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바뿔 수 있을까!
어머니는 유교의 뿌리를 깊이 신뢰하고 존중하고 실천하셨던 분의 딸이었다. 몸과 마음속 깊은 그 뿌리로 인해 어떠한 괴로움도 인내하고 힘든 삶도 한마디 말씀없이 견뎌내셨다. 어머니의 시어머니는 우리가 알던 시월드 속의 전형이셨다. 이른 새벽 아침을 준비하고, 들에서 일하고, 새참을 준비하고 또 일하고, 저녁을 준비하고. 어머니 혼자만 그 집에 사시는 것처럼 일을 했고, 시월드의 괴로움을 견뎌내셨다 한다.하지만 그 시절엔 어머니의 친정도 ‘견뎌라’가 하실 수 있는 최선일 뿐이었다.당해보고 경험한 사람들만이 그 일을 더 잘하고 더 혹독해 질 수 있다 하였다.
오빠들의 결혼으로 어머니는 어머니만의 노하우로 새로운 시월드를 만들려고 하셨다. 나는 그들과 달라라고 생각하지만 몸속에 마음속에 뿌리내린 습성은 변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의 시월드 시도는 매번 실패하고 만다.
명절이면 딸들이 모두 나서 음식 준비를 도왔고, 올케들을 향한 어머니의 독설은 딸들이 막아섰다. 우리도 언젠가는 또다른 시월드의 희생양이 될 수 있었기에, 강력한 방어막이 되어서 부단히 노력했다. 조금만 틈이 보이면 어머니의 불평이 들려오기에 어머니 딸들의 실상을 열심히 나열하며 “언니들은 우리보다 훨씬 훌륭하고 마음이 넓고 희생적이야”를 늘 일깨워 드렸다.점점 쇠약해져 가시면서는 며느리들을 향한 불편함에서 어머니의 잔인했던 시월드를 곱씹고 곱씹는 시간이 많아졌다. 엄마 한번 들으면 그 말씀 100번들어라고 말할 정도로 지속적으로 반복하셨다. 어쩌다 안부 전화를 드리면 똑같은 이야기가 또다시 반복되었고, 나의 답변은 불필요 했으며, 이야기가 끝나기까지 부단한 인내가 필요했다. 어느 날은 그 독백을 계속하시는 동안 조용히 수화기를 내려놓고 집안일을 모두 마칠때까지 장장 2시간이 넘는 시간을 시월드의 서러움과 미움을 털어내셨다. 그때도 나의 응답은 없었다.
하시고 싶은 일을 하시고, 새로운 걸 배워보라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과거를 꼭 붙들고 변하지 않으신 채로 조용히 가셨다.
며느리를 향한 어머니의 시월드를 실패했지만, 어머니가 받은 고단함은 미움과 서러움으로 끝나버렸다. 자신의 삶을 좀더 소중하게 생각하시고 살아가셨길 바랬는데 실패다.
변화는 스스로의 인식과 인내, 그리고 주변인의 끊이지 않는 관심과 관찰이 더해져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