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핏빛 눈동자

by 꿈담은나현


빨간 커튼이 바람도 없이 흔들렸다.

고요는 낡은 음반처럼 한쪽에 금이 가 있었다.

그 틈새로 흘러든 건 먼지와 철의 냄새, 아니 어쩌면 오래된 눈물의 냄새였다.

시간이 감정을 눌러 구겨놓은 것 같은 공기였다.


강이안은 눈을 떴다.

가슴은 오르내렸지만, 심장은 뛰지 않았다.

어디인지, 왜인지 알 수 없는 이곳. 기억은 마치 잉크처럼 번져 있었고, 단 하나의 감각만 선명했다.

차가운 셔터의 감촉.

손끝에 전해지는 무게는, 그의 삶 전체처럼 무거웠다.


그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낡은 나무 장식장, 빛바랜 사진들, 먼지가 내려앉은 사진기들. 모든 것이 멈춰 있었다. 시간이 아니라, 감정이 멈춘 듯한 고요함.

낡은 필름에서 배어 나오는 듯한 냄새가 공기 속을 맴돌았다. 오래된 추억들이 부식된 화학약품처럼 코끝을 찌르며 스며들었다. 그건 단지 향이 아니라, 감정의 흔적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귓가를 맑게 때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투명한 물 위로 떨어지는 작은 돌처럼 잔잔히 퍼지는,

어린아이의 말투 속에 어른의 여운이 섞인 소리였다.

“지금은 아직 아니에요. 셔터는……. 감정이 닿아야 눌러요.”


이안은 고개를 돌렸다.

거기, 소녀가 서 있었다.

단정한 단발머리.

창백한 불빛 아래에서도 유독 투명하게 반짝이는 눈.

하늘색 원피스에 핏기 없는 웃음을 띤 얼굴.

그녀는 누군가를 기다려온 사람처럼, 오래전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 여긴 어디죠?”

“사진관이에요. 죽은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지금부터는 아저씨가 여기의 주인이에요.”

‘죽은 사람? 내가?’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숨은 쉬어지는데, 마음은 숨지 못하는 곳.

이안은 낮게 중얼거렸다.

“……. 내 이름은, 뭐죠?”

소녀는 벽을 가리켰다.


한 장의 사진.

검은 수트를 입은 남자가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사진 속 눈동자는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배경은 이상하리만큼 허옇게 날아가 있었다.

“강이안. 그렇게 적혀 있었어요.”

“이게……. 나인가요?”

소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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