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90화 이게 학교냐, 법정이냐

말하는 쪽만 늘 죄인이었다

by 동룡

수업 도중, 복도에서 낮지 않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은 고개를 돌렸다.

경찰이었다.
그 뒤에는 나래의 어머니도 함께 있었다.

교실 문이 열리고, 경찰 한 명이 단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안형준, 정규만, 정예린, 서우덕.
지금 당장 밖으로 나와.”

교실은 삽시간에 웅성웅성해졌다.
아이들이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보았다.
형준과 규만, 예린, 우덕은 아무 말 없이 일어섰다.

그들이 복도로 나가자
옆반에 있던 대용도 복도로 불려 나왔다.


교무실.
문이 닫히자마자 경찰은 입을 열었다.

“최근에 이나래 어린이가 폭행을 당해 중상을 입었지.
익명의 제보가 하나 들어왔어.
평소에도 괴롭힘이 있었다는데… 너희가 그런 거니?”

순간, 침묵.
그리고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우덕이었다.

“그럼 우정카드 사건부터 말씀드릴게요.
그 사건이 있었고, 그다음부터 쭉 이런 일들이 벌어졌어요.”

형준도 고개를 들었다.

“게다가 이나래랑 최수빈은
예린이를 화장실에서 폭행하려고 한 적도 있어요.
정당방위였다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그들도 같이 조사를 받아야 맞는 거 아닌가요?”

예린은 말도 꺼내기 어려운 듯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대용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전… 같은 반도 아닙니다.
이 일과 관련이 없어요.”

규만은 입을 열었다.

“저는… 신체적인 폭력은 하지 않았어요.
진짜로.”

그때, 나래의 어머니가 소리를 질렀다.

“니들!!! 그래놓고 뻔뻔하게 병문안을 와?
그래!!
이렇게 된 모습 보니까 속이 시원하든?!”

아이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지만,
예린이 울면서 맞받아쳤다.

“선생님들,
간식 장사 이야기는 학교에서 다 말씀드렸잖아요…
이미 끝난 얘기예요.
그리고, 우리가 이나래 저렇게 만들었다는 확실한 증거 있나요?”

경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일단은 전원 경찰서로 가서 조사를…”

그 순간, 형준이 딱! 손을 들며 말했다.

“잠깐만요.
저희가 왜 가야 하죠?”

경찰은 당황하며 형준을 바라봤다.

“아저씨, 신고를 받고 오셨겠지만
우린 현행범도 아니고요.
도주 우려도, 증거 인멸 우려도 없어요.
그래서 긴급체포 안 되죠.
그리고 방금까지 미란다 원칙 고지도 안 하셨고,
임의동행이라는 말도 없었어요.”

형준은 더 당당해졌다.

“임의동행은 저희가 동의 안 하면 못 가요.
끌고 가면 불법연행이에요.
우리 외삼촌 검사거든요.
이런 건 다 알아요.”

경찰은 말을 잇지 못했다.
선생님은 이마를 짚으며 속삭였다.

“… 쟤는 또 저런 건 어디서 들은 거야…”

그때, 규만이 분노에 찬 얼굴로 외쳤다.

“아니 근데!!!
생각해 보니까 진짜 지긋지긋하네!!
맨날 우리만 가지고 뭐라 하잖아!!
증거도 없고, 누가 했다는 말도 없이!!
그냥 우릴 계속 몰아!!”

우덕도 두 손을 들며 소리쳤다.

“맞아!! 증거 있냐고요?!
맨날 말로만 몰아붙이면서 우리 탓만 해!!”

형준은 친구들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얘들아, 괜찮아. 무고죄라는 것도 있어.
증거 없이 우리 잡아당기면,
우리도 그 사람들 신고할 수 있어.
교육청에 민원 넣자.
이딴 학교 더 못 다니겠다고.
학교 오면 아줌마 와서 소리 지르고,
경찰 와서 우리 잡아가려고 하고!!
이게 뭐냐고!!”

교무부장, 교감 선생님까지 들어와 형준을 말리기 시작했다.

“형준아, 제발… 그런 식으로 몰아붙이지 말고…”

하지만 예린이 소리쳤다.

“왜요?!
누구는 맨날 와서 우리 보고 나쁜 애들이라고 하고,
그건 되고, 우리는 말도 못 해요?!
나도 내일 우리 엄마 데려올 거예요!!
그리고 경찰서에 이나래랑 수빈이한테 맞을 뻔한 거 정연이랑 민지 증인으로 해서
정식으로 신고할 거예요!!”

그녀는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이게 사자성어로 그거잖아요!!
적잔하장…? 아니,
적반하장!!
우리도 당한 거 있다고요!!”

교무실은 난장판이 됐다.
경찰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갔다.
나래 어머니는 경찰을 따라가며 말했다.

“이걸로 끝나는 거 아니에요.
진짜 끝 아니라고요!!”

선생님들은 남아있는 아이들을 붙잡으며
“미안하다, 진정해라…”를 반복했지만

아이들은 더 이상 참지 않았다.

우덕이 말했다.

“하나씩. 모두 다. 이제 우리도 할 거예요!! 사탕과 초코파이를 박스채로 주셔도 화 안 풀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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