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광안리 해변에 나갔다. 겨울답게 차가운 공기가 손끝을 시리게 했지만, 해변을 따라 달리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신기하게도, 바다를 보며 아침부터 달리는 사람들은 의외로 여기 주민들이 아니었다. 실제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정작 아침 일찍 바다로 나오는 경우가 드물다. 마치 집 앞에 있는 맛집을 자주 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가까이 있는 건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발걸음이 뜸해진다.
나는 시린 손을 후후 불며 바다가 잘 보이는 2층 카페로 들어갔다. 막 문을 연 카페 안은 한적했다. 사람 하나 없는 조용한 공간에서 나는 혼자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그리고 광안대교를 바라보았다. 다리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을 한참 바라보다 보니, 마치 차들이 하늘을 천천히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바다에서는 하얀 포말이 일렁이며 맥주 거품처럼 부서졌다. 이 풍경이 기분을 들뜨게 했다. 이렇게 좋은 풍경이 바로 곁에 있는데도, 정작 오랫동안 가까이서 바라보지 않았던 것 같다.
"집 앞에서 뭘 굳이 나가?" 혹은 "언제든지 나갈 수 있으니까."
그런 생각들 때문에, 가장 가까이 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고 살아온 건 아닐까.
문득 든 생각이다. 이게 비단 바다에만 해당되는 걸까? 나는 언제 어머니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는지, 내 편인 가까운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얼마나 자주 표현했는지 떠올려본다.
짙은 구름 틈 사이로 태양빛이 퍼지기 시작한다. 눈부신 빛을 바라보며, 나를 비춰주는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본다. 특히 가까이에 있어 더 소홀히 여겼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