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호 Dec 28. 2022

11. 전세가격으로 신축 아파트를?

돈 버는 상식

-지주택(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유혹


길을 가다 보면 화려하게 꾸며진 모델하우스 앞에서 아주머니들이 휴지 같은 것들을 나누어 주면서 아파트분양을 홍보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신축아파트,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호텔 등등... 이런 것들 중 지역주택조합이 시행하는 아파트는 주로 5년 후 현재 시세 대비 전세가격으로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홍보 수단으로 한다.     


[역세권 아파트 반값!!     

청약통장 無     

전매가능!!!]     


들어보면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과연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무엇일까??     


‘지역주택조합’이란 일정지역 내 거주하는 주민들이 아파트나 주택을 짓는 ‘시행사업’을 하기 위해 모인 ‘조합’을 의미한다.     


동네 사는 사람들이 모여 돈과 자기 소유 부동산(주로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이나 건물 등)을 출자하고, 나머지 지역 내 학교나 공공시설등을 제외한 거의 모두 매수한 후 철거 하고, 그 위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이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 ‘시행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래서 대표로 일할 대표를 뽑아야 하고, 자기들은 잘 모르니까 대행해줄 대행사를 선임한다.     


언뜻 보면 희망적이고, 지역 주민들이 합심하여 잘 만 하면 새집을 저렴하게 얻거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뭐가 문제일까??


[세상일은.... 항상 뜻대로 되지 않는다.]     


먼저 지주택은 토지를 ‘강제수용’할 수가 없다.      

물론 사업구역 내 일정 비율 95% 이상의 토지 소유권 또는 사용권을 확보한다면 강제수용을 할 수가 있다. 즉 부동산을 팔고 싶지 않은 사람들 소유 부동산을 강제로 매수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 가격은 감정에 의해 정해지며 이때 이루어지는 감정은 거의 시세보다 턱 없이 적다.     


그러면 지주택 입장에선 95% 이상 토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이 절대로 만만치 않다. 이미 지주택조합이 들어설 움직임이 보이면 동네 사람들은 담합을 한다. 


‘알 박기’를 한다.     


어차피 지주택이 토지를 매입하려고 하고 있고, 비율 확보를 위해 내 땅이 꼭 필요하다는 정보를 알 경우 토지소유자는 자기의 2억 원짜리 토지를 10억 원 또는 그 이상의 가격에 팔려고 할 것이고, 이런 행위는 당연히 범죄도 아니다.     


여러분이 집에서 살고 있는데, 민간 업체가 시행사업을 한다고 하면서 그 집을 팔라고 요구하는 상황이고, 그 시행사는 여러분의 땅이 꼭 필요하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시세보다 많이 받고 싶어 할 것이고, 시간은 여러분의 편이기 때문에 급할 것 없이 높은 가격을 불러 놓고 기다릴 것이다.     


어차피 똥줄 타는 것은 시행사일 것이고, 과거 영화처럼 깡패들이 와서 물건을 때려 부수면서 나가라고 진상 부리는 일은 일어날 수도 없다.


(그랬다가는 지역주택 조합 설립인가가 취소되거나, 관련자들 모두 형사처벌받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주택은 토지소유권등을 확보하는 것이 사업의 성패와 수익률에 직결되는 요소로 가장 중요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초 목표한 기간 안에 토지 소유권 등을 확보하는 것은 대부분 불가능하다. 지주택은 분양신청을 받을 때 80% 토지 확보, 0000년 00월 준공예정!!!이라고 광고하지만 대부분 허위과장 광고이고, 광고처럼 일이 착착 진행될 리 없다.  


   [토지 확보율 90% 달성!, 100% 달성!! 언제 준공•입주예정!!]    


대놓고 이렇게 광고를 하기도 하고, 대부분 분양대행사 소속인 분양상담사들이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호언장담을 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이런 식으로 광고를 하고, 상담을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토지사용권등을 거의 확보하지 못한 경우도 있고, 철회되거나,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도 매우 많다.


지주택은 이렇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합원들을 모집해 놓고는 나중에 사업진행이 3년, 5년이 지나도 진척이 되지 않아 분다 금만 내다 지친 조합원들이 계약 해지 청구 소송을 한다.


그런데


나중에 소송에 들어가 보면 조합원 및 변호사는 위와 같은 지주택이나 분양상담사의 허위 광고들에 대하여 책임을 추궁하게 되는데, 소송당사자인 지주택은 허위광고나 사건 진행과정에 대한 호언장담을 자기들이 하지 않았고, 지시를 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분양 수수료에 눈먼 분양상담사들이 자기 수수료를 받을 목적으로 그들 책임으로 사기와 같은 허위 설명을 하였다는 것이다.


