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주먹은 즉시 처벌되고, 사기는 계산되는 나라

by 김태호

사기를 당했다는 감각은 단순한 금전 손실을 넘어, 나의 존엄이 통째로 짓밟혔다는 참혹한 감정으로 다가옵니다. 피해자들은 돈보다 '배신감'에 치를 떨고,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나"라는 괘씸함, 그리고 그런 놈을 믿었던 어리석은 자신에 대한 자책으로 밤잠을 설칩니다.

사기를 당한 직후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면은 차가운 경찰서나 법정이 아닙니다. 당장 상대방을 찾아가 멱살을 잡고, 소리를 지르고, 사무실을 뒤집어엎으며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라고 따지는 뜨거운 복수의 장면일 것입니다.

“내가 가만 안 둔다.”

“당장 찾아가서 다 뒤집어버리고 싶다.”

“이대로 넘어가면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 주먹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법 체계는 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단호합니다. 살짝 밀치기만 해도, 고함만 질러도 형사 책임의 칼날은 주저 없이 피해자를 향합니다. 이때 피해자가 입었던 경제적 손실은 그저 '참작할 만한 양형 자료'일 뿐, 폭행죄 자체를 없애주지는 않습니다.

수사기관 입장에서 폭력은 행위가 눈에 보이고 '진단서'라는 명확한 증거가 있기에 수사와 법리 구성이 매우 쉽고 빠릅니다. 반면 사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망(거짓말)'과 '고의'를 증명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입니다.

실무적으로 경찰이나 검사가 사기 사건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대부분 불송치나 불기소 처분이 나옵니다. 사기 고수들은 이 점을 악용합니다. 등장인물을 여러 명 만들고, 사건을 베베 꼬아놓으며, '바지(명의 대여자)' 뒤에 철저히 숨어버립니다.

검사가 공소장을 쓰기 위해서는 다음의 요소들을 칼처럼 날카롭게 특정해야 합니다.

⦁피고인과 행위의 특정: 누가, 정확히 어떤 행위를 했는가?

⦁기망 행위의 정리: 어떤 거짓말로 피해자를 속였는가?

⦁피해액의 산정: 그로 인해 발생한 정확한 손해액은 얼마인 가?

복잡한 사기 사건에서 이 인과관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만약 검사가 공소장에 이를 명확히 담아내지 못한다면 결과는 참담합니다. 법원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라는 대원칙 아래, 검사의 유죄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합니다. 그 이전에 검찰 단계에서조차 사건이 증발해버리기도 하죠.

수억 원의 눈물이 섞인 사건이 단지 '설명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애초에 기소조차 되지 않거나, 법정에선 '검사의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법의 심판대를 비껴갑니다.

반면, 우리 사회에서 폭력은 즉각적인 범죄가 됩니다. 사기는 '증명'해야 하는 과거의 기록이지만, 폭력은 '진단서'라는 이름의 현재 진행형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의 비정함이 어떻게 한 인간의 인생을 두 번 무너뜨리는지, 제가 검찰 시보 시절 목격했던 한 남자의 사례를 통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사례 분노가 인생을 다시 감옥으로 보낸 사례

필자가 전주지검에서 검찰시보로 근무하던 시절의 일입니다. 지도 검사님으로부터 “강도상해 피의자를 직접 조사해 보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수험시절 교과서와 책상 위 두툼한 수사 기록으로만 접하던 ‘범죄’가 비로소 살아있는 실체로 다가오는 사법연수생으로서는 숨이 막히는 첫 경험이었습니다.

