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3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소비자 조사의 함정

"진짜" 소비자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by sseuli Feb 21. 2025

지난주에 시장조사의 첫걸음은 '나를 알아라!'라고 이야기했다. 나를 안다는 말은 즉, 내 제품(서비스)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의 두 번째 단계는 바로,

소비자를 알아라!

고객의 진짜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다.

 

예전에 어느 레스토랑의 소비자 조사에 초대받은 적이 있었다. 새로 개발한 메뉴에 대한 소비자의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이 그 목적이었다. 초대받은 사람은 나와 같은 마케터, 푸드 칼럼 전문가, 레스토랑 리뷰어 등이었다. 다양한 요리를 맛보고 그 요리에 대한 맛 평가와 적절한 가격을 제공된 설문지에 작성해야 했다.


주변에 앉아있던 사람들과 짤막한 자기소개 겸 인사를 나누고, 설문지를 작성하면서부터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이 있었다. 이 소비자 조사는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먼저, 소비자 조사에 초대한 사람들을 잘못 선정했다.

레스토랑 오너는 "진짜"소비자가 아니라 "전문가"만을 초대했다. 마케터, 레스토랑 리뷰어, 푸드 칼럼 전문가는 업계 전문가이지만, 그들의 주 타깃 고객이 아니다.  레스토랑 리뷰어들은 창의적인 메뉴를 선호할 수 있지만, 실제 소비자는 익숙한 맛을 더 좋아할 수 있다. 마케터들은 트렌디한 요소에 집중하겠지만, 일반 소비자는 가성비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들이 제대로 된 소비자 조사 결과를 얻고자 했다면, 다른 소비자 그룹을 선정해야 했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에 자주 방문하는 사람, 레스토랑에 한 번 정도 방문했던 사람, 아직 방문해 본 적 없는 사람.

또는 이 레스토랑의 마니아 소비자 그룹, 방문했으면 하는 소비자 그룹, 앞으로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소비자 그룹

이런 식으로 소비자 그룹을 나누고 타깃 그룹을 선정했어야 했다.


두 번째, 테스트 방법이 틀렸다.

이 설문조사에서 맛과 가격 평가는 분명 실제보다 후하게 점수가 매겨질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무료로, 그리고 레스토랑 오너와 종업원들로부터 VIP 서비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또 우리는 가만히 앉아있고 코스요리처럼 새롭게 개발한 음식들이 연달아서 테이블에 놓였다. 기존 메뉴 또는 경쟁사 레스토랑 메뉴와 비교하며 객관적으로 평가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었다.


이 경우 정당하고 합리적이게 평가를 할 수가 없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평가하려고 해도, 초대받은 사람들은 원래 주어야 할 점수보다 좀 더 후하게 평가를 분명히 할 것이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실제 소비 환경과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야 신뢰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실에서 고객들은 메뉴를 보며 다른 음식들과 가격을 비교하면서 선택한다. 그러므로 소비자 조사에서도 소비자가 직접 메뉴를 보고 비교하며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또는 현실에서는 본인의 돈을 직접 지불하기 때문에 선택에 더 신중해지고, 맛 평가에 있어서도 지불한 금액을 고려한 평가가 나올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 그룹에게 정해진 예산(가상의 화폐 등)을 할당한 후 메뉴를 고르고, 맛볼 수 있게 해 볼 수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시장조사를 한다고 해도, 고객의 "진짜" 니즈를 파악하기는 정말 어렵다.


우리는 로봇이나 AI가 아닌지라, 아무리 객관적이려고 노력해도 주관이 섞이기 마련이다. 오늘 아침에 했던 생각이 오늘 오후에는 전혀 달라질 수도 있다. 마음은 A라고 말하지만, 행동은 B를 취하기도 한다. 소비자가 말하는 니즈와 진짜 니즈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문조사에서 "친환경 제품이 좋다"라고 답해서, 해당 제품을 출시하고 친환경에 초점을 맞추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해도 정작 가격이 높으면 구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는 신제품 테스트를 했을 때는 시장 반응이 좋았는데 정작 판매를 하면 팔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공짜로 제품을 체험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평가를 줄 수 있지만, 실제로 내 돈을 내고 구매해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시장조사가 의미 없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다 보면 돈은 돈대로 들고 효과적이지도 않은 시장조사를 꺼리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장조사를 거창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생각의 틀을 조금 바꾸면 소비자를 파악하는 시장조사가 한결 쉬워진다.


보통 시장 조사라고 하면 "대규모 설문조사, 포커스 그룹 인터뷰, 컨설팅 리포트" 같은 걸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꼭 그렇게 거창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는 구글 트렌드, SNS 해시태그 분석, 경쟁사 리뷰 읽기 같은 간단한 방법도 훌륭한 시장 조사가 될 수 있다.


시장조사에 다음과 같이 활용해 보자.


1. 소셜미디어를 적극 이용하라

인스타그램, 틱톡, 트위터에서 브랜드 & 제품 관련 키워드로 나오는 결과를 분석한다.

해시태그 검색을 통해 요즘 트렌트를 체크한다.

댓글, 리뷰에서 소비자의 진짜 니즈 확인한다.


2. 구글 트렌드 & 네이버 데이터랩 분석하기

사람들이 "실제로 검색하는 키워드"를 보고 트렌드 예측해 본다.

특정 키워드의 검색량 추이를 수시로 확인한다.

계절별, 지역별 소비자 관심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주기적으로 분석한다.


3. 아마존 & 쿠팡 리뷰 싹 다 읽기

우리 제품뿐만 아니라 경쟁사 제품 리뷰까지 모! 조! 리! 읽고 체크한다.

소비자가 만족하는 포인트 vs. 아쉬워하는 포인트를 정리하고 분석해 본다.


왜 비용이 많이 들고 100% 정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시장 조사는 필수가 되어야 할까?


시장조사는 100% 정확하지 않지만, ‘최악의 실패’를 방지하게 해 준다.

지속적인 소비자 시장조사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알고, 트렌드 변화를 놓치지 않게 해 준다.


성공적인 소비자 시장 조사는 손실을 줄이는 투자이며, 경쟁사보다 좀 더 앞서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강력한 전략적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러니 귀찮고 무의미해보이고, 하기 싫더라도, 내 “진짜” 소비자의 “진짜” 니즈를 파악하는 것을 건너뛰지 말기를.



이전 05화 시장 조사는 옵션이 아니다, 필수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