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틈만 나면 인생 고민을 한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인생인가?
나는 과연 인생을 잘 살고 있는가?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누가 보면 생각이 깊고 철학적인 사람인 줄 알겠지만, 사실은 그저 쓸데없는 걱정과 고민들을 무한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고민과 고민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시작하면 그다음에는 난 왜 그렇게 나는 고민이 많은가 자책하며 또 고민한다.
서른을 앞둔 어느 해,
나는 서른이 되면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다.
시한부 선고만큼이나 무서운 숫자 30은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내 얼굴을 훅 치고 들어왔다. 조급한 마음에 인생에 대한 각종 자기 계발 책들을 미친 듯이 읽어댔고, 더 격렬하게 인생 고민을 했다. 그것도 성에 차지 않자, 마지막 20대의 날들을 좀 더 의미 있고 찬란하게 보내겠다며 휴가를 내고 나 홀로 여행 계획을 짰다. 그런 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회사 직속 선배는 냉소를 던지며 말했다.
“쑤는 자기애가 참 넘치는 것 같아.”
언뜻 들으면 칭찬인 듯 하지만, 칭찬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기분이 확 불편해졌다.
당시 그 직속 선배는 하고 있는 연애가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아 꽤나 힘들어하고 있었다. 하루는 어느 임신한 여성을 보면서 별 것 없어 보이는 저 여자도 결혼을 하고 임신도 하는데, 나는 왜 못하는 거냐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저것이 바로 노처녀 히스테리인가 보다며 속으로 많이 무시했다. 그때 그녀 나이가 고작 서른둘이었는데도 말이다! 마치 나에게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 (서른셋이 되었을 즈음 나는 그녀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남자에 좌우되지 않고 나만의 인생을 설계하려는 고민 많고 자기애가 넘치는 스스로를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그녀는 그때 그녀를 그토록 힘들게 했던, 하지만 열렬하게 사랑했던 그 사람과 재회하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며, 나 역시 여전히 열렬히 인생고민을 하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아마도 그때는 우리 둘 다 몰랐던 것 같다.
너의 인생 고민도, 나의 인생 고민도 틀린 것이 아님을.
서로 다른 것을 추구하며 산다고, 그것이 오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