검사실의 문이 열리고, 2명의 교도관들과 함께 그가 들어왔습니다. 수의를 입고, 온몸은 포승줄(밧줄)로 꽁꽁 묶인 채였습니다. 양손은 수갑에 채워져 있었고, 그 위에 포승줄이 덧입혀진 모습은 그가 사회로부터 얼마나 격리되어야 하는 ‘위험한 인물’인지를 시각적으로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검사실 의자에 털썩 앉은 그의 모습은 위압적이었습니다. 키 182에 85키로 였던 저보다 덩치가 커 보였고, 대머리에 수염까지 있어 무서운 인상이었습니다. 전과도 화려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소년원을 들락거렸고, 강도와 강도상해 등 강력 범죄로 인생의 절반 이상인 30여 년을 감옥에서 보낸 이른바 ‘골수 전과자’였습니다.

서른한 살, 세상 물정보다는 법전이 더 익숙했던 젊은 시보였던 저는 밧줄에 묶인 그와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습니다. 공기마저 팽팽하게 긴장된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사를 시작하며 그의 눈을 마주한 순간, 제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살기로 가득 찬 악당의 눈이 아니었습니다. 거기엔 깊은 체념과 더불어, 말로 다 못 할 절망이 서려 있었습니다. '프로 범죄자'의 냄새가 물씬 풍길 법도 했지만, 조사를 시작하자 그는 뜻밖에도 자신의 인생 이야기부터 털어놓았습니다.

"검사님,(당시 저는 검사시보 였지만, 피의자들은 저를 검사라고 불렀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잘 살아보려고 했습니다."

수년 전 출소한 그는 한 여자를 만났고, 결혼을 약속했습니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평범한 삶'이라는 꿈이 생긴 것이죠. 그는 작은 포장마차라도 열어 정직하게 땀 흘려 돈을 벌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돈이었습니다. 전과자에게 신용 대출은 남의 나라 이야기였고, 금융권의 문턱은 에베레스트보다 높았습니다.

그때 그가 '형님'이라 부르며 따르던 인물이 접근했습니다.

“야, 돈을 빌렸다가 바로 갚는 걸 몇 번 반복하면 신용도가 올라가. 그럼 1금융권 대출도 나온다니까?”

사회생활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헛웃음을 칠 황당한 소리였지만, 평생을 담장 안에서 보낸 그에게는 그 말이 유일한 밧줄이었습니다. 그는 형님이 소개해 준 금융사로부터 돈을 빌렸고, "내가 알아서 신용 작업을 해주겠다"는 형님에게 그 귀한 돈을 몽땅 맡겼습니다.

당연하게도 그 '형님'은 돈을 빚 갚는데 쓰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도박 빚을 갚고 유흥비로 탕진했죠. 신용도는커녕 빚더미에 올라앉은 사실을 알게 된 날, 그는 형님을 찾아갔습니다. 분노가 이성을 집어삼켰습니다.

그는 형님을 몇 차례 때렸고, 그가 품고 있던 돈을 빼앗아 나왔습니다. 아마 그 돈은 자신이 빌려서 형님에게 맡겼던 바로 그 돈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 그는 또다시 '강도상해'라는 죄명으로 수갑을 찼습니다.

저는 그날 그 피의자의 사연을 그대로 적은 피의자 신문조서를 검사님에게 보여줬고, 며칠 후 지도 검사님의 지시에 따라 그 '형님'이라는 작자와의 대질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그 사기꾼의 정체가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검사실 문이 열리고 그 형님이란 자가 들어오자마자 저는 그의 눈을 보았습니다.

그는 자리에 앉아 있는 50대 피의자를 보더니, 세상에서 가장 자애롭고 슬픈 표정을 지으며 첫마디를 뱉었습니다.

“...잘 지내냐? 밥은 먹었고...?”

걱정스러운 눈빛, 안쓰러운 목소리 였습니다.

그는 제 질문에 끝까지 오해라며 발을 뺐습니다. “제가 빌린 게 아니라 얘가 자발적으로 준 돈입니다. 워낙 성격이 급한 애라 오해를 한 모양인데... 아이고, 안타까워라.”

그는 끝까지 침착하고 점잖았습니다. 반면 주먹을 쓴 피해자는 중범죄자가 되어 고개를 숙이고 있었죠. 제가 사기꾼에게 물었습니다. "합의할 의사는 있습니까?"

