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대 조교의 시선으로 읽는 예술경영

예술경영과 인터뷰 1

by 감바
예술경영을 배우는 학생들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학교의 흐름을 지켜봐 온 그. 그의 눈에 비친 예술경영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이곳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하고 있을까?
인터뷰가 시작되자, 우리는 자연스럽게 아는 사람들 이야기부터 꺼냈다. 익숙한 이름들이 오가며 분위기가 금세 풀렸다. 예상보다 훨씬 편안한 시작이었다. 하지만 편안함 속에서도, 그가 이 자리에서 겪어온 시간과 고민들이 문득 궁금해졌다.
그가 조교가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가 마주한 예술경영의 현장은 어떠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을까. 그의 과거부터 차근히 탐구해 보기로 했다.


1. 과거

- 예술경영을 어떻게 처음 알게 되신 건가요?
저는 원래 타학교에서 문화기획을 전공했어요. 예술경영에서 하는 일과 비슷하게 이벤트, 행사, 콘서트 기획 등을 했죠. 그런데 학교가 천안에 있어서 다니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던 중, 서울예대에 다니던 고등학교 친구가 예술경영전공을 추천해 줬어요. 그때가 군 복무 중이던 시절인데, 어느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웃음)


- 아 군대 동기 분이 알려주신 건가요?
알려준 친구는 고등학교 동창이었어요. 휴가를 나와서 그 정보를 듣게 된 거죠. 그때 처음 예술경영을 접하고,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부터 거창한 뜻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 그렇게 찾아온 서울예대에서 어떤 부분에서 가장 큰 도움을 얻었나요?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건 함께할 동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이전 학교에서는 프로젝트를 기획해도 함께할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거든요. 하지만 서울예대에서는 ‘이걸 한번 같이 해보자’ 하면 금방 뜻이 맞는 친구들을 찾을 수 있었어요. 새로운 기획을 고민할 때도, 같이 아이디어를 던지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죠.


-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있나요?
아, 혹시 매년 학교에서 패션쇼 하는 거 알고 계신가요?


- 그럼요, 알고 있죠! 학교에서 하는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데요.
사실 그 패션쇼를 제가 처음 시작했어요.


- 저는 패션쇼가 예전부터 내려온 전통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그렇게 오래된 건 아니에요 (웃음)

Screenshot 2025-06-21 at 9.20.46 PM.png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재미있는데, 당시 얼굴만 알고 지내던 친구와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의 고민을 공유했어요. 저는 학교 전체를 활용한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고, 그 친구는 의상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그렇게 ‘그럼 학교에서 야외 패션쇼를 열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기획으로 이어졌어요. 마침 제가 ‘마중’이라는 동아리의 단장을 맡고 있어서, 경기도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도 있었고요.


- 그때가 한창 코로나로 인해 활동에 제약이 많았던 시기 아닌가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려웠을 것 같기도 한데…

힘들었죠... 많이 힘들었어요. 제약이 진짜 많고 학교를 나올 수 없는 것도 되게 많고. 당시 안심대문이라고, 학교 빨간 다리 밑 통로에 천막이 하나 있었어요. 그래서 캠퍼스로 들어가려면 매번 QR 코드 찍고, 손 소독 하고….

- 들어갈 때마다 하려면 정말 힘들었겠어요… 그렇게 학교 생활을 힘겹게 마무리하고, 어떻게 조교를 하게 되신 건가요?

음.. 사실 말씀드린 그 패션쇼에 공을 정말 많이 들였어요. 거의 제 졸업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끝내니, 너무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교수님들께서 저에게 조교 자리를 제안해 주셨어요. 제가 학부 근로를 한 경험도 있어서 저를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웃음) 그래서 제안받고, 집도 가까우니 한 번 해보자, 하고 시작하게 되었어요.


- 서울예술대학교 예술경영의 조교는 어떤 업무를 하나요?

