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관의 외벽은
마치 오래된 비밀을 감추고 있는 껍질처럼 벗겨져 있었다.
페인트는 마치 벗겨진 피부처럼 일어나 있었고,
벽돌 틈새엔 어둠이 물처럼 스며들어
낮에도 이곳은 석양의 그림자 아래 놓인 듯했다.
간판은 불이 꺼진 별처럼 하늘을 향해 걸려 있었고,
입구 앞엔 빛바랜 신문지 한 장이 나풀거리고 있었다.
누군가의 과거가, 혹은 잊힌 사연 하나가 그 위에 앉아 있는 듯했다.
문을 밀자, 익숙한 종소리는 울리지 않았다.
오히려 바깥과의 연결이 끊긴 듯한 적막이,
천천히 내부로 따라 들어왔다.
밖은 이미 해가 졌지만,
실내에는 이상할 만큼 따뜻한 황금빛이 머물고 있었다.
빛은 창이 없음에도 존재했고,
어디선가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 갇혀 있는 것만 같았다.
멈춘 시간 속에만 존재할 수 있는 색이었다.
이곳은 살아 있는 자의 시간을 거스른,
기억만으로 흐르는 감정의 성소였다.
그날은 ‘첫 번째 재’,
죽은 자의 감정을 처음으로 심판하는 날이었다.
이안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품은 채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고요는 물처럼 무거웠고, 숨결 하나조차 크게 울리는 듯했다.
“여긴요…….
세상의 시간보다 조금 느려요.”
하루가 조용히 컵을 닦으며 말을 걸었다.
“다 끝났다고 믿는 순간에야,
진짜 감정이 얼굴을 들이밀어요.
꼭 거울 뒤에 숨어 있던 감정이 조용히 고개를 내미는 것처럼요.”
문득,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실내의 기압이 바뀐 듯했고,
공간의 틈 사이로 낯선 기운이 스며들었다.
희미한 알코올 냄새와 함께,
한 남자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외투를 입은 그는
오래전 무너진 기둥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진 자세였다.
걸음은 망설임이 없었지만, 발자국은 어딘가 쓸쓸했다.
손에는 사진 한 장이 들려 있었고, 그 손마저도 떨리고 있었다.
사진 속에는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담겨 있었다.
입꼬리는 아주 옅은 미소를 품고 있었지만,
눈동자는 설명할 수 없는 공허를 머금고 있었다.
배경은 뿌옇게 번졌고, 가운데엔 텅 빈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자리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이안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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