그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습니다. “아유, 합의해 줘야죠. 그런데... 저도 치료비가 많이 나와서... 돈이 좀 필요하네요.”

자신이 등쳐먹은 돈도 모자라, 감옥에 갈 처지에 놓인 동생에게 끝까지 '합의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려 한 것입니다.

그 강도상해 피의자의 말이 거짓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강도상해의 피해자가 지인이었다는 점, 대질조사에서 강도상해 피해자가 피의자에게 잘 지넸냐고 인사를 건넸다는 점, 형님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앗아 나오자마자 빌린 돈의 일부를 갚았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그는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처음으로 인간답게 살기 위해 발버둥 치다 사람을 잘못 믿은 것이었을 확률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그 형님이란 자가 피의자에게 그런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과 피의자가 빌린돈을 형님에게 건넸다는 증거는 없었고, 검찰에서 그의 절박한 사연은 피의자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었습니다.

법이 묻는 것은 오직 하나였습니다.“돈을 빼앗는 과정에서 폭력이 있었는가?” 이 질문에 “예”라고 답이 나오는 순간, 그의 포장마차 꿈도, 결혼 약속도, 갱생의 의지도 모두 증발했습니다. 남은 것은 '강도상해'라는 죄명과 최소 5년 이상의 실형이라는 냉혹한 선고뿐이었습니다.

반면, 그 형님이라는 자가 처벌받으려면 사기죄가 성립해야 합니다. 하지만 차가운 담장 안에 갇힌 피의자가, 과거 형님이 했던 거짓말들에 관한 증거를 수집해 고소장을 내고, 수사관이 이런 과거의 일을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설령 이 바늘구멍 같은 과정을 거쳐 기소에 성공한다 해도 법전과 현실의 간극은 여전히 사기꾼의 편입니다. 우리 형법 제347조는 사기죄의 형량을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하고 있으며(10년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이하의 벌금이었으나, 2025.12.23. 더 중하게 개정), 최대 20년까지 선고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법전 속의 숫자는 현실 판결문으로 넘어오는 순간 마법처럼 작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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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대법원이 정한 일반사기 양형 기준표를 보면 우리 사법 시스템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피해액이 1억 원 미만인 경우 가중 처벌을 받아도 최대 징역 2년 6개월에 불과하며, 감경 요소가 하나라도 인정되면 1년 이하의 형이 선고되는 것이 일반적인 '정찰제' 판결입니다.

앞서 언급한 부동산 투자 사기 사례에서 피해 금액은 약 50억 원이었고, 사기꾼에게는 징역 9년이 선고되었습니다. 터무니 없는 판결이라고 느끼시겠지만, 사실 50억원 편취에 징역 9년은 2022년 당시의 양형 기준표에 비추어 볼 때 매우 ‘합당한(?)’ 판결이었습니다. 담당 판사는 피해 금액 50억 원 이상 300억 미만 구간에서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 ‘죄질 불량’ 등의 가중요소를 반영하여 가중된 처단형 범위를 3년에서 45년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는 일반사기 중 제4유형을 기준으로 가중과 감경을 하여 권고형의 범위를 3년 4개월 ~ 9년으로 정한 뒤 그중 최장기인 9년을 기계적으로 선고한 것입니다.

묻지마 부동산 투자사건 판결문의 양형부분 판단을 참고해 보시기 바라고, 거의 모든 양형판단은 이와같은 과정을 거쳐 정해지므로, 혹시 사기범죄에 연루되신 분들의 경우 자신에게 내려질 형을 어느정도는 예상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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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 보셔야 할 점은 법원은 피해자들도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에 피고인의 투자 계획 등을 면밀하게 확인하지 않은 채 돈을 교부한 사실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으로 삼았다는 점입니다!!

