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딸이라는 이름

by 꿈담은나현


사진관 안은 유리병 속처럼 조용했다.

바람은 멎었고, 빛은 휘어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은 먼지 위에 얼룩처럼 내려앉았고,

벽에 걸린, 오래된 시계는 초침 없이 침묵을 늘렸다.

시계는 시간을 잰다기보다,

멈춰버린 감정 하나를 붙잡고 있는 듯 보였다.


강이안은 사진 한 장을 들고 있었다.

그 속에 찍힌 사람. 분명히 자신이었다.

검은 셔츠, 굳게 다문 입술, 그리고 이상하게 낯선 미소.

웃고 있었지만, 웃지 않고 있었다.

그 미소는 살아 있는 자의 것이 아니었다.

온기가 빠져나간 표정.

그는 자신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기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익숙했다.

마치 언젠가 누군가를 떠나보내던 날,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표정과 닮아 있었다.

손끝이 떨렸다.

사진은 얇은 종잇장일 뿐인데, 무게는 납덩이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 내가 왜, 이런 표정을……?”

그 물음은 벽에 부딪혀 되돌아오지 않았다.

대답 대신, 폐 안 어딘가가 천천히 뒤틀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죽은 것이 아닐까 하는 가능성.

의심이 점점 더 커지며 목덜미를 끌어내렸다.


그 순간,

조용히 떨어진 목소리가 공간을 갈랐다.

“……. 아빠.”

단어 하나가 공기 속에 뚝 떨어졌다.

울리지도 않았고, 높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단어는 진공처럼 모든 소리를 빨아들이며,

그의 귓속에서 천천히 맴돌았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창가에 서 있는 하루가 보였다.

빛을 등진 소녀.

햇살을 등에 지고도 어둠처럼 정적한 표정.

하늘색 원피스, 정리된 머리카락, 그 위에 매달린 붉은 리본 하나.

그 색은 이상할 만큼 선명했다.

무채색 세상에서 유일하게 살아 움직이는 색이었다.


그는 언젠가 저 리본을 본 적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 자신이 손수 매달아준 기억.

어린 목에 조심스레 묶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 뭐라고 했지?”

이안의 목소리는 낮았고, 조심스러웠다.


하루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다만 옷자락을 쥔 손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말이……. 잘못 나왔어요.”

그녀의 말은 작은 구슬처럼 떨어졌지만,

가슴에 박힌 파편처럼 깊게 남았다.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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