많은 분들께서 궁금해하시는데, 저희는 행정 조교예요. 그래서 행정 업무를 위주로 하고, 처리할 것들을 맡아서 하죠. 가령, 지금은 수강신청이 기간이니까 수강생 등록해 주고, 시간표 짜고, 학생들 학점 인정 관련해서 정리하고. 또 서울예대는 인턴십 프로그램이 있으니 그것도 도맡아서 하죠. 그 외에도 교육부에서 공문 확인, 기자재, 실습비 관리, 현장 학습 계획, 이런 것들을 다 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 생각보다 할 일이 정말 많네요! 그렇게 바삐 보내던 조교 생활을 올해 마무리한다고 들었는데, 총평을 내려본다면?
이게 서울예대 생활에 대한 총평인지 조교 생활에 대한 총평인지가 달라질 것 같은데, 어떤 걸 이야기할까요?


- 가능하다면 한 문장씩?
욕심이 많으시네요 (웃음)

우선 학생 때의 학교 생활은 좀 아쉬웠던 것 같아요. 당시 코로나로 인한 제약 때문에 아쉽게 느껴지네요. 저도 개인적으로 지쳤던 시즌이기도 했고요. 반면에 조교 하면서는 잘 쉬었던 것 같아요. 처음 1년은 힘들 때도 있었는데, 적응하고 나니까 2년 차는 너무 편하게, 잘 쉬었던 것 같습니다.



2. 현재

- 서울예대 예술경영에 대해서, 조교로서 한 번 설명해 주세요!

아, 우선 입시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보통 매년 수시와 정시 기간에 2-30명, 해서 총 5-60명 정도가 한 학년에 모이게 되어요. 감바 님은 아시겠지만, 예술경영은 공연과 영상 콘텐츠 기획으로 나뉘어 있어서 최대한 균형 있게 뽑으려고 하는 편인 것 같아요.


- 예전에 입시를 준비하면서 항상 궁금했는데, 작문 문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가요?
아, 우선 교수님들께서 작문 문제를 미리 제출하세요. 한 분당 5-6개의 문제를 입학처에 제출하시는 거죠. 그리고 입학처에서 그걸 랜덤으로 뽑아서 내기 때문에, 시험 당일까지 어떤 문제가 나올지 아무도 몰라요.


- 아, 지금까지의 문제들을 보면서 각 교수님들의 색깔이 확실하네 드러난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군요!
맞아요, 같이 합심해서 내시는 게 아니라, 각각 제출하시는 거라 그렇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 확실히 조교님과 대화하니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 ‘예술경영’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궁금해요.

음, 이 부분에 대해선 오히려 제가 먼저 질문하고 싶어요. 예술경영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 음… 지금까지 내린 결론은, ‘예술의 뾰족한 부분들을 둥글린다’인 것 같아요. 때때로 이해하기 어려운 형태로 등장하는 예술 작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그리고 대중들에게 그것을 이해시키는 게 저희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정도로 번역하는 개념으로 바라보신 거죠? 어쨌든 간에 대중을 설득을 해야 되는 거니까.

저는 이걸 좀 더 깊게 설명하려면 공연기획과 예술경영의 차이점부터 짚고 넘어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럼 결국은 예술이 뭐냐는 질문을 빠뜨릴 수 없는데… 감바 님은 예술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 주도권을 빼앗기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제 얘기를 먼저 해볼게요 (웃음)

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가상이라고 생각해요. 이 모든 체계는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가상인 거죠. 그리고 이 가상의 세계는 인간이 만든 만큼 불완전하고, 예술은 이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예술은 가상 세계를 한 번 더 가상으로 나타내는 개념이 되는 거죠.


- 그러나 가상이 중첩되면서 오히려 이 세계를 더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두 발짝 멀어진 만큼 진리에 가까워지는 거 아닐까요? 제가 ‘사유가 강제된다’는 말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예술이 딱 가상의 가상으로서, 사유를 강제하는 것 같아요. 제가 예술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것도 이런 점에서 비롯되었고요.

가상의 가상이라는 표현이 재미있네요, 역의 역은 결국 처음으로 돌아가듯이! 플라톤의 예술에 대한 정의가 떠오르기도 하고...


