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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삶을 위해, 카타르 항공 승무원_김도희

by 김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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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요. 도희 씨,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전 화장품 품질관리연구원, 현 카타르항공 승무원으로 재직중인 김도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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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인데 오랜만에 뵙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하네요.


맞아요, (웃음) 학교에서도 종종 봤었는데, 그게 언제적인지.. 대학 생활이 벌써 참 아득하네요. 시간 참 빠르죠?! 지금은 오랜만에 한국에서의 휴가를 즐기고 있어요. 이젠 내 나라 대한민국을 관광객처럼 방문해야 하거든요. 휴가 중에 준성 씨의 좋은 제의로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신기한 인터뷰도 하고...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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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기로 원래는 미생물학을 전공한 걸로 아는데, 지금은 외항사 승무원으로 근무하고 계시잖아요, 어떤 계기가 있으셨나요?


그때는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게 당연한 순서라고 생각했어요. 솔직히 전공 외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성도 전혀 없었고요. 그래도 원하는 회사에 붙어 취뽀의 기쁨을 누리던 스물다섯의 제가 생각나네요. (웃음) 입사 후에는 미생물 시험 업무를 주로 담당했어요. 근데 글쎄 클린벤치(시험대)에서 한창 바쁘게 일을 쳐내고 있는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클린벤치에 앉아 서른 살을 맞이할 수 없어!!!“ 라고요.

진짜 뜬금없죠? 하하 (웃음) 그래서 새로운 꿈을 찾아 여러 직업을 탐색한 끝에 비로소 “승무원”이라는 직업에 도전했죠. 그렇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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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사가 아닌 외항사로 가셨는데, 둘의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국내 항공사에 대한 지식이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단편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꽤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가장 큰 부분은 ”다양성“이겠죠. 저희는 매번 비행마다 크루(승무원)들이 바뀌어요. 서로 다른 국적과 배경, 종교를 가진 크루들이 한데 모이다보니 원만한 팀워크를 위해서는 이해심과 포용력이 조금은 더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곤해요. 근데 실제론 다들 빨리 랜딩해서 퇴근하고 싶은 직장인의 마음이라 배경은 달라도 다 같은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하하 (웃음 )

그리고 모든 소통을 “영어”로 한다는 점도 차이점이 될 수 있겠네요. 아참, 여담이지만 면접 분위기도 정말 달라요. 각 잡고 딱딱한 느낌보다는 친구랑 대화하듯 면접이 흘러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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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이 승무원을 꿈꾸시는데 외항사 승무원이 되기 위한 팁이 있을까요?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게 가장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네이티브처럼 유창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사실 전 그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갑자기 영어로 말하라고 하면 어버버 거리기에 바빴는데, 이런 어색함과 두려움을 떨쳐내려고 면접 스터디를 무척 많이 했었어요.

영어 공부는 실제 면접장에서는 질문이 뭐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정도는 표현할 수 있도로 준비해 간다면 충분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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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 해도 외국인 앞에서는 얼어붙더라고요, 영어는 참 어렵네요. 오랜만에 오신 한국에서는 어떻게 휴식을 취하고 계신가요?


오랜만에 맛보는 한국 음식에 먹방을 찍었어요, 승무원 특성상 다양한 곳을 가보며 외국에서 좋다는 건 다 먹어봤지만, 한국 음식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네요. 오자마자 엄마 집밥으로 든든하게 채워줬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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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에서 오래 지내다보면 아무래도 외롭지 않을 수가 없을텐데, 도희 씨만의 외로움 해소 방법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전까지 외로움은 커녕 외국에서의 삶이 꽤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최근에서야 문득 깨달았어요. ‘나 외로움 많이 타는 사람이구나’하고요. 제가 저를 하나도 몰랐던거죠. 특히 타지에서 아플 때 그리고 집이나 호텔에 혼자 있을 때는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참 많이 보고 싶더라고요.

해소 방법이랄 건 딱히 없지만... 영상통화하기? 사실 주변 사람들 덕분에 잘 이겨내는 것 같아요. 제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참 많거든요. 특히 함께 사는 집사람, 애정하는 언니와 꽤 재미나게 살고 있어요. 외롭다 싶으면 언니 방문을 두드리며 귀찮게 하는거죠. ”언니 뭐해?“ 하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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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에서 혼자일 때 느끼는 외로움, 저 역시 공감되네요. 쉴 때는 주로 뭘 하면서 보내나요?


비행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는 데 집중해요. 예를 들면 늦잠이라던가.. 늦잠이라던가.. 늦잠이라던가... 하하

그 외에는 집에서 간단히 요리를 한다거나, 친구들을 만난다거나, 아주 가끔은 찌뿌둥한 몸을 위해 스트레칭을 하곤 해요. 어쨌거나 여기서는 제가 저를 어화둥둥 먹여 살려야 하거든요. 외국에선 제가 가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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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각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실 것 같아요.


아무래도 직업이 승무원이다 보니 다양한 도시에서 여러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제가 이 직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고요. 근데 또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에요. 늘 시차에 치여 생체리듬이 엉망이 되기도 하고, 체류시간이 24시간이 채 안되는 경우도 정말 많거든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이런 생활을 잘 즐기고 있어요. 어제는 파리에서 에펠탑을, 내일은 방콕에서 팟타이를 먹는 삶이 제법 재밌거든요. 아직 할만하단 뜻이겠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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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승무원으로서의 김도희는 어떤 사람인가요?


저는 솔직히 승객보다는 함께 일하는 크루 친화적인 승무원인 것 같아요. 크루가 행복해야 그 비행도 잘 흘러가고, 승객들도 행복할 수 있다고 믿거든요. 그래서 오늘 내 기분이 다운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비행하는 순간만큼은 억지로라도 입꼬리 끌어올리는... 철저한 부캐의 모습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럼 인간 김도희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저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요. 제가 생각하는 저는 꽤 긍정적이고, 쾌활한 캐릭터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요즘은 또 많이 변했어요. 사람을 워낙 많이 만나는 직업이라 그런지 이제는 조용히 혼자 있는 게 편할 때가 많더라고요. 사색에도 많이 잠기고요. 남들이 보는 저는 어떨까 문득 궁금하긴 하네요. 준성 씨가 보는 저는 어때요?

아, 근데 이런 사람이 되고 싶은 건 확실해요. 함께 있으면 즐겁고, 부담 없는 사람이고 싶어요.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는 그런 사람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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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 씨는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참 밝고 명랑한 사람 같았어요, 주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그런 사람이요.이런 도희씨의 삶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어떤 문장이 될까요?


”후회 없이 살자” 제 인생 모토에요. 지금껏 살아오면서 단 한 순간도 흔들린 적 없어요. 물론 후회를 안 해본건 아니지만 하지 않고 후회할 바에 해보고 후회하자 주의거든요. (웃음)

앞으로도 궁금한 게 있으면 꼭 칼은 뽑아보려고요. 또 모르죠, 지금은 승무원이지만 나중에는 또 새로운 직업으로 준성 씨와 인터뷰 하게될지도?!


+ 인터뷰를 마치며…

준성 씨 덕분에 멋진 유니폼 사진을 찍게 되어 영광이에요. 앞으로 준포토라고 부르겠어요.

우리가 또 언제 볼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몸 건강하고 부디 안녕히..!

아, 혹시 우리 비행기에서 저를 만나게 된다면 누구보다 기쁘게 인사할게요. Welcome on boar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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