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seuli Sep 14. 2024

프롤로그: 일 년 전 오늘

문제는 너무 생생히 기억난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 뇌는 모든 것들을 담아내고 기억할 수가 없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많은 것들을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그날의 장면들이 너무나도 생생히 기억난다는 것이다.


1년 전 8월 25일, 이른 아침

비가 와서 병원은 어두웠다.

그리고 천둥번개가 많이 쳤었다.


우리는 병원 복도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 간호사가 호출하자 베니는 수술 후 입을 옷가지를 담은 가방을 어깨에 메었다.

"안녕 이따 봐."

손을 흔들며 언제나 그렇듯 아주 밝게 웃으며.


수술 전 날, 의사는 수술 전과 수술 후의 절차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수술이 잘 끝나면 3일 후에도 퇴원할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우리는 어떻게 뇌종양 수술이 내가 몇 년 전 했던 자궁근종수술보다 빨리 퇴원할 수 있냐며 의아해하기도 했지만, 내심 크게 안도했다. 병실 창문 너머로 프랑크푸루트에 열리는 불꽃축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베니의 시답지 않은 농담을 들으면서 우리는 꽤 크게 웃기도 했다.


별 것 아닌가 보다. 

그렇지 않고서 멀쩡한 사람에게 아무 증상이 없을 때 수술하는 것이 좋다며 적극 권장할 수가 없지. 


그렇게 베니는 수술 당일날 아침 병원에 도착해 (그렇다. 수술 전 입원조차 하지 않았다) 복도 의자에 앉아있다가, 백팩을 메고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1년 후 지금.

그때를 생각하며 써내려 가고 있는 이 글은,

잘 이겨내고 있다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결과물이자 

잘 이겨내려고 분투하는 우리의 현재 진행형 이야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