맞아요, 예술경영은 결국 이렇게 각각이 생각하는 예술에 대한 가치들을 잃지 않게끔 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공연 기획’은 누구나 다 현장에서 배우다 보면 해낼 수 있어요. 근데 예술경영을 할 수 있느냐, 이건 진짜 별개의 문제인 것 같아요. 가끔 예술경영이 아니라, 공연기획만 하러 오는 친구들이 보이는데 그럼 그 차이점은 어디서 오냐, 저는 개인이 지닌 ‘가치’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 정말 공감되는 것 같아요! 예술과 예술경영의 범위가 정말 넓잖아요, 그래서 본인의 가치에 따른 목적이 확실해야 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저는 애초에 예술인이라면 나의 것을 주체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도 그냥 창작이 아니라, 본인의 가치를 표현하는 창작이어야겠죠. 예술경영인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나만의 가치를 깨닫고 추구하는 것, 이것을 표현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태도로 예술을 접하는 것이 예술경영인 것 같아요. 공연을 기획한다고 해도, 그냥 ‘기획’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공연’을 기획하느냐,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되겠죠.


- 특히 조교를 하시면서, 여러 학생들을 보며 이러한 부분들이 더 잘 보였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저는 대학교 생활이 개개인의 가치를 찾는 시간이라고 생각을 해요.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걸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시간이어야 되는데, 이걸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많더라고요. 막상 졸업할 때가 되면 진로에 대해 방황하는 학생들도 정말 많고요. 그래서 예술경영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더더욱 본인만의 가치 찾고, ‘나만의 것’을 만드는 게 더욱 중요한 것 같아요.


- 주체성 외에도 예술경영인이 지녀야 할 덕목은 무엇이 있을까요?

너무 당연한 얘기인데 커뮤니케이션 능력! 조교를 하면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어요. 가끔 학생들 중에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 잠수 타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무슨 마음인지는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부탁드리고 싶네요. 잠수 타는 건 지양해 주셨으면 합니다…


- 사실 기본만 지켜도 반은 가는 것 같아요.
맞아요, 본인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하기보다는, 기본을 지키면서 진정한 소통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네요.


- 그럼 예술경영의 인재상은?

인재상은 직군에 따라 달라지는데, 제가 하는 일과 비슷하게 행정을 하시는 분도 계시고, 기획을 처음부터 끝까지 도맡아 하는 분도 계시죠. 커뮤니케이션과 대외 업무를 도와주는 분들도 있고, PM, 디자이너, 즉 이걸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고민하는 분들도 계세요. 이 외에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끝도 없는 것 같아요.

그는 예술경영을 단순한 운영이 아닌, 예술의 가치를 발견하고 확장하는 과정으로 보았다. 단순히 기획을 한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어떤 기획을 하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궁금해하며, 결국 예술경영이란 이를 지켜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웠던 점은, 각자가 지닌 예술에 가치에 대한 생각을 존중하면서도 예술경영인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의한다는 것이었다. 가치의 문제를 고민하는 태도. 그의 말에는 흐름을 따라가기보다, 흐름 속에서 본질을 찾으려는 날카로운 시선이 담겨 있었다.



3. 미래

- 미래의 예술경영에 대해 빠질 수 없는 주제가 바로 ‘교육’인 것 같아요. 조교 생활을 하면서 그 누구보다 예술경영의 교육을 가까이서 지켜보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서울예대의 예술경영은 ‘제작’에 힘을 주고 있어서 나타나는 장단점이 뚜렷한 것 같아요. 제작이 주를 이루고 있으니까 이론이 약하고 현장이 강해요. 그러니까 우리 학교의 장점은 현장에서 적응을 빨리 하고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 근데 반면에 이론은 약해요.

- 맞아요, 장점이 뚜렷한 만큼 단점도 명확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제작에서도 분야가 다양해지면 이러한 강점이 더 드러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틀을 벗어나서 활동하기가 쉽진 않거든요. 그래서 ‘장르가 조금 더 유연해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은 있어요. 요즘은 예술경영이 전시 쪽으로 뻗어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 장르라는 키워드를 듣고 떠올랐는데, 예전에는 예술경영이 각 전공의 세부전공과 같은 개념으로 존재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예전에는 연극, 영화, 방송영상 등 각 전공에 예술경영이 있었어요. 지금은 그때에 비해 예술경영의 존재감이 뚜렷해졌지만, 그 시절의 강점도 확실히 있었던 것 같아요. 동기들과 3년 동안 동고동락하고 네트워킹 하다 보면 전문성이 생길 수밖에 없고, 전문성이라는 게 정말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일 것 같더라고요.