담당 판사는 법과 양형기준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나름의 ‘철퇴’를 내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평생을 일궈온 재산을 잃고 길바닥에 나앉은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어떻습니까?

법원은 종종 판결문을 통해 "피해자들에게도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진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이를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로 설시하곤 합니다. 참으로 비정한 논리입니다. 피해자들은 이미 그 어리석은 기대의 대가로 피 같은 전 재산을 날리는 처절한 응징을 당했습니다. 자신의 판단 착오에 대해 인생을 건 책임을 이미 충분히 졌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국가가 나서서 그 손실을 다시 가해자의 형량을 깎아주는 '보너스'로 활용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이미 모든 것을 잃은 이들에게 "너도 욕심을 부리지 않았느냐"며 가해자의 형량을 깎아주는 판결문 앞에서 피해자들은 사법부로부터 두 번째 사기를 당하는 기분을 느끼고, 가해자들은 ‘그래 법도 너희들 편이 아니지?’ 라고 피해자들을 비웃을 뿐이며, 어리석은 사람은 이용해도 좋다는 사기꾼에게 내준 공식적인 ‘면죄부’처럼 느껴질 뿐입니다.

심지어 피해액이 수백억원 대에 달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3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편취를 저지르고 최대한 가중 처벌을 받아도 양형 기준상 형량은 징역 8년에서 17년 사이를 오갈 뿐입니다. 만약 누군가 300억 원을 편취하고 법정 최고 수준인 17년을 선고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는 ‘연봉 약 17억 6천만 원’ 짜리 감옥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감옥은 참회와 고통의 공간이 아니라 막대한 이익을 확정적이고, 합법적으로 취득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징검다리 입니다. 그리고 편취한 돈으로 빵빵한 영치금을 채워 넣은 사기꾼은 감옥 안에서 이른바 ‘범털’로 군림하며 주변 죄수들을 호령합니다. 매일같이 변호인 접견을 빌미로 에어컨이나 히터가 나오는 쾌적한 접견실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어떤 이들은 젊은 여성 변호사들을 접견변호사로 선호 하기도 하며, 담장 안에서도 외부 대리인을 통해 실제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심지어 또 다른 사기를 모의하기도 하고, 접견 온 변호사를 사기치기도 합니다.

결국 대한민국에서 폭력과 사기를 대하는 법의 태도는 기괴할 정도로 불균형합니다. 폭력에 대하여는 지나치게 엄하고, 사기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합니다. 그리고 현실에서 폭력 범죄자들은 대개 경제적 여유가 없습니다. 그들은 사회에서도 소외되었고, 감옥에 가서도 영치금 한 푼 없어 고된 노역을 하며 힘들게 수감 생활을 버텨냅니다. 법은 이들의 사연을 두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폭력은 절대로 안 된다"라고 선을 그으며, 그 이면에 숨겨진 절박함이나 배신의 상처는 들여다보지도 않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사법의 서글픈 민낯입니다. 그래서 사기를 치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일 수 밖에 없고, 폭력 범죄에 비해 사기범죄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입니다.

사기꾼들에게 가장 강력한 처벌은 그들의 돈을 빼앗는 것입니다. 제가 본 사기꾼들의 돈에 대한 집착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돈을 위해서라면 가족까지 버릴 각오가 되어 있었고, 눈앞의 이익 앞에서는 이성마저 마비되곤 했습니다. 아마 그들에게 돈을 빼앗는 것은 육체적 고통을 넘어 수명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사기꾼들을 제대로 응징하고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서는 그들을 단지 감옥에 가두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들에게 범죄 수익보다 훨씬 무거운 벌금형을 반드시 병과(倂科)해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가가 징수한 그 벌금을 국고로 귀속시킬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100% 반환하는 파격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국가가 범죄자의 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뺏어오고, 그것을 피해자에게 직접 돌려준다면 국민들은 철마다 내는 세금을 아까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사기 피해자들이 입은 경제적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는 제도로서 배상명령 제도가 있지만, 실제 현장에선 피해자가 형사재판부에 배상명령 신청을 하면 대부분 각하 당하고, 실제 50억원대 묻지마 투자 사건에서도 수많은 피해자들이 배상명령 신청을 하였지만, 재판부는 피해회복은 민사적으로 다투라고 하면서 각하 하였습니다.

