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대한민국의 민낯

우리 안의 '작은 괴물'들이 사는 법

by 김태호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 여러분 중에는 제가 대한민국과 국민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묘사한다며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발전의 첫걸음입니다. 사기 범죄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사기꾼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사기꾼이 자라기 너무나 좋은 토양이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김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경기도 00시 00마을의 이장직을 맡고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이장을 할 생각은 없었는데 말솜씨가 있어 마을 행사를 할 때 자주 사회도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이장이 된 것입니다.

그러던 00마을에 좋은 소식이 들렸습니다. 한전에서 설치한 송전탑이 있는데, 그 송전탑이 00마을에 있었고, 그 에따른 보상금 2,500만원이 주민들에게 지급된다는 것이죠.

00마을 입장에선 당연히 좋은 일이고, 꽁돈이 생긴 것입니다.

그러나 돈은 때론 금심과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우애좋던 형재들도 부모님이 사망한 후 상속재산 때문에 소송전 끝에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일도 많습니다. 그 보상금도 김대표에게 근심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김대표는 이장직을 맡고 처음들어온 돈을 어떻게 써야할지 마을 임원들과 회의를 하였고, 여러의견이 오고 갔는데, 임원중 한 명인 박씨와 몇 명은 그 돈을 임원 7명이서 나누어 갖자는 의견을 냈고, 다른 임원들은 잠자코 있었지만, 크게 반대는 하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김대표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일단, 보상금이 나왔다는 사실은 임원들만 알고 있었고, 그렇다고 해서 임원들이 한 사람당 약 350만원씩 나누어 가지게 되는데, 나중에 다른 마을 사람들이 알게되면 문제가 생길 것 같았고, 양심에도 찔렸습니다.

김대표는 박씨등의 의견을 반대하고, 그렇게 나누어 가지면 안된다고 주장했지만, 박씨등은 몇 명이 나누어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자기가 알아보니 다른 마을도 그렇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심지어 돈을 나누어 주지 않을 거면 이장직에서 내려오라고 윽박을 지르기 까지 하였습니다.

그래서 김대표는 평소 알고 지네던 변호사인 필자에게 상담을 의뢰 하였습니다.

김대표

“김변호사 머리아파 죽겠어 임원들 말대로 나눠 먹어도 문제 없을까?”

필자

”안걸리면 문제없겠죠...“

”하지만, 보상금은 형님이나, 임원들의 돈이 아닙니다. 마을주민 전체의 총유재산이죠, 그래서 그 돈을 일부임원들이 나누어 가지면 업무상횡령이 됩니다.“

”걸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런 문제는 언젠가는 들통나게 되어 있고, 고작 350만원 때문에 몇 년을 전전긍긍하시면서 살고 싶으신가요?“

김대표

”그럼 문제가 있다는 거네?“

필자

”네, 형님은 늘 불안할 것입니다. 그리고 혹시 몇 년 후라도 누군가 알게되어 고소를 하게되면 그 때 골치 아파 집니다. 경찰서 왔다 갔다..뭐하러 그런 수고를 해요? “

김대표

”그렇지 얼마나 한다고...왜들 그러나 모르겠어, 그런데 내가 그 의견을 주도한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나눠먹자고 해서 그런건대도 내가 책임지나?“

필자

”형님, 그 돈 지금 형님이 관리하는 마을통장에 들어왔죠?“

”그 통장에서 돈을 꺼내는 행위는 형님이 혼자 한 것입니다. 그래서 형님 책임이 가장 커요.“

”그리고 나중에 문제가 되었을 때 나눠먹자고 한 사람들이 뭐라고 할 것 같나요? 100% 나는 잘 모르겠고 이장이 그렇게 결정해서 돈 받은 것 뿐이다, 이게 죄가 되는 지는 몰랐다. 돈은 돌려 주겠다. 라고 할것입니다.“

김대표

”그럼 나는 독박이네“

결국 저는 법률 자문서를 작성해 드렸습니다. '마을 보상금은 주민 전체의 총유 재산이므로, 총회 결의 없이 임원들이 나누어 갖는 행위는 형법상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며 대표자는 물론 그런 의견을 내고 동조한 사람들 전부 공범으로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결국 저는 '총유 재산 처분의 법적 책임'에 관한 서슬 퍼런 자문서를 써드렸고, 김 대표는 그 서류를 방패 삼아 위기를 넘겼습니다. 박 씨 등은 겉으론 아쉬워했겠지만, 속으로는 '독박 씌울 호구 하나 놓쳤네'라며 혀를 찼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안의 ‘작은 괴물’들

저는 이 사건을 보며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평소엔 인자한 '이웃집 아저씨'들이 눈먼 돈 앞에서는 '넷플릭스 범죄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으로 돌변하는 마법 같은 현실 말입니다.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생각, "남들도 다 하는 관행"이라는 자기합리화가 대한민국 곳곳에 독버섯처럼 퍼져 있습니다.

이런 도덕적 불감증은 사기꾼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냥터입니다. 사기꾼들은 우리 내면의 '작은 탐욕'을 정확히 건드립니다.

"이거 우리끼리만 아는 정보인데..."

"정상적인 루트로는 안 되지만, 제가 아는 사람을 통하면...“

”문제가 되면 내가 책임진다.“

사기꾼이 던진 미끼를 물 때, 피해자들은 종종 자신이 '운 좋은 수혜자'라고 생각하지만, 법의 관점에서는 공범일 뿐입니다.사기꾼들은 이 지점을 이용해 나중에 피해자가 신고조차 하지 못하게 입막음을 하거나, 법정에서 "피해자도 알고 동조한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합니다.

