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관의 벽은 여전히 붉었다.
빛은 창으로부터 들어오지 않았다.
그 대신,
이 공간은 자체 발광하는 기억의 덩어리처럼 보였다.
붉은색은 날카롭지 않았다.
오히려 오래된 상처가 피를 멈추고 남긴 진홍빛 멍처럼,
감정을 뭉근히 머금고 있었다.
밖은 분명 여름인데, 이 안은 늘 봄의 끝자락 같았다.
늦은 꽃잎이 바람 한 점 없이 가라앉는 계절.
한껏 퍼진 향기가 식기도 전에 굳어버린 공간.
시간의 턱밑에 걸린 채,
계절이 숨을 쉬지 않는 감정의 정지선이었다.
강이안은 사진관 유리창 앞에 멈춰 서 있었다.
손에는 첫 번째 재를 끝낸 사진이 들려 있었다.
사진은 말라 있었지만, 감정은 아직 식지 않았다.
피처럼 번진 붉은 무늬가 인화지 가장자리까지 흘러나가,
마치 마지막 말 한마디를 미처 삼키지 못한 듯 손끝을 간질였다.
“아저씨.”
하루가 다가왔다.
그녀의 목소리는 정적 위를 걷는 얇은 바늘 같았다.
작고 조용했지만, 누군가의 감정을 꿰뚫을 정도로 깊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맑았지만, 물비늘처럼 일렁였다.
빛이 담기지 않는 눈은, 때때로 가장 많은 것을 보고 있는 법이었다.
“이제, 다음을 선택해야 해요.”
이안은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선택?”
하루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심판은요……. 누군가의 감정을 끝까지 듣는 일이에요.
다 말하지 못한 마음들, 남겨진 문장, 누군가의 고백.
그걸 대신 들어주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재를 내리는 거예요.”
그녀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
떨림은 마치 감정을 지닌 촛불이
마지막 남은 숨을 토해내듯, 바람도 없이 흔들렸다.
이안은 말이 없었다.
사진의 온기와 그녀의 목소리,
그리고 손끝의 서늘함이 묘하게 뒤섞여 그의 내부를 자극했다.
아직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심장은 공간의 리듬을 먼저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건 죽은 자를 위한 공간이지만,”
익숙한 음성.
삼신할머니는 카페에서 식은 찻잔을 손에 쥔 채 앉아 있었다.
“살아 있는 자에게 더 무거운 것이겠지.”
그녀는 찻잔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작은 울림이 컵 받침 위로 번지듯 퍼졌고,
진동은 사진관 아래층까지 미세하게 내려앉았다.
이안은 조용히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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