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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안유 Aug 31. 2022

전략적인 인적 관리

끊임없이 혁신하는 바다, 고성 켄싱턴 비치

야마다 사장의 경영 핵심복지일까 혁신일까?  

     

미라이 공업 고(故) 야마다 사장의 성공 신화는 한국에서도 널리 회자되어서 야마다라는 이름은 알고는 있었다. 이번에 지난 2014년 MBC에서 방영한 <야마다 사장 샐러리맨의 천국을 만들다>라는 작품을 우연히 보게 된 덕분에 미라이 공업 발전사를 살펴봤고 야마다 사장의 경영철학과 회사 일에 임하는 직원의 자세를 분석해 볼 수 있었다. ‘야마다 사장 샐러리맨의 천국을 만들다’를 시청한 후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 “한국에서 야마다 사장처럼 경영하면 과연 성공할까?”라는 의구심이었다.    

   

미라이 공업의 정년은 70세다. 전 직원이 정규직이며 종신 고용이 보장된다. 잔업이나 휴일 근무가 없고, 오후 5시에는 무조건 퇴근해야 한다. 그리고 성과주의 능력주의를 배척한다. 한국에서는 아주 흔한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가 없다. 근속연수와 나이 순서대로 승진이 이뤄지며 경쟁적인 인사제도가 없다. 야마다 사장은 사원 평가를 하지 않는다. 사원이 자신보다 일을 잘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오너가 야마다 사장처럼 사원들에게 돈을 팍팍 쓰고, 자유방임으로 조직을 방치하면 저절로 성장할까. 안타까운 일이지만, 야마다 사장을 아무 생각 없이 흉내 내다가는 멀쩡한 기업도 얼마 가지 않아 망하게 될 게 분명하다. 야마다 사장의 경영 핵심이 겉으로 드러난 복지도, 방임주의도 아니기 때문이다. 야마다 사장의 복지 경영과 방임주의는 그의 핵심 경영전략을 도와주는 하나의 방편일 뿐, 성공의 핵심 전략은 따로 있다.      


<야마다 사장 샐러리맨의 천국을 만들다>에서 눈에 띄는 장면은 “항상 생각하라!”는 주문과 정기적인 제안서 심사였다. 급여 인상, 상여금 지급, 직무환경 개선, 유급휴가 등은 엄밀히 따지면 직무 불만족 요인을 제거하는 요소이다. 직무 불만족 요인을 제거해준다고 해서 직원들의 역량이 100% 발현되는 건 아니다. 직무환경이 좋으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일의 능률의 오르는 건 사실이지만 획기적인 발전 기반이 되는 건 아니다.  

    

야마다 사장이 강조한 ‘항상 생각하라’는 궁극적으로 동기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었다. 직원이 성취감을 느끼고, 업무를 인정받으려면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야마다 사장은 동기 요인을 자극하기 위해 ‘항상 생각하라’라는 경영철학을 내세웠다.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인 ‘자기 주도형 혁신’을 요구한 것이다. 야마다 사장이 ‘자기 주도형 혁신’을 경영철학으로 삼은 배경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야마다 사장 샐러리맨의 천국을 만들다> 첫 장면에서 봤듯이 야마다는 연극 극단 출신이다. 아버지 회사에 근무하면서 일은 안 하고 연극에만 몰두해 직장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이건 표면적 문제고 본질은 ‘혁신’에 있었다. 야마다는 혁신을 강조했고 아버지는 혁신을 싫어했다. 이런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던 1965년 7월 회사를 나와버렸고 1965년 8월 공동 창업자 시미즈 쇼 하치(기술개발 담당)와 미라이 공업을 설립했다.  

    

영업력을 갖춘 야마다와 기술이 있는 시미즈 쇼 하치는 환상의 스타트 업 콤비였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처음에는 오리지널리티 확보에 주력했고 뒤이어 소비자 편의에 맞춰 다양한 시리즈를 내놓기 시작했다. 물론 팔리지 않는 제품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구색을 많이 갖추다 보니 “미라이 공업에 가면 건축설비에 필요한 모든 게 다 있다, 하나같이 편리하고 독특하다”는 평판이 나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편리하고 독특한 제품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에서 나온다. 1965년 설립 당시부터 혁신경영으로 먹고 살아온 기업이니 직원의 아이디어가 곧 회사의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니 “항상 생각하라!!!”라고 독려하고 생각할 수 있는 복지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 직원이 낸 제안서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시제품을 만들어 특허, 실용신안, 의장 등록하니 1등 기업의 반열에 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야마다 사장 샐러리맨의 천국을 만들다>에서도 등장하지만 전기 콘덴서 박스는 직원의 대표적인 아이디어 상품이다. 과거 벽이나 기둥 안에 부착시켰던 콘덴서는 PVC가 주요 재질이라서, 고장 난 뒤에 콘덴서 위치를 찾으려면 벽면을 뜯어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미라이 제품은 콘덴서 박스 위아래 부분에 알루미늄 테이프를 둘러 휴대용 금속탐지기에도 쉽게 잡히도록 고안했고 이는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성과주의 능력주의를 우선하는 우리 기업이 이 다큐멘터리에서 눈여겨봐야 장면은 야마다 사장이 회사 현관에 붙여 놓은 ‘문을 열지 말고 통과하라’는 문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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