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작가세요?

맞아요

by 효롱이

"작가세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은근히 난처하다.

왜 곤란할까를 생각해보니 나도 어떤 사람을 작가라 칭하는지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난 김에 찾아본다. 국어대사전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문학 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


난 사진을 찍지도, 그림을 그리지도 , 무엇인가를 조각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이라는 정의에 제일 가깝겠지.

그럼 문학작품은 뭐지 하고. 타다닥 검색해본다.


언어를 표현매체로 하는 예술 및 그 작품.


예술까지는 너무 거창하고, 그럼 글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면 작가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뭔가 석연치 않다. 일기를 쓰는 초등학생을 아무도 작가라 부르지는 않으니 말이다.

흔히 작가라고 말하면 "등단"이 떠오른다.

검색해보니 등단은 아마추어와 프로를 가르는 기준이라고 인터넷에 나와 있다.


문학계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을 등단이라 하나,

신기한 것이 등단이란 것이 전 세계적으로 일본과 한국에만 존재하는 것이라 한다. 그럼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진정한 작가는 일본과 우리나라 사람뿐이라는 것인가?


프랑스

탄자니아

미국

오스트리아

폴란드


이것은 최근 5년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나라다.

122회 노벨 문학상 수상자 중에 일본은 단 2명이고,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아쉽게도 아직 한 명도 없다.영어권이 아니라든지 정치적이라는 등 이유는 많겠지만 세계는 이렇게 보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등단이란 것은 신춘문예에 응모하거나 문예지 신인상을 수상하거나 지면에 작품을 발표해야 한다고 한다. 더 신기한 것은 수상하지 않아도 추천을 받아 일정 회수 글을 올리면 추천 완료(천료)가 되는데 이조차 정해진 일정 회수 기준도 없으며, 추천 기성작가에 따라 대우까지 달라진다고 한다.


등단이란 것은 알면 알수록 묘한 놈이다. 내가 국어국문학과를 전공하지 않고 독학하는 사람이라 잘 몰라서 일 수도 있지만, 신인문학상에 수상하면 연락이 온다고 한다. 당연히 수상했으니 축하 상패와 상금을 받는지 알았는데 상패와 책을 만들어야 하니 등단비를 내야 한다고 말한단다. 많은 곳은 300만 원까지 나간다니...


게다가 이런 등단을 통한 이야기는 순수문학에 국한된다. 장르문학이나 기타 장르와 같은 경우에는 등단 과정 자체가 아예 없다.


여러분은 "칼의 노래" 김훈 작가님을 알 것이다. 그는 1986년에 <문학기행>이라는 책을 처음 출판했고, 여러 권 책을 출간했지만 동인문학상 수상은 2001년이다. 그럼 1986년부터 2001년까지 그는 작가가 아니였을까


나는 오래전 운 좋게도 출판사에 기고를 하여 출판한 경험이 있다. 그래도 3쇄나 찍었으니 나름 괜찮은 선방 정도는 되었다 생각한다. 하지만 그 책은 순수 문학도 아니고 자기 계발서였다. 현재 난 브런치를 비롯해 여러 플랫폼에서 다양한 글을 많이 적고 있다. 그러면 나는 무엇인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


길을 가다 누가 내게 묻는다.

혹시 작가이신가요?

그럼 나는 급히 걸음을 멈추고, 한적한 곳으로 그 사람을 끌고 가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제가 질문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당신의 작가라는 정의는 등단이라는 시스템이 있는 한국과 일본에 국한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세계적으로 통용되어지는 개념을 의미하는가요?"


이 정도 반격이면 그는 상당히 눈동자가 흔들릴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멈출 수 없다.


"두 번째로 당신은 순수문학만을 인정하는 사람인가요? 장르문학이나 기타 문학도 그에 준할 수 있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인가요? 혹시 후자라면 등단 시스템이 없는 한국에서 어떤 자격을 갖추어야 작가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중요합니다. 이 질문에 답하셔야 제가 당신의 질문에 답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면, 상대가 보통 사람이라면 도망갈 것이고, 비범하게 긍정적인 사람이라면 '역시 예술가는 다르구나.'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나는 이제 걱정 없다.

누가 나한테 질문한다면 한산한 곳을 찾는 대신 전화번호나 이메일을 물아볼 것이다. 지금 적고 있은 글 링크를 보내주면 되니까...


이처럼 누구인가 나에 대해 질문을 가끔 하는 것도 팩트지만 그것은 사족일 뿐이다.

사실 꽤 이른 새벽에 내가 글을 적게 된 계기는 그게 아니다.

브런치를 쭈욱 읽다가, 이 사람들은 누구지란 개인적 호기심이 일어서다.


지금 시간은 오전 3시 45분이다.

그런데 최신 글을 보니 1시간 전부터 올라온 글만 10편이 넘는다.

그리고 문제는 글의 양이 아니라, 글의 질에 있다.

상당히 잘 쓴 글들이다. 콩나물 자라듯 글이 올라오지만

잘 여문 글들이다.

내가 한 때는 속독을 주종목으로 삼던 터라

필력(筆力)보다 독력(讀力)에 자신 있는데, 어떤 글은 심오하고, 어떤 글은 체계적이고, 어떤 글은 참 재미나게 적은 글이 많다.


이들은 누구일까?

작가란 무엇인가?


등단이라던가 노벨문학상이라던가 그런 것을 찾아보다 작가와 브런치분들, 그리고 나의 공통점을 찾았다.

그건 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나처럼 글 힘이 모자랄 수도 있다. 쓴다면 훨씬 나보다 기깔나게 쓸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적은 글자 수 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하지만 보통은 우리처럼 그들은 글 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서로 좋아하는 것을 상호(相好)하다고 한다. 우리가 글을 좋아하니 우리 근처 곁에는 글이 맴돌며 상호하고 있다.


다 부질없게 느껴진다. 글을 좋아하고 가까이하며, 계속 글을 적는다.

인기 있으면 더 좋고, 수상한다면 더더욱 좋은 일이겠지.


하지만 우리 마음이 식지 않고, 내 속에만 글자를 머물게 하지 않고 세상 밖으로 분출시킬 수만 있다면 충분한 작가님 아니겠는가