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미소엔 칼이 들려 있었다
손바닥 맞는 소리는 열 번이나 울려 퍼졌다.
그중 다섯 번은 오른손, 다섯 번은 왼손.
그것이 끝나자, 나래와 수빈은 각자 자리에서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책상에 얼굴을 묻은 채 흐느끼는 수빈,
눈을 부은 채 창밖을 바라보는 나래.
하지만 그들을 위로하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몇몇은 조용히 말했다.
“거짓말하다 들통나니까 우는 거지.”
“그럴 땐 참더니, 이제 와서?”
누군가는 작게 비웃었다.
“그래도 벌은 받아야지.”
그때 형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우유팩을 흔들어 제티를 섞는다.
슬며시 다가가 정연의 책상에 우유를 올려놓는다.
“그런 일이 있었는 줄 몰랐네...
멋진데~ 여친으로서 정말 자랑스러워~
역시 인성초의 별이야.”
정연은 잠시 우유를 보다가,
형준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찰싹 때린다.
“그 소리 하지 말랬지.”
형준은 고개를 돌리며 웃는다.
“그래도 멋지긴 멋졌어.”
우덕은 창가에 기대서 나래와 수빈을 흘끗 본다.
“쯧쯧… 예린이가 처음 왔을 때 약해 보여서 그랬던 거겠지.
루비코가 그리 하라고 가르쳤나?”
규만이 맞장구친다.
“맞아. 예린이는 여려 보이니까.
정연이나 민지는… 무섭지. 분위기도 다르고.”
형준은 웃으며 정연의 뺨을 손가락으로 쭉 늘린다.
“정확히 말하면, 민지만 무섭지~
정연이는 바바, 얼마나 귀여워~”
정연이 꿀밤을 날린다.
“하지 마, 진짜!”
하지만 때린 손이 더 아프다.
정연은 손을 흔들며 시무룩하게 입을 삐죽인다.
그 순간
예린이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난다.
아직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나래와 수빈에게 다가가,
두 사람만 들을 수 있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봤냐?”
나래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예린의 얼굴엔 웃음기가 없었다.
“너희는 내 상대가 아니야.”
수빈이 숨을 멈춘다.
“너네가 먼저 날 건드렸지?
이제부터 시작이야.”
그리고 예린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돌아선다.
걸음은 조용하지만, 기세는 너무 또렷했다.
진실이 무너지고, 거짓이 박수받을 때
누군가는 조용히,
진짜 전쟁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