- 전문성도 결국 ‘가치’의 문제와 연결되는 것 같아요. 전문 분야가 있다는 건, 그만큼 추구하는 가치가 뚜렷한 거니까요.

그렇더라고요. 제가 전에 문화기획을 전공했다고 했잖아요, 근데 학교에 와보니, 기획을 전공하다 기획을 하는 것과, 무용을 전공하다 기획을 하는 건 또 다른 개념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전대졸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얻어갈 수 있는 걸들도 정말 많은 것 같아요. 본인만의 확실한 전문 분야를 추구해 나갈 수 있는 거니까요.


- 그렇다면 이제 처음 예술경영 공부를 시작하고자 하는 분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뭘까요?

우선 첫 번째, 내 정체성. 본인의 필드, 분야, 뿌리를 확실히 정하고 들어오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두 번째는 그것을 어떻게 지켜 나갈 것인가. WHY와 HOW의 개념으로, 본인의 분야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가 고민해보셨으면 좋겠어요. 특히 서울예대에는 다양한 인재들이 모인 만큼 휩쓸리기 쉬운데, 이것을 잃지 않는다면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기술적인 부분들은 나중에 또 배울 수 있지만, 당장 앞으로 다가올 10년을 방황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것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꼭 던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 그렇다면, 이제 끝없는 질문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될 그분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결국은, 사랑할 수 있는 힘인 것 같아요. 그냥 사랑하는 건 안 돼요, ‘사랑할 수 있는 힘’

대상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일단 예술경영이니까 예술을 사랑해야겠죠. 예술을 사랑해야 되고, 나의 삶을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삶을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더 나아가서 다른 사람까지도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방법이 예술인 거죠.

Screenshot 2025-06-21 at 9.21.47 PM.png


혹시 에리히 프롬이라는 철학자, 아시나요?


- 그럼요, 저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을 정말 좋아해요!

네 맞아요! <사랑의 기술>은 사랑이 감정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의지와 노력을 동반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이걸 전제로 깔고, 에리히 프롬의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살아가는가>라는 책은 ‘삶을 살아간다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한번 던져요.

감바 님은 사랑의 반대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누군가를 조금이라도 아끼는 마음이 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관심이 가는 것 같아요.

맞아요, 에리히 프롬이 딱 그렇게 얘기해요, 사랑의 반대를 증오나 미움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무관심이라고. 그럼 우리가 삶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살아가느냐, 더 나아가서 ‘나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느냐, 이런 부분들이 정말 중요해지는 거죠. 결국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탐구를 해야 이 생명력이 주위 사람들한테 전파되고, 그게 더 나아가면 사회로까지 넘어간다는 얘기 거잖아요.


이걸 예술경영적 관점으로 확장해 보면, 이 과정을 예술을 통해 이뤄내는 사람들이 예술인, 그리고 예술 경영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먼저 자신을 사랑하고 관심을 가져 보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 지금까지 들었던 예술경영에 대한 정의 중 가장 색다른 것 같아요.
아 그런가요? (웃음) 사실은 전에 했던 얘기와 같은 말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사랑을 하고, 거기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거죠.

내가 끌고 가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힘까지 기르는 게 결국 생명력이고, 그게 결국 우리가 예술경영을 할 수 있는 힘인 것 같아요.

마지막까지 부드러운 말투였지만, 그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이 느껴졌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았다. 대신, 타인의 관점을 듣고 질문하며, 그 과정에서 생각을 확장해 나갔다.
그가 말한 '사랑 할 수 있는 힘'은 단순히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사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사랑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은 곧, 자신이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알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었다. 순간적인 감정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존중하고 책임지는 태도. 예술경영에서도, 그리고 삶에서도 필요한 건 결국 이 힘이었다.
그에게 예술경영은 직업이 아니라 태도였다.
그리고 태도는, 결국 삶이 된다.
작가의 이전글예술경영, 육하원칙으로 공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