그리고 범죄 수익을 환수하는 제도로서 몰수와 추징이라는 제도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사기꾼이 이미 재산을 빼돌려 타인 명의로 숨겨두거나 소비해버린 경우, 수사기관이 이를 끝까지 찾아내 징수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습니다. 몰수·추징은 '범죄 수익'임을 일일이 입증해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해, 교묘하게 자금을 세탁한 사기꾼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입니다.

그리고 현행법상 5억원 이상 고액 사기를 다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2항에는 징역형과 더불어 이득액 이하의 벌금을 ‘병과할 ’수‘ 있다’는 규정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항은 판사의 재량에 맡겨진 임의적 규정일 뿐이며, 실무에서는 징역형이 선고되면 벌금형까지 함께 내리는 경우가 극히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무엇보다 피해액 5억 원 미만의 대다수 일반 사기 사건은 이런 병과 규정조차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사기꾼의 탐욕을 꺾기 위해서는 판사의 선의나 재량에 기댈 것이 아니라, 징역형과 벌금형을 반드시 함께 부과하는 ‘필요적 병과제’로 법체계를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합니다. 이미 선진국들은 사기 범죄의 수익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가차 없는 병과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연방법상 사기죄에 대해 징역형과 별개로 범죄 이익의 최대 2배까지 벌금을 때려 사기꾼을 경제적으로 완전히 파산시키며, 영국은 액수 제한이 없는 ‘무제한 벌금제(Unlimited Fine)’를 통해 범죄자의 전 재산을 훑어냅니다. 프랑스 역시 징역형과 동시에 범죄 이익의 최대 5배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감옥을 다녀오더라도 평생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들처럼 사기꾼이 감옥에서 나오는 날 ‘성공한 자산가’가 아닌 ‘빈털터리 채무자’가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벌금이 징역만큼이나 무거운 형벌로 실무에 적용될 때, 비로소 사기는 ‘남는 장사’가 아닌 ‘인생을 건 도박’이 될 것입니다.



[법률 Tip] 법조문 속 한 끗 차이

법전을 펼쳤을 때, 범죄자가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는 문장 끝의 표현 형식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1. 선택형(選擇刑): 범죄자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또는’

법조문 예시: “~년 이하의 징역 또는 ~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특징: 판사가 징역과 벌금 중 하나만 선택합니다. (형법상 일반 사기죄)

결과: 징역형이 선고되면 벌금은 부과되지 않습니다. 사기꾼이 “몸으로 때우면 돈은 내 것”이라는 계산기를 두드리는 법적 근거가 됩니다.

2. 병과형(倂科刑): 경제적 파멸을 선고하는 ‘병과’

징역형으로 신체의 자유를 뺏는 동시에 벌금형으로 재산까지 타격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사기꾼이 빠져나갈 ‘재량의 구멍’이 존재합니다.

⦁임의적 병과 (~할 수 있다): "판사의 재량"

예시: “00이하의 징역형과 더불어 벌금을 병과할 수 있다.” (특경법상 고액 사기)

실상: 조문은 존재하지만 판사가 선고하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실무상 사기범에게 벌금까지 병과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나 다름없습니다.

⦁필요적 병과 (~한다): "법의 의무"

예시: “00이하의 징역형에 처하고, 벌금을 병과한다.” (마약 범죄, 조세 포탈 등)

실상: 판사의 선택권 없이 무조건 징역과 벌금을 동시에 선고해야 합니다. 사기꾼의 경제적 기반을 완전히 뿌리 뽑기 위해 사기죄가 반드시 나아가야 할 개정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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