에서 “나 정도 만나려면 네가 부담해야지?” 말하듯, 저자가 감당해야 하는 금전적 조건이었다. 물론 감당할 수는 있지만, 애초에 그런 제안이 붙는 것 자체가 원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 씁쓸했다.


'너무 재밌어서 여러 곳에서 연락이 오면 어디랑 계약하지?'

(창피하지만, 정말 이렇게 생각했다.)

'너무 유명해져서 책 속에 나오는 특정 누군가로부터 연락이 오면 어떡하지?'

(그런 일이 실제로 생기면 어쩌나, 살짝 무섭기도 했다.)


평소 김칫국을 좋아한 나머지(해장에 좋으니까) 김칫국을 한 대야로 들이켰다. 기대가 컸던 탓인지 매운 고추를 씹은 것처럼 속이 쓰라렸다. 원고만 쓰면 그 뒤로는 착착 진행될 줄 알았다. 브런치에서 반응도 좋아서 통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출간의 벽은 역시 높았다. 연이은 투고 실패의 후유증 때문인지, 그 뒤부터 글쓰기가 더 힘들어졌다.


자신감도 바닥났다. 쓴 글을 아무리 읽어도 마음에 들지 않아 폴더 어딘가에 처박아 두었다. 그런데 또 쓰지 않으면 마음이 허전했다. 이 감정은 대체 무엇일까. 나로서도 내 마음을 알 수 없다. 뭐라도 쓰면 알 수 있겠지라는 심정으로 책상 앞에 앉아도 머릿속은 텅 빈 느낌이다.


무슨 글을 써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나는 이참에 ‘글쓰기의 어려움’에 대해서만 써보기로 했다. 네이버나 브런치에서 ‘글쓰기’를 검색하면 글쓰기 비법이나 꾸준히 쓰는 힘을 예찬하는 글은 많지만, ‘쓰기 어렵다’의 고백은 생각 외로 많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가서 내 어려움에 대해 말하고 싶은데 정작 들어줄 사람이 없는 것 같달까.


글은 써도 써도,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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