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사기꾼, 그들은 누구인가??

by 김태호

사기를 당하지 않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단 하나, 사기꾼을 만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머리에 '사기꾼'이라고 써 붙이고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선량한 미소와 달콤한 제안을 품고 우리 곁으로 다가옵니다.


우리가 살다 보면 참으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함께 큰 꿈을 꾸며 일을 도모해도 좋을 귀한 인연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단 한 번의 스침조차 인생의 재앙이 되는 '재활용 불가능한 인간'들도 존재합니다.

어설픈 인연으로 이런 사람과 잘못 엮이는 순간, 당신의 인생은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수개월, 수년간 이어지는 진흙탕 싸움과 끝이 보이지 않는 소송전, 그리고 세상 모든 인간을 의심하게 되는 고독한 불신... 그러나 피해자를 가장 처참하게 무너뜨리는 것은 잃어버린 돈이 아닙니다.


“왜 그때 그 인간 말을 믿었을까?”


매일 밤 천장을 보며 스스로의 가슴을 치는 끝없는 자기비난, 이불을 걷어차며 잠 못 이루는 고통은 겪어본 사람만이 압니다. 사기꾼은 당신의 지갑만 터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신뢰할 수 있는 그 소중한 마음의 뿌리까지 통째로 뽑아 가버립니다.


이제부터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당신의 평온한 일상을 폭격해버린 '지인(知人)'이라는 이름의 폭격기들에 관한 기록입니다. 그들은 어떻게 우리의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어떤 가면을 쓰고 다가와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지 그 추악한 실체를 하나씩 벗겨보겠습니다.



1. 사기꾼은 항상 '신호등'을 켜고 다닌다


사건이 터지고 나면 흔히들 사기꾼이 갑자기 가면을 벗고 본색을 드러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기를 당해본 분들은 아실 겁니다. 시간을 되감아 아주 자세히 되짚어 보면, 그들은 이미 수차례 불길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신호는 아주 사소한 습관에서부터 결정적인 거짓말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우리가 '설마'라는 마음으로 그 신호등을 무시했을 뿐입니다.


과거 우리의 조상님들이나, 어르신들은 사소한 태도나 습관을 가지고 그 사람을 판단하곤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어르신들은 “작은 약속을 가벼이 여기는 사람과는 큰일을 도모하지 말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식사 자리에서의 예절, 남의 집을 방문했을 때의 몸가짐, 심지어 신발을 벗어 놓는 모양새 같은 사소한 습관 하나하나가 그 사람의 근본을 보여준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직접적인 거짓말을 하는 습관 같은 것 말고도 평소의 말과 생활태도를 보고 그 사람이 사기꾼인지 아닌지 일을 함께 도모할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별 하였고, 이는 부자들이 자녀들에게 가장먼저 가르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재벌가 자녀들은 안하무인이기 일쑤지만, 제가 현장에서 만난 진짜 부자들의 자녀들은 대개 정반대였습니다. 그들은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훨씬 예의 바르고, 말투 하나하나에 정중함이 배어 있었습니다.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가 곧 자신의 품격을 결정하며, 불필요한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자산을 지키는 가장 기초적인 근간임을 집안에서 교육받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늘 턱을 치켜들고 눈을 내리깔며 사람을 훑어보는 습관을 지닌 이가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가짜 부자’이자 사기꾼의 기질을 가진 자였죠.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일곱 살 남짓한 어린 아들을 데리고 저희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아이가 저희 사무실 카운터의 여성 직원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저는 등 뒤가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아이는 그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보는 성인 여성인 직원을 약간 하대하고 있었습니다. 그 찰나의 순간, 저는 ‘천박한 인간관의 대물림’을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말의 무게가 깃털 같은 자”: 어르신들은 유독 말을 앞세우는 사람을 경계하셨습니다. 행동보다 말이 화려하고, 지키지도 못할 호언장담을 남발하는 것을 보고 ‘입찬소리’라며 혀를 차셨죠. 사기꾼이 내뱉는 “무조건 됩니다”, “제가 책임집니다” 같은 말은 사실 어르신들의 눈에는 이미 ‘허풍’이라는 적색신호였던 셈입니다.


“공짜 술을 좋아하는 자”: “공짜라면 양물(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처럼, 정당한 대가 없이 남의 것을 탐하는 태도를 엄히 경계하셨습니다. 사기꾼들은 늘 당신에게 ‘대박’이라는 공짜 점심을 약속하며 다가옵니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씨줄과 날줄이 팽팽하게 엮여야 옷감이 되듯, 세상의 이익은 반드시 땀의 대가와 맞물려야 함을 알고 계셨습니다.


“윗사람에겐 비굴하고, 아랫사람에겐 오만한 자”: 사기꾼들은 자신에게 이득이 될 사람(타겟)에게는 쓸개라도 내줄 듯 굴지만, 식당 종업원이나 주차 관리원 등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무례하기 짝이 없습니다. 어르신들은 이런 ‘강약약강’의 태도에서 그 사람의 인격적 파탄을 읽어내셨습니다.

과거에는 이를 '사람 됨됨이'나 '관상'이라는 말로 뭉뚱그려 표현했지만, 사실 그것은 수천 년간 축적된 인간 행동 데이터베이스의 요약본이었습니다.


사기꾼들은 사건을 터뜨리기 전, 이미 수만 번의 '나쁜 습관'이라는 신호를 사방에 뿌리고 다닙니다. 다만 우리는 "에이, 사람이 좀 그럴 수도 있지", "사업하는 사람이라 호탕해서 그래"라며 어르신들이 물려주신 그 정교한 안테나를 스스로 접어버리고 맙니다.


이제부터는 사기꾼들의 특징을 짚어보고, 사기꾼들이 보내는 신호에는 뭣이 있는지, 사기의 노란색불이 켜지는 상황은 어떤 상황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살면서 사기꾼만 잘 피해도 인생의 절반은 성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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