지주택이나 분양상담사의 허위, 과장 설명을 법원에 잘 입증하면 좋겠지만, 그러기 위해선 사진이나, 녹취 같은 증거들이 필요하고 참... 피곤한 일이다.


그냥 안 하고 말지...


지주택은 조합원들이 납부한 분담금 대부분 (알 박기 하는...) 지주들에게 헌납하고 또 그 과정에서 중개사, 분양대행사, 업무대행사 들은 각종 수수료, 인건비 등으로 돈을 가져간다.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나면, 해지도 자유롭지 못하고, 해지사유는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 있고, 알아볼 수도 없다. 


그 친절했던 분양상담사는 연락이 오지도 않고, 이제 부터는 조합원 자격으로 지주택 업무대행사 직원과 통화를 하게 되는데, 궁금한 걸 물어봐도 형식적인 답변뿐이고, 자기들을 믿고 기다리고만 있으라고 한다.


조합원들이 내는 분담금 중 일부 보통 2,500만 원 정도는 '사업비' 명목으로서 이는 대행사에게 지급하는 용역비다. 즉, 업무대행사 직원들은 모두 조합원들이 월급을 주고 고용한 샘이다.


지주택 조합은 그 시행사업을 업무대행사에게 대행을 맡길 수밖에 없는데, 그럼 당연히 그 대행비를 용역비로 지급해야 하고, 그 돈을 조합원 1인당 보통 2,000~2,500만 원씩 또는 그 이상 부담하는 것이다.     


조합원들은 몇 천만 원을 계약금으로 내고, 업무대행사에 용역비도 지급하며, 업무도 조합 및 대행사가 하고, 가끔 여는 조합원 총회에서 일방적인 설명만 듣고 의결이 있을 경우 1표를 행사하고 집에 돌아온다.


잘 되겠지... 


불만을 표출하고 싶어도 이미 자기 돈 몇 천만 원이나 들어갔기 때문에 조합에 대해 절대적인 ‘을’의 입장이 되며,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추가분담금을 내는 것뿐이다.      


돈은 내가 내는데, 관리도 못하고, 내야 할 돈이 계속 생기며, 언제 아파트가 지어질지 모른다. 


내가 낸 돈에서 업무대행사, 분양대행사, 조합임원, 법무사나 변호사, 감정평가사, 공인중개사, 기존 지주, 기타 등등 사람들이 많은 돈을 벌어간다.     


그리고 그 와중에 비리는 없을까???     

내 피 같은 돈이 눈먼 돈이 되는 것이다.     


이게 현재 대한민국 지역주택조합의 현실이다.     


이런 지주택 아파트가 마냥 싸고, 좋고, 금방 될 것 같다는 말에 현혹되어 가입을 하게 된다면, 수천만 원의 계약금이 일단 묵이게 되고, 내 생업도 바쁜데 조합은 일을 하는지 마는지 알지도 못하고, 집에 무슨 우편물은 오는데 뭔 말인지 잘 모르겠고 그냥 짜증만 나고, 지난 결정을 후회한다.     


일단 돈이 들어갔으니 조합이 추가분담금을 내라면 내야 하고, 총회가 열리면 그래도 궁금하니 바쁜 시간 내서 가서 들어보긴 하는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 일단 사업이 늦어질 것 같고,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한다고 한다.     


해지하고 싶다고 전화를 하면 해지사유가 없다고 하거나, 운이 좋으면 2,500만 원의 사업비는 공제하고 가져가라고 한다. 그것도 신규 조합원이 들어온다면....     


그렇다면 지주택은 성공하지 못하나?     


현재 우리 나리에서 지주택의 성공확률은 10~20% 라고 한다. 그러나 10~20% 성공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기간 동안 조합원들이 받은 고통을 엄청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택은 원수에게 소개해줘라..라는 말이 있다.     


싼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받아, 내가 살거나, 투자를 해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지주택 조합원으로 가입을 했지만, 내 몇천만 원은 묶여 있고, 다달이 중도금 이자도 내야 하고, 또 추가분담금까지 내야 하며, 아파트가 언제 지어질지 모른다.


이런 지주택에 혹 해서 가입을 했다가, 수년간 마음고생만 엄청나게 한 후 사업비 제외 나머지 돈만 받고 탈퇴한 사람들이 많다.


적은 돈을 투자해서 많은 수익효과를 볼 의도를 가지고 지역주택조합에 가입을 하는 것이지만.      


항상 결과는 내 의도와는 반대로 나타난 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작가의 이전글 10. 등기부를 믿었는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