사기 공화국의 진짜 동력

대한민국이 사기 범죄율 세계 상위권을 달리는 이유는 사기꾼들의 기술이 뛰어나서만이 아닙니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고, 정당한 노력보다 ‘공돈’과 ‘한탕’에 혹하는 우리 안의 욕망이 사기꾼들에게 강력한 연료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 기저에는 “눈먼 돈은 먼저 먹는 게 임자다”*라는 뿌리 깊은 인식이 독버섯처럼 퍼져 있습니다. 주인이 명확하지 않은 보상금, 정부 지원금, 누군가의 실수로 떨어진 이익을 보면 '정의'를 생각하기보다 '순발력'을 발휘해 먼저 가로채는 것을 일종의 능력으로 치부하곤 합니다.

아마 김 대표에게 나눠 가지자고 제안했던 마을 임원들이 평소 누구를 속이거나 사기 치는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들도 누군가의 인자한 아버지이자,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성실한 이웃이었을 테니까요. 그런데 왜 그들은 그 순간만큼은 범죄자가 되기로 자처했을까요?

평범한 사람들 앞에 공돈이 보이자 순간 탐욕이 생겼습니다. 바로 잠재적 탐욕이 고개를 든 것이죠. 사기꾼들이 바로 이 '선량한 이웃들의 잠재적 탐욕'을 끌어내어 활용하는 데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자들입니다.

사기꾼은 결코 처음부터 "내가 당신을 속이겠다"고 다가오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 안에 숨어 있던 '탐욕‘ 을 살살 긁어냅니다. "남들은 모르는 정보", "먼저 먹는 놈이 임자인 눈먼 돈"과 같은 미끼를 던져 피해자의 탐욕을 자극해서 피해자가 굴밖으로 나오면 빠르게 낚아채는 것입니다.

.결국 대한민국이 사기 공화국이 된 것은 소수의 악마 같은 사기꾼들 때문만이 아닙니다. 사기꾼이 깔아준 판에 기꺼이 올라타 ‘눈먼 돈’을 쫓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 안에 숨은 작은 괴물들이 사기꾼에게 강력한 연료를 공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기꾼은 그저 그 괴물들에게 먹잇감을 던져주고, 그들이 서로를 낚고 낚이게 만드는 ‘지휘자’ 역할을 할 뿐입니다.

대한민국의 민낯을 직시한다는 것, 그것은 우리 안의 이 비겁한 탐욕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법률 Tip] 총유(總有)란? - "우리 것"인데 "내 것"은 아니다.

법률 상담을 하다 보면 "마을 돈인데 임원들끼리 좀 나눠 가지면 어때요?" 혹은 "우리 문중 땅 판 돈인데 왜 내 마음대로 못 쓰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총유(總有)' 입니다.

1. 총유란 무엇인가요?

공동 소유의 한 형태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공유(지분이 있어 내 몫을 팔 수 있는 것)'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비유하자면: '공유'가 각자 자기 지분만큼의 조각을 가진 피자라면, '총유'는 형태는 하나지만 누구도 자기 몫을 떼어갈 수 없는 거대한 비눗방울과 같습니다.

구성원으로서 사용할 권리는 있지만, 개인의 '몫(지분)'은 0%입니다. 즉, 내 권리를 남에게 팔 수도 없고, 나중에 나간다고 해서 내 몫을 떼어달라고 할 수도 없으며, 총유재산을 사용할 권리는 그 총유물을 소유하고 있는 단체에 가입함으로써 발생합니다.

2. 총유의 예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인 없는 돈'처럼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엄격한 '총유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마을 공동 재산: - 마을회 소유의 임야나 전답, 마을 회관 건물.

위 사례처럼 마을 공동체 명의로 받은 국고 보상금이나 지원금.

종중(宗中) 재산: - 문중 소유의 선산(임야), 위토(제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논밭), 재실.

종중 땅이 수용되면서 받은 막대한 토지 보상금. (이 돈을 종중 총회 결의 없이 문중 어른 몇 명이 나눠 가지면 바로 횡령입니다.)

교회 및 사찰 재산: - 교회 건물, 사찰 부지, 신도들의 헌금으로 조성된 각종 자산.

(교회 정관에 처분 절차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신도 전체의 의결이 필요합니다.)

어촌계 및 계(契) 모임 재산: - 어촌계 소유의 공동 어장이나 창고.

3. 왜 마음대로 쓰면 '횡령'이 되나요?

총유 재산(마을 공동 재산, 종중 재산, 교회 재산 등)은 반드시 '정관'이나 '총회 결의'라는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만 처분할 수 있습니다.

마을 임원 몇 명이 모여서 "우리가 고생했으니 이 보상금 조금씩 나누자"라고 결정하는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습니다.

절차를 무시하고 돈을 인출하는 순간, 법은 그것을 '단체 전체의 재산을 개인이 훔친 것'으로 간주하여 업무상 횡령죄로 처벌합니다.

3. "남들도 다 하던데요?"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이유

사기꾼이나 탐욕에 눈먼 이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이 "관행이다", "다른 데도 다 이렇게 한다"입니다. 하지만 이런 말은 경찰관앞이나 법정에서 절대로 하시면 안됩니다.(단, 변호인은 이런 관행이 있음을 들면서 감형을 요청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불법적인 관행'은 감형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범죄의 고의성 및 재범가능성을 입증하